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고금리로 인한 채권 발행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가 올 상반기 1조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데 이어
대한전선(001440),
일진전기(103590) 등이 상반기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다. 증권가에선 유상증자 주관이 주식자본시장(ECM)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필연적으로 실권주 리스크 상존하고 있어 증권업계는 해당 기업 가치를 어떻게 시장에 설득할지 고심이다.
유상증자 잇달아…높아진 채권발행 금리 탓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총 1조357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주주배정 방식으로 LG전자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선배정한 후 실권주를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신주 발행가는 주가에 20% 할인율을 적용하게 되며 내달 2월29일 확정된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4곳이 대표주관한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1월26일로 1주당 신주배정 주식수는 0.3178939325다.
LG디스플레이 이외에도 시장에선 유상증자가 이어진다. 최근 높아진 채권 발행 금리 부담의 여파가 원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공모 방식 유상증자 예정액은 총 2조1895억원으로 지난 한해 유상증자 공모액 6조6121억원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주요 유상증자 건으로는 대한전선 5258억원과 일진전기 995억원, 진원생명과학 667억원, 삼성제약 406억원 등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림그룹의 해운사 팬오션도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채권시장 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실적 약화 등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라며 "크레딧 시장도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 IB토마토)
실권주 리스크 상존, 시장 설득 '관건'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에선 대표 주관회사들이 잔액인수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 금액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이 각각 전체 발행 물량의 27.5% KB증권이 25%,
대신증권(003540)이 20%를 맡는다. 금액으로 따지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3734억원, KB증권은 3395억원, 대신증권은 2716억원이다.
지난 2년간 디스플레이 불황기를 보낸 LG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 시장 전망에선 적자 탈출이 전망된다.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무난한 완판이 예상되지만 혹시 모를 실권주 리스크는 여전히 주관사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앞서 작년 시장에서 화제를 낳았던
CJ CGV(079160)의 자금 조달과정의 경우 오랜 관계를 맺어온
미래에셋증권(006800)이 발행에 불참한 바 있고 실권주를 발행사가 떠안아 손실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어 지난해 7월 진행된
SK리츠(395400) 유상증자에선 총 600억원어치 실권주가 발생해 실권주 잔액인수 계약에 따라 최종 실권주인 1450만973주를 주관회사 및 인수회사인 한국투자증권(60.6%), 신한투자증권(30.3%), SK증권(6.06%), KB증권(3.04%)이 나눠 인수해야 했다. KB증권의 경우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를 주관하며 발생한 신주 530만주의 71.89%에 달하는 실권주 381만여 주를 떠안으면서 2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노력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한다는 시장의 인식이 높고 실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 주체들도 공개된 재무 정보를 알고 있어 주관사 입장에선 시장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유상증자는 기업 운영에 있어 좋은 시그널로 읽히지는 않는다. 영업 활동을 통한 당장의 현금 수급이 어렵다는 반증으로 회사의 일부를 팔아 당장의 운영을 유지한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분가치 희석으로 주식시장에서도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유상증자는 일반적인 자금 조달보다 다루기 어려운 딜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유승증자는 계속된다. 신사업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고 당장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입장에선 유상증자 주관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점점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3분기부터 각국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서 일부 회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각 발행사들이 채권 발행 보다는 주가에 따라 더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상증자로 선회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 미국 대선을 비롯한 대내외 잠재적 리스크들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 예상돼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안정성 강화를 꾀하는 발행사들이 늘어났다"라며 "유상증자는 통상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평가받지만 확보된 자금을 통해 추후 설비투자나 금융비용 부담 감소 등에도 쓰여 시장도 기업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