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마이크로바이옴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맵탱 글로벌BM 채용 진행…글로벌 체제 가속화 집중70년대생 젊은 임원진 전진 배체하고 임원 체계 개편
식품업계의 3·4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경영권을 이어받을 차기 후계자들이 모두 글로벌과 신사업 등 비중이 높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를 필두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고, CJ제일제당은 오너 4세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지난 2022년 10월부터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SPC 역시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성장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삼양식품(003230)은 창립 60주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서 순조롭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70년대생 젊은 임원진을 전진 배치하고 임원 체계를 개편하면서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 중심 체제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 전경.(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단백질·마이크로바이옴 등 신사업으로 추진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본부장이 전략 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그룹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전병우 상무는 미래 신성장 사업 발굴과 함께 김정수 부회장을 도와 글로벌 시장 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식물성 단백질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등이 꼽힌다.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푸드케어'를 실현하고, 삼양라운드힐(구 삼양목장)을 예방의학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고단백 원물인 콩에 대한 기술 연구도 강화한다. 이를 활용해 대체육 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강화한 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식품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양라운드스퀘어 사내이사로 김홍범 삼양스퀘어랩 연구소장이 선임됐다. 김 연구소장은 1974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회미래연구원 등을 거쳐 2022년 삼양식품 식품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열린 비전선포식에서도 전 상무는 “식물성 단백질 사업이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매개체로써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양한 응용 제품 연구를 통해 원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더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 60년 전 존재하지 않았던 라면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수 부회장과 글로벌사업 역량 강화 집중
전 상무는 어머니인 김정수 부회장을 도와 글로벌사업 역량 강화에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 상무가 지난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만큼 김 부회장과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66.63%를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에는 67.84%로 비중이 확대됐다. 큰 변수가 없다면 지난해 매출액 중 해외매출 실적은 67%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환산 시 지난해 수출액은 최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밀양공장과 시너지 효과는 물론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에 입점을 완료하면서 주류 채널로의 진출을 확대했다. 앞서 수출액은 지난 2020년 3703억원, 2021년 3886억원, 2022년 6057억원으로 매년 성장해 왔다. 지난해 3분기 수출액은 5876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4507억원)대비 30.37% 급증했다.
향후 전 상무가 개발에 참여했던 제품인 맵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삼양식품의 맵탱 브랜드마케팅(BM)팀은 글로벌 파트 인원 채용을 시작했다. 글로벌 BM은 미국·중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맵탱 신제품 개발과 브랜딩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외에도 전 상무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삼양애니를 주축으로 한 이터테인먼트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양애니는 한국 음식의 매력을 디지털 콘텐츠와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통해 확산시켜 글로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간다는 목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김정수 부회장 신년사 영상 캡쳐.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 확보 '체제확립'
이 가운데 사업형 지주로서 삼양라운드스퀘어(구 삼양내츄럴스)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전 상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삼양애니의 지분 100%와 그 외 자회사인 삼양에스테이트 지분 100%, 알이알 지분 60%를 갖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삼양애니와 삼양에스테이트 등 자회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구조다.
삼양식품 지분 역시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총 263만587주(34.9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전 상무가 보유한 삼양식품 관련 지분은 0.59%로 전인장 회장(3.13%)과 김정수 부회장(4.33%)를 비롯한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8.56%로 집계된다. 단순히 삼양식품 관련 지분만 보면 낮은 수준이지만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 대다수를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상무의 경우 지난 2021년까지 지분이 공시되지 않았으나, 2022년 공시부터 주식 2만6862주를 소유하며 지분 24.2%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회장은 주식 3만5450주(지분율 32%), 전인장 회장은 1만7650주(15.9%)를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70년대생의 젊은 임원진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시장에서는 1994년생인 전 상무의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인사에서 1968년생인 삼양식품 김동찬 대표이사 상무의 전무 승진을 제외하면 새롭게 상무로 진급한 한세혁 삼양식품 구매·SCM본부장(1977년생), 김경미 삼양식품 소스브랜드부문장(1978년생), 김주영 삼양차이나 법인장(1972년생) 모두 1970년대 생이다.
이외에도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이사 직급을 폐지하고 상무보 직급을 신설함으로써 임원 체계를 개편했다. 결재 단계 간소화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고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전신인 삼양내츄럴스 당시부터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삼양식품그룹의 지주사로서 그룹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라며 "향후 지주사로서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