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은행이 3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왔던 충칭지점 설립 계획을 접었다. 중국 내 소비 3위 지역인 만큼 지점을 늘려 실적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으나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지점 개수 늘리기에는 실패했으나 중국 내 실적은 지난해 대비 올라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본점 (사진=하나은행)
4대 은행 중 중국 지점 최다
4대 시중은행 모두 중국에 진출해 현지 영업을 하고 있으나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본점 포함 25개,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19개, 우리중국은행 22개,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 6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까지 하나은행유한공사는 총 10개 영업점을 운영했으며 2014년 외환은행유한공사를 합병해 지점을 30개로 늘렸다.
상반기 기준 4대 은행 중 충칭에 지점이 있는 은행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중국법인인 중국우리은행의 경우 국내 은행 최초로 충칭에 분행을 개점했다. 중국인과 중국기업에 대한 개인금융, 기업금융, 외환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5년 17번째 영업점인 중국 현지법인의 충칭 분행을 개점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대개발 및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지역이 충칭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계 기업과 교민, 중국 현지 기업 및 글로벌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은행유한공사를 앞세워 중국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 영업수익은 지난 2015년 1338억원에서 지난해 말 5266억원까지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806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의 추이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연말에는 지난해 영업수익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이익도 2016년 흑자전환을 한 후로 2018년에는 54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 평균 대비 낮은 실적을 보였으나 다음해인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84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 972억원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 반등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유한공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은 2806억원, 상반기 순이익은 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 2596억원과 상반기 순이익 64억원 대비 각각 8%, 17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 경제가 4분기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지난해 말 연간 971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는 달리 연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충칭지점 설립은 무산
꾸준한 영업실적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2020년 설립을 계획한 충칭지점은 개점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12월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에 진출했다. 멕시코, 러시아 등에 비해서는 이르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설립된 캐나다와 독일에 비해서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진출했다. 하나은행유한공사는 현재 베이징에 법인 본점을 두고 있으며 현지 지점은 총 24개로, 법인과 지점을 합쳐 모두 25개 국외지점이 중국에 위치해 있다. 하나은행유한공사는 △베이징 △상하이 △톈진 △션전 △칭다오 △옌타이 △장춘 △다롄 △광저우 △난징 △시안 등 12개 도시의 지점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 중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동북3성 등을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유한공사는 하나은행의 해외 법인 중 총자산이 가장 많은 법인으로, 해외 실적을 견인하는 주요 법인이다. 해외 사업의 중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당시 충칭 지점을 새로 열어 실적 확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0년 연내에 중국 충칭지점 설립 완료를 목표로 절차를 밟았다. 현지 당국의 승인과 설립 모두 지난 2020년에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일정이 밀려 당시 다음해인 2021년에 완료해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말 사업보고서에서도 중경의 지점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2021년 말 사업보고서에서는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하나은행이 25번째 지점 개점을 계획한 충칭시는 중국 중서부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소비시장 중 하나다. 단일도시로는 최대 규모인 3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소비시장이 구축돼있다. 지난 2015년에는 광저우와 선전을 제치고 소비재 판매 총액 3위 도시로 올라섰을 만큼 소비가 활발한 지역이다.
충칭시뿐만 아니라 침체됐던 중국시장이 살아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 3분기 성장률이 4.9% 수준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돼 예상치인 4.5%를 상회했다. 내수 경기를 중심으로 4분기에도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중국 정부도 추가 경기부양책 도입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은행의 충칭지점 신설 불발이 아쉬운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충칭 지역에 지점 개설을 검토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