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대원제약(003220)의 진천공장에 들어가자 기계들이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기계들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작업복을 갖춰입은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대원제약의 진천공장은 대부분의 생산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공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기자가 방문한 진천공장의 모든 생산 과정은 자동화 기계가 수행했다. 제품의 조제, 충전, 포장, 운반, 물류 등을 위해 자동운반시스템(AGV), 원료이송시스템(TDS), 포장자동화로봇시스템, 자동창고관리시스템(WMS) 등이 적용된 로봇과 기계들이 활발히 움직였다. 대원제약은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 시리즈를 필두로, 각종 감기약에 주력하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제약사다.
대원제약 진천공장 전경.(사진=김혜선 기자)
진천공장은 원료 투입 단계부터 완제품 이송까지 모든 공정마다 최소한의 인원 외에는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작업을 기계가 스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만 리터 용량의 조제 탱크에서 만들어지는 내용액제는 파이프를 통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 충전실로 이동된다. 원료 투입 단계부터 자동화 시스템으로 사람을 거치지 않고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백승영 대원제약 제조지원 총괄 팀장(이사)은 "공장의 위치적 한계 때문에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비슷한 규모의 향남공장에서는 260명이 근무하지만 진천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80여명 인력 수준으로 운영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자동화 기계를 풀가동해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이사는 "올해는 비수기에도 활발한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비축분이 부족할 정도이기 때문에 12월까지는 직원들의 동의 하에 철야 작업을 진행하며 감기약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대원제약)
실제 기자가 방문한 공장에는 6개의 생산라인이 바쁘게 움직였다. 1·2·3라인(전문의약품(ETC)), 4라인(콜대원 파인큐), 5라인(콜대원 키즈), 6라인(프리비투스)에 개별제품들이 완성돼 갔다. 각 생산라인에는 1~2명의 인력만 기계 관리를 위해 있을 뿐 모든 과정은 자동화돼 있다.
포장 과정 또한 로봇들이 수행하고 있다. 충전실에서 완성된 개별 제품이 라인을 따라 이동하면 포장 로봇이 박스 안에 개별 제품들을 포장한다. 이 박스에 또 다른 레이저 기계가 제품의 식별 번호를 입력하고, 번호가 부여된 제품들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운반돼 파레트(Pallet)에 적재된다. 이후 자동운반시스템 로봇(AGV)이 마그네틱 선을 따라 이동하며 파레트를 자동화 시스템(WMS) 창고에 옮긴다.
(사진=대원제약)
이 같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원제약은 스틱형 파우치 제품을 하루에 285만6000포, 연간 5억6000만 포를 생산하며, 42톤의 내용액제를 동시에 제조할 수 있다. 평소라면 감기약 비수기이지만 코로나19와 독감 증가세 등의 영향으로 현재 6개 전라인은 호흡기질환 치료제 생산을 위해 풀가동 중이다. 이로 인해 실적도 크게 개선된 상태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478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3178억원)과 비교하면 50.69%의 매출 상승을 보였다.
백 이사는 "12월이 지나면 성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비축분을 쌓아둬야 한다"라며 "모든 생산 라인 중 1~3라인은 철야 작업까지 진행하고, 나머지 라인(4~6라인)은 2교대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백 이사.(사진=김혜선 기자)
이후 이어진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대원제약은 자동화 시스템에 힘입어 진천공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공장 확장의 가장 큰 목표는 '물류 고도화'다. 현재 대원제약 진천공장의 자동화 창고는 6500셀 규모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이를 1만8000셀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확장을 통해 향남공장의 내용고형제도 진천공장으로 내려보내면서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진천공장은 전체 부지 공간 2만5000평 가운데, 1만5000평 정도의 잔여 공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백 이사는 "다음 해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준공을 목표한다"라며 "물류동 옆 공간에 창고가 한개 더 들어오면 혼합박스 처리(DPS)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운반 비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향남공장에서 진천공장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백 이사는 "물류 이동 비용은 기존 택배회사의 택배비에 포함할 예정"이라며 "파레트(Pallet) 자체로 출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원제약의 주력 제품인 '콜대원 키즈'의 상분리 문제로 식약처가 회수를 권고하면서 자발적 회수를 했던 바 있다. 이후 대원제약은 상분리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 8월부터 해당 제품의 생산을 재개했다.
이에 백 이사는 "콜대원의 상분리는 제품 특성이기 때문에 품질 등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이후 상분리가 일어나지 않게 개선했고, 콜대원 키즈의 유통기한인 2년보다 길게 갖고 있어도 상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