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은행(024110)의 해외 자회사가 제 역할을 해주면서 전체 실적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빠른 속도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1년 새 해외 익스포저가 급증했고, 위험가중자산 산정 과정에도 오류가 있어 건전성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IBK기업은행.(사진=기업은행)
해외 실적 '쑥'...당기순이익 크게 늘어
기업은행은 알짜 해외 법인 3사를 바탕으로 해외 법인 늘리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법인인 기업은행(중국)유한공사를 시작으로 2019년 인도네시아, 2021년 미얀마에 진출했다.
특히 미얀마 법인의 경우 지난 2021년 1월 설립 후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세계 경기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해외 법인 투자금 회수 시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3국 모두 은행업으로 진출한 영향과 비용 절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내에서 은행업은 금융업종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은행도 대형은행이 총자산의 49.7%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는 금융산업 발전 초기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출 후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 중 법인 형태로 미얀마에 진출한 곳은 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은행의 해외 법인은 모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중국)유한공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278억8600만원, IBK인도네시아은행은 130억3800만원, IBK미얀마은행 11억9700만원이다. 중국법인의 경우 지난 2022년 3분기 274억300만원에서 1년만에 4억8300만원 순익 규모를 키웠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법인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022년 3분기 57억2500만원에서 1년만에 127.7% 성장했으며, 미얀마 법인은 같은 기간 7억4600만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BK미얀마은행은 선제적인 내부통제 강화로 영업기금을 안정적이게 운용하고 임차료와 고정비용 절감 등으로 흑자 전환을 실현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얀마 법인의 매출 성장 대비 당기순익 개선 폭이 컸다. IBK미얀마은행 매출은 2022년 3분기 22억17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39억4100만원으로 17억2400만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9억4300만원 늘어 매출보다 2억1900만원 큰 증가 추이를 보였다. 해외 이익 증대를 통해 추후 수익구조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해외 법인 3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20억9100만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의 2%를 차지한다. 기업은행은 폴란드와 베트남 진출도 진행 중이다. 현재 양국 모두 현지 금융당국과 법인 인가를 두고 협의 중이다.
해외 리스크 확대...호주 위험가중자산 산출 오류?
하지만 기업은행의 해외 익스포저는 지켜봐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한데다 일부 국가의 산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기업은행의 익스포저 총액은 288조295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03조2278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해외 익스포저는 지난 2022년 7조6324억원, 지난해 8조3343억원으로 커졌다. 기업은행 총 위험가중자산은 13조89억원, 해외 위험가중자산은 5조5415억원에서 5조6316억원으로 901억원 증가했다.
특히 호주 익스포저 증가세는 눈에 띄었다. 지난 2022년 3분기 호주의 익스포저는 1148억원, 위험가중자산금액은 598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과 기타 국가를 제외한 익스포저가 있는 26개국 중 각각 9위와 10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익스포저와 위험가중자산금액은 각각 1744억원과 2349억원으로 1년 새 각각 51.9%, 292.8% 증가해 26개국 중 여섯 번째와 네 번째 큰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타 국가의 익스포저와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크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측은 위험가중자산의 경우 일시적인 오류로 인한 수치일 뿐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위험가중자산을 쌓는 프로세스는 미국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부여하는 신용평가 등급을 기반으로 한다.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호주 기업의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지난해 3월 기업은행이 보유한 호주 채권 기업들에 대한 S&P의 신용평가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기업은행의 산출 자료 추출 오류 등의 이유로 신용평가 과정에서 일시적인 수치 급등이 발생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호주 익스포저와 위험가중자산은 일시적인 오류로 인해 증가했으나, 호주 내 기업 신용도는 문제가 없다”라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공시에는 정상적으로 산출된 수치가 기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