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은행이 기업 대출 강화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타 은행 대비 기업대출 점유율이 낮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필두로 약 5년간의 전략을 세우고 단계를 밟아갈 계획이다. 다만 기업 규모별 플랜 등 큰 단위의 계획만 밝혀진 상황에서 자본 규모와 건전성까지 챙기면서 계획 실현이 가능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기업대출 점유율 상향 장기 계획 수립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8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 여신은 161조원, 가계여신은 132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158조원, 가계대출 134조원 대비 가계 대출은 2조원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3조원 증가했다. 올 들어 기업대출이 증가하면서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총여신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4%에서 55%로 비중이 늘었으며, 기업대출 증가 기조를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6년 말까지 기업대출을 237조원으로 끌어 올려 총여신 내 비중 6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기업대출 점유율 4위에 그쳐 점유율 상승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을 세웠다.
특히 대기업 부문은 매년 30%, 중소기업부문은 매년 10%의 성장을 추진한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올해 말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4조원 증가한 22조3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8조원 증가한 119조원을 달성할 예정이며, 오는 2027년에는 대기업 63조7000억원, 중소기업 174조2000억원을 달성해 총 30조원의 성장을 하게 된다.
우리은행이 공격적인 자산 증대를 하지 못한 것은 한정된 자본 때문이다. 2020년 타 시중은행이 기업 부문 자산을 공격적으로 키운 것에 반해 우리은행은 더딘 속도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본은 24조825억원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34조6230억원 △신한은행 32조1122억원 △하나은행 29조7003억원 등과 비교하면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자본의 영향으로 우리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도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16.36%로 △KB국민은행 18.4% △신한은행 18.39% △하나은행 17.78% 등에 비해 크게는 2.04%p, 적게는 1.42%p 차이를 보인다.
우리은행이 기업여신을 늘릴 때 고려할 것은 자본만이 아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도 챙겨야 하는 숙제가 있다. 상반기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총 70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636억원 대비 1375억원 증가했다. 이 중 기업여신에 대한 고정이하여신이 4968억원, 가계여신에 대한 고정이하여신은 2043억원으로 비율은 기업이 70.9%, 가계가 29.1%를 차지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4%로 지난해 동기 0.19%보다 0.05%p 증가했으며, 기업과 가계대출에 대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 0.16%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0.05%p, 0.04%p 올랐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연체율은 0%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모두 중소기업 대출에서 기록됐다. 우리은행은 건전성을 위해 내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현장을 직접 가 심사하는 방식도 강화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리밸런싱 돌입, 가능 여부는 글쎄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3대 추진 방향으로 △미래성장산업 지원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의 인프라 구축을 내세우고 10대 핵심 추진과제도 발표했다. 이어 기존 여신 공급자의 역할을 확장해 컨설팅과 자산조달 포트폴리오 및 외환 등의 솔루션 기반 영업을 하고, 아야타(IATA)항공결제 시장에서 새 수익모델을 발굴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이번달 내로 남동·송도, 창원·녹산 비즈프라임센터가 개설될 예정으로, 해당 센터를 중심으로 기업 특화 영업을 할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11개 기업 주채권 은행을 맡고 있는 만큼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계열기업 여신점유율을 높여 오는 2025년에 기업대출 점유율 2위 탈환, 2027년에는 기업대출 점유율 1위 달성을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리경쟁보다는 지금까지 쌓아 왔던 신뢰와 맺어온 관계에 중점을 두고 영업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그러나 11개 기업 이외에 새로운 대기업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금리경쟁을 통한 파이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미 타 은행과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 여신 지분을 가져오기 위한 방안은 명확히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리밸런싱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정된 대로 과도한 금리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떨어진 수익성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4분기 1.68%까지 올랐으나 올해 1분기 1.65%, 2분기에는 1.59%까지 떨어졌다. 기업대출로 이자이익을 증대시켜 수익구조를 개선시킬 계획이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부문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은 건전한 금융이 경제성장과 기업발전을 이끄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영업하고 있다"라며 "자본의 경우 기업 대출을 늘려도 자본여력에 악영향이 없도록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부실 등 연체율에 대해서는 내부 심사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에서도 지점장급과 심사관을 파견해 현장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전략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