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코리안리(003690)가 새해에도 계속되는 하드마켓 추세로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드마켓은 보험 요율이 높은 시장을 뜻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보험료가 높아 공급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사이클에 돌입했다. 글로벌 재보험에 대한 수요 확대로 보험료 갱신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영업과 함께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공동재보험 추가 계약도 투자손익에 청신호다.
글로벌 ‘하드마켓’ 사이클 지속…해외 수재보험료 증가
9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재보험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드마켓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나 홍수, 지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원수 보험사의 재보험 필요성과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유계약 갱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지난해 심화됐던 재보험 수요-공급 불일치가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재보험사가 보험료 요율을 더 높게 인상하고 언더라이팅(인수 심사)도 강화하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코리안리)
재보험 계약은 거래 양상에 따라 임의재보험(개별 위험 대상)과 특약재보험(사전에 정해진 조건 등 특약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통상적인 재보험 거래에서는 특약재보험이 사용된다. 재보험 특약은 매년 요율과 보장범위 등에 대한 갱신이 이뤄진다.
특약 갱신은 연중 1월이 핵심으로 꼽힌다. 주요 갱신 시즌은 1월과 4월, 7월 등인데 글로벌 재보험 시장 전반에 걸쳐 갱신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리 역시 1월 특약 비중이 가장 높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며 "보험 종목별로 다르지만 하드마켓 추세에 따라 재보험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약마다 요율 산정이 다르겠지만 영향과 방향성은 맞다"라며 "하드화가 지속되면 수재하는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설용진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현재 하드마켓 트렌드와 특약 갱신 결과가 보험료에 약 2년에 걸쳐 반영된다”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내 재보험 시장의 마진 개선과 해외 재보험 시장 중심의 성장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리안리는 성장성이 둔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영업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 총 12개 해외점포(자회사·지점·주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코리안리 측은 하드마켓 상황에서 신규 수재가 증대하고 요율 인상 영향으로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재보험료 5조7180억원 가운데 해외 수재 규모는 1조961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120억원 대비 8.2%(1490억원) 증가했다. 구 회계제도(IFRS4) 기준 해외 수재 비중은 26.1%에서 34.1%까지 상승했다. 해외 영업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보험 시장 변동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동재보험 수재 확대로 투자영업 성장 기대감
공동재보험을 통한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도 주요하게 거론된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영업보험료 전체를 출재해 보험위험부터 금리 및 해지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한다. 일반적인 재보험과 달리 저축보험료 금리 역마진 문제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코리안리에 따르면 대규모 공동재보험 계약은 특히 투자영업 측면에서 재원을 늘려 투자영업수익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 2022년 신한라이프 2300억원,
삼성생명(032830) 5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을 체결한 것에 이어 지난해 12월 삼성생명과 7000억원을 추가 계약했다.
공동재보험은 원수사의 보험부채 내 금리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출재 보험사의 부채를 감축하는 것으로 보험사 자본 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금리하락 시점에서 K-ICS 비율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만큼 보험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번 추가 계약에 따라 코리안리가 공동재보험으로 이전받은 자산 규모는 총 1조4000억원이다. 코리안리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8조7314억원으로 확인된다. 투자손익의 경상적인 수익성 증가가 언급되는 이유다.
IFRS4 회계 기준 코리안리의 투자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25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1%(557억원) 증가했다. 보험영업과 투자영업 구조가 바뀐 새 회계 기준(IFRS17) 1837억원으로 영업이익(3786억원) 성장을 이끌고 있다.
코리안리는 투자영업이익 가운데 채권 이자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3억원 증가한 배경에 대해 “공동재보험 운영 목적 등 채권투자 규모가 확대됐고, 금리 상승으로 채권 보유 이원이 증대했다”라고 설명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국내 영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재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인데, 그중 하나가 공동재보험”이라면서 “공동재보험을 수재하면서 운용자산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에 따른 수익도 커진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