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장남 측 지원군으로 나서공개매수 선언 2일 만에 공개매수가 상회한 주가오스템 땐 경영권 방어 백기사 자처한 MBK 불과 몇 개월 만에 선회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000240) 지분의 공개매수를 선언해 시장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MBK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한국앤컴퍼니 지분 최소 20.35%, 최대 27.3%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이번 공개매수는 오너 일가 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결과지만, 시장에선 현 경영진의 무난한 경영권 방어를 전망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나선 MBK
7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이달 5일부터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에서 27.32%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매수 목적은 M&A(인수합병)로 공개매수가격인 2만원은 공개매수일 이전 1개월 및 3개월 간의 가중산술평균 주가인 1만4187원, 1만2887원보다 각각 41%, 55%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사진=한국앤컴퍼니)
이번 MBK파트너스의 지분 매수는 한국앤컴퍼니그룹 오너인 조씨 형제의 경영권 분쟁 2차전 성격을 띠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당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장남 조현식 고문 대신, 차남을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조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이에 반발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 인사에서 조 고문이 부회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나 경영권을 상실했고, 2022년 4월엔 서울가정법원이 조 이사장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완결되는 듯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조씨 형제의 경영권 다툼은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2차전을 맞았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와가 계획대로 20.35%에서 최대 27.32%의 지분을 시장에서 사들이게 되면 조현범 회장이 보유한 42.03%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너무 낮은 공개매수가 예고된 실패
(사진=MBK파트너스)
명분론에서는 조 고문과 MBK측이 먼저 승기를 잡는 모양새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인 조현범 대표의 사업 리스크를 거론하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했다.
MBK파트너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앤컴퍼니는 최대주주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를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른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중장기 성장 전략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현식 고문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자신이 경영 일선에 나설 일은 절대 없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고문과 MBK의 공개매수는 공개매수를 선언한 다음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것은 현재 주가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의 공개매수가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는 전날보다 29.90% 상승한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일엔 전날 대비 5.03% 하락한 2만75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7일에는 다시 전날 대비 6.51% 상승한 2만2100원에 장을 마쳐 불과 며칠 사이에 공개매수가를 웃도는 가격이 형성됐다.
이에 공개매수 발표 직전 공개매수 계획이 사전에 누출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이달 1일과 4일 5.5%, 9.1%씩 올라 이틀 동안 총 15% 넘게 급등했다. 거래량도 양일간 각각 57만여주, 59만여주로 지난 10월 일평균 거래량 16만3300주 수준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공개매수 전 거래량이 급증한 한국앤컴퍼니에 대해 매수계좌와 거래방법 등을 들여다보며 문제가 없었는 지 파악에 나섰다.
명분도 승산도 낮은 싸움에 MBK 참전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명분으로 했지만, 기업을 인수하고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표면적 명분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명목상 목적은 허울뿐이고 결국 경영권 전쟁에 참여해 이익을 보고 나가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투자전략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사모펀드의 경영권 참여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대표격인 KCGI펀드가 있다. KCGI는 올해 초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 에브리컷홀딩스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의 3대 주주(지분 6.92%)가 됐다. 에브리컷홀딩스는 공개 주주 서한을 통해 "후진적인 지배구조 탓에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라며 최규옥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명목상 목적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주주인 최규옥 회장(20.6%)은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연합인 UCK컨소시엄에 보유 지분 일부 지분(9.16%)을 넘겼다. 컨소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를 통해 2월24일까지 최대 1117만 주를 주당 19만원에 공개 매수했다. 결국 KCGI는 공개매수에 응하며 엑시트했고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UCK컨소시엄의 주축 중 하나가 바로 MBK파트너스였다. 오스템임플란트 건 당시에는 오너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나섰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 한국앤컴퍼니에선 전혀 반대되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MBK 참전 이유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발생하는 지분 이익에 목적이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실제 조현식 고문과의 MBK사이의 계약에선 혹시 모를 배신 행위에 대한 방어적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원매자 등장 시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이사장의 지분을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현식 고문과 MBK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조 고문 측은 또 MBK의 동의 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MBK 독단으로 진행한다면 시작도 못해봤을 정도로 무리인 사업이겠지만 2대주주의 지분이 확보된 만큼 해볼 만하다 판단한 것 같다"라며 "다만 현재 오너의 지분이 상당하고 후계자 선정이 마무리된 만큼 명분도 실리도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너의 법적 리스크가 문제라면 우리나라 대기업 거의 모두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실제 명분이라고 볼 수도 없다"라며 "다만 형제간의 지분싸움이니 만큼 다소 감정적인 의도가 섞여있을 수도 있고, 성공 가능성은 적지만 된다면 역대급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딜이고 그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