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철강(104700)이 철근 시장 침체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에 신사업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지난 2020년 단조강 사업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어 신사업 진출에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철근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마땅한 신사업이 없다는 점도 신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한국철강)
철근 가격 하락에 생산량 및 실적 '뒷걸음'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철강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485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5304억원)보다 8.5% 줄었다. 영업이익도 올해 상반기 5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71억원)보다 2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가격 하락이 꼽힌다. 올해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근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철강은 철근 생산을 단일 사업으로 하는 기업으로 철근을 소비하는 건설 산업의 업황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철강 평균 철근 판매 가격은 톤당 100만4천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판매 가격(109만4천원)보다 8.2% 하락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철근 판매량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감소했다. 한국철강이 올해 상반기 판매한 철근양은 46만7천톤으로 지난해 상반기(47만4천톤)보다 7천톤 줄었다.
생산 비용 증가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전은 올 2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한국철강이 올해 2분기 추가적으로 부담한 전기요금은 7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철강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을 이유로 철근 가격을 톤당 5천원 인상했지만 철근 수요 감소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땅한 '신사업' 없어…보유 현금으로 '버티기'
철근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철근 제조사들이 신사업을 통해 침체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존 철근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철근 사업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철강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하게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철근 수요 중 90% 이상이 건설 산업에 집중돼 있어 철근사업과 연계한 새로운 분야 진출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철근과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신사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철강은 지난 2020년 단조강(기계, 조선에 들어가는 철근의 일종) 사업을 접은 경험도 있다. 과거 단조강 사업에서 철수했던 경험 때문에 쉽사리 신사업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에서는 한국철강이 시간을 두고 신사업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처럼 경영 환경이 1년 사이에 급변하는 경우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철강은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859억원으로 지난해 말(3328억원)보다 1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116억원을 배당해 현금이 빠져나갔지만 노후 설비를 매각하며 확보한 현금 80억원과 관계사인 진일인터내셔널 청산으로 돌려받은 현금 45억원을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
진일인터내셔널은 한국철강에 철스크랩(고철)을 공급하는 계열사지만, 한국철강이 철스크랩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청산했다.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며 올해 상반기 유동비율도 733%로 나타나 우수한 현금동원력을 입증했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이상일 경우 이상적이다. 한국철강이 신중하게 신사업을 고민할 수 있는 이유는 든든한 현금성 자산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부담도 전혀 없다. 한국철강은 올해 상반기 남은 차입금 74억원을 모두 상환해 차입금이 전혀 없는 상태다. 회사채도 전혀 발행하지 않아 외부 자금 의존도가 없다. 올해 상반기 한국철강의 부채비율은 15.7%로 통상 100%에서 150% 사이인 안정권을 훨씬 밑돌고 있다.
한국철강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