올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권 내부는 더욱 분주해졌다. 지난 2년간 금리 인상기를 겪어온 은행과 저축은행, 부실채권(NPL) 업계는 각각 금리 인상의 영향을 달리 받았다. <IB토마토>는 금융업계가 금리 인상기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점검하고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하를 대응하는 방식을 업권별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시중은행은 금리 인상기를 지나면서 연간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등 실적을 쏟아냈다.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 투자 자산이 안정적인 예금으로 쏠리는 등 수신 잔액 성장과 더불어 여신 확대로 인한 이자이익도 늘었다. 높은 수익을 거둔 만큼 사회공헌 요구도 높아져 상생금융 정책도 확대했다. 다만 충당금의 선제적 적립과 비이자이익 축소 움직임이 금리 인하와 더불어 올 하반기 은행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기준금리 인상에 실적 '쑥'
지난 2022년 제로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금융권은 완전히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 각 업권의 희비가 교차되는 가운데 은행업권은 미소를 지었다. 고금리 덕에 은행업권으로 목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월까지 6개월간 유지되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0.75%로 0.5%p가 한꺼번에 하락했으며, 같은 해 5월 0.25%p를 추가적으로 내려 0.5%를 찍었다. 이후 2021년 말 1%대를 회복한 후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는 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을 거듭해 3.5%까지 올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총수신은 2290조474억원에서 지난해 말 2541조원212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신도 증가해 총 대출금은 2037조4617억원에서 지난해 말 22664688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4대 시중은행의 실적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동반성장 덕분에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022년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KB국민은행 2조9960억원 ▲신한은행 3조450억원 ▲우리은행 2조9030억원 ▲하나은행 3조169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KB국민은행 3조2615억원 ▲신한은행 3조677억원 ▲하나은행 3조4766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2조5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이자이익은 6.2% 증가했으며 신한은행은 각각 2.1%, 우리은행은 0.2% 성장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4.1% 증가했다.
특히 비이자이익의 주축인 신탁수익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신탁수익은 국민은행 1842억원, 신한은행 1318억원, 우리은행 1139억원, 하나은행 1582억원을 기록했다.
"금리하락 대비책 마련해야"
올해 들어 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기준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시중은행도 준비를 하고 있다. 하반기에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은 수신 감소와 더불어 금리인하로 인한 이자이익 감소에 대응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지난 2022년부터 이자장사라고 비판을 받을 만큼 호시절을 보낸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기준금리가 내려감에 따라 대출 금리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반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등의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개인 대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비이자이익도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포트폴리오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주가연계증권(ELS)을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ELS를 대체할 상품은 딱히 없다. ELS의 경우 0.7%에서 1%의 수수료를 받았는데, 특성상 6개월에서 1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한 고객이 다수이다 보니 수수료 수익도 쏠쏠했다. 원금보존추구형 상품 등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비교적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은행은 자산 운용과 대출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저금리 시대를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키워 개인대출과 기업대출을 증가시킨다. 하나은행은 기업금융과 외국환, 자산관리를 핵심 역량으로 정하고 시장 내 지위를 높이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경력직 영입 등을 통해 자산관리를 위한 조직 개편을 완료했으며, 유일한 ELS판매사로서 안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안전한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대기업의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구성해 본부 기업금융 조직을 현장에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수료율과 재가입 시기 등이 상품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사실상 ELS의 빈자리를 완전히 울 수 있는 상품은 현재로선 없다”라면서 “이자이익은 기업대출과 개인대출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