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조정호 회장 한국기업거버넌스 경제부문 대상 수상주주 친화 지배 구조 개편 자본 시장 발전 이끌었단 평가개편 후 회사도 확장세 당기순이익 2조 클럽 가입 유력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소유와 경영의 분리’, 대한민국 경제계의 영원한 화두인 이 명제에 대해 최근 한 금융사 오너의 발언이 시장의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메리츠금융그룹의 조정호 회장으로 조 회장은 “(오너 일가의) 승계는 없고 대주주의 1주와 개인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라며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우리의 모든 주주환원 행보의 기저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지난 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KCGI자산운용이 공동주최한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에선 메리츠금융그룹의 조정호 회장이 경제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주최 측은 대상 선정에 대해 ”조 회장이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선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 후 상장을 이르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경우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 연달아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진행했고 그 후폭풍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진행됐다.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몫이었다.
(사진=메리츠금융그룹)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에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른바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으로 개편 이전 76%에 육박했던 조 회장의 지분율은 개편 후 47%대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 대신 조직의 파이를 키우는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권 방어 문제에 대해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라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밝히며 ‘원(ONE)-메리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조 회장이 평소 가진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라는 신념은 한 걸음 발길을 내딛였다. 이와 발맞춰 메리츠금융은 지배구조 개편 후 첫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 메리츠는 출범 첫해 당기순이익 '2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7997억원이다. 올해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3.1%로 은행은 물론 공격적인 금융투자업계에서 조차 이례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회사의 성장성 확대와 함께 주주친화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통합 실제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한 지난해 11월21일 이후 현재까지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총 3회에 걸쳐 약 84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300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임시주총에서는 자본준비금 감액을 결의, 배당가능이익으로 2조15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시상식에서 조정호 회장을 대신해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수상했다. 김 부회장 역시 수상하며 메리츠금융의 경영철학을 이어갔다.
김 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개미투자자와 함께 웃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해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가계와 기업이) 함께 웃는 방식이 이득이며 (메리츠금융이 실제) 그렇게 했더니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라고 강조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