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미국 법인 실적 감소에 해외 매출 6년 만에 주춤직수출 줄이고 현지생산 늘리면서 베트남 실적 하락미국 매출 32% 차지…전담조직 신설 등 경쟁력 확대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오뚜기(007310)가 국내 식품시장 성장 둔화에 대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6년 만에 해외 실적이 역성장하면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CJ제일제당(097950)·
농심(004370)·
삼양식품(003230) 등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후 외형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 30%가 넘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 현지 냉동·소스공장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오뚜기)
3분기 해외 매출 24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 감소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현재 중국과 뉴질랜드·베트남·미국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 중이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베트남에 제조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냉동·소스공장을 증설하면서 현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베트남·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 하락이 이어지면서 오뚜기는 글로벌 사업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해외 매출액은 2493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2575억원) 대비 3.18% 감소했다. 해외 매출 실적은 2015년 1880억원에서 2016년 1833억원으로 2.5% 감소한 이후 약 6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꺾였다.
해외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지난 2022년부터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매출 10%를 돌파했으나, 지난해 매출 비중은 9%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말 해외 매출 비중은 9.52%로 지난 2021년 9.99% 대비로도 0.47%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해 3월 황성만 대표이사 사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수요 창출하는 제품과 함께 해외 소비자 니즈를 겨냥해 글로벌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에도 오뚜기는 해외에서 진·보들보들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할랄라면시장 진입 계획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오뚜기는 지난 2018년부터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에 제조 공장인 박닌공장을 준공하면서 직수출과 현지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007년 베트남에 판매 법인을 설립,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현지에 판매해왔다.
이에 따라 2018년 당시 226억원 규모던 베트남 법인의 매출액은 2019년 278억원, 2020년 347억원, 2021년 452억원으로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다. 이어 2022년에는 646억원으로 매출액이 증가한 바 있다.
베트남 법인 매출 나홀로 감소…현지 생산 확대에 영향
하지만 지난해 들어서 해외 매출액 중 20% 가량을 차지하는 베트남의 매출액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베트남 법인 매출이 508억원으로, 전년동기(526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업체 측은 내수 비중이 증가하면서 판매 법인의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오뚜기는 베트남 법인을 통해 현지 라면, 식품 생산공장에서 라면(봉지·용기·컵), 소스, 양념장, 프리믹스류 등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 생산 매출은 85%를 차지하고 있다. 본사 내수용 제품 수출액은 베트남 현지 매출의 10~15%다. 최근에는 베트남 현지 자체 생산제품의 현지화, 베트남 내수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뚜기와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의 경우 매출 실적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오뚜기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6년 베트남 식품법인을 설립, 지난 2022년에는 베트남 제조공장인 키즈나 공장을 준공했다.
제조 공장 설립은 오뚜기보다 늦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베트남에서 CJ제일제당의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인 CJ푸드베트남의 매출액은 1634억원으로 오뚜기의 매출액(508억원)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1560억원)대비로도 4.74% 성장한 수치다.
미국이 해외매출 32% 차지…생산공장 증설로 경쟁력 확대
최근 오뚜기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시장 역시 매출 성장도 부진한 상황이다. 3분기를 기준으로 2022년 688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813억원을 기록하며 18.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법인은 전체 해외 매출 비중에서 32.61%를 차지하며 베트남 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전 세계 라면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이미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등 쟁쟁한 식품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인 만큼 현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체 별로 매출 성장률은 차이를 보였지만, 오뚜기와 미국 내 매출액이 비슷한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액 925억원을 기록 중으로, 직전연도 동기(384억원)대비 약 140.89% 증가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오뚜기 대비 7.7배 높은 성장세다.
이에 오뚜기는 미국 영업·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 현지 냉동·소스공장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오뚜기가 보유한 미국 법인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출과 판매만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베트남 법인은 자체적으로 현지 생산 제품을 더 판매할 수 있도록 영업과 마케팅, 신제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영업·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 현지 냉동·소스공장 증설을 진행 중"라며 "이를 통해 지난해 대비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