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턴어라운드 목표로 비용효율화 통해 수익성 확대저가형 우주패스 서비스 신규 가입 중단…자체 혜택 강화큐텐과 협상 결렬 이후 매각 재도전 나섰지만 전망 '부정적'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11번가가 내년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목표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 9월부터 오픈마켓(OM) 사업 기준 월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SK스퀘어)
우주패스 신규 가입 중단…수익성 강화 VS 경쟁력 축소
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오는 4월1일부터 우주패스 미니와 슬림 상품의 신규 가입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11번가는
SK텔레콤(017670)과 제휴를 맺고 아마존 상품 무료 배송 등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서비스 '우주패스'를 운영해 왔다.
당시 11번가는 아마존 상품 무료 배송과 1만원 할인쿠폰, 11번가 사용 가능 3000포인트, 구글원 멤버십 100GB 12개월 무료, 기타 제휴점 할인 등을 결합한 우주패스 '올'과 아마존·11번가 혜택은 동일하고 구글원 멤버십과 웨이브 라이트 멤버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미니'를 론칭했다. 이어 이듬해 하반기에는 '라이프'와 커머스에 특화된 '슬림'을 출시하며 총 4가지 라인업을 운영해 왔다.
4가지 제휴 상품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인 미니와 슬림의 신규 가입을 중단키로 결정한 것이다. 미니와 슬림이 각각 월 4900원, 2900원에 운영됐던 반면 올과 라이프의 경우 월 9900원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부터 진행되어 온 수익성 개선 작업 하에 운영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우주패스'가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상품임에도 소비자들이 11번가를 이용하게 만드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만큼 향후 시장 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우주패스는 론칭 이후 1년 만인 2022년 8월에는 실 이용자수가 130만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 1월에는 240만명으로 늘었다.
다만, 11번가 측은 신규 가입이 중단되더라도 기존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데다 저가형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11번가 관련 혜택이 제공되는 '올' 상품이 운영되는 만큼 경쟁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우주패스 신규 가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가입 고객들은 정해진 이용 기간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주패스 제휴사로서 지출하던 비용을 다른 프로모션과 혜택으로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찍었지만 시장 전망 여전히 '부정적'
SK텔레콤의 IR자료를 살펴보면 11번가는 지난해 86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7890억원) 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간편밥상과 홈즈 등 버티컬 서비스를 통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점 등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오픈마켓(OM) 부문의 경우 지난해 12개월 중 5·6·7·12월 4차례에 걸쳐 월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월 들어서도 흑자를 달성한 만큼 3월까지 분기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기준 OM 사업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앞서 지난 2016년부터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과 효율화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에 11번가 영업이익은 2019년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달성했으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고정비용이 상승하면서 다시 적자전환했다. 11번가의 영업손실은 2020년 98억원, 2021년 694억원, 2022년 1515억원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1258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다소 축소됐으나 여전히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된 적자로 인해 기업 가치도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큐텐과 협상 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스퀘어와 협상 과정에서 지분 교환 비율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현재 11번가의 매각가로는 6000억원대에서 1조원대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6000억원도 높은 금액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매각가를 내리지 않고서는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대주주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000억원 이상으로 매각 가격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라면서도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이전보다 크게 하락한 만큼 그 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언급도 있는 상황으로 매각 가격을 기존 대비 낮추지 않는다면 여전히 매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