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도입한 가운데 계리적 가정에 이어 경제적 가정도 변수로 남은 모양새다. 경제적 가정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조정이 이뤄진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매칭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오는 4분기부터 초장기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 확대…보험부채 평가액 증가 전망
1일 보험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경제적 가정은 장기선도금리(LTFR) 인하와 최종관찰만기(LLP) 연장, 유동성 프리미엄 축소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현재 시점에 맞게 현실화하려는 목적에서 조정이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을 기존 0.15%p에서 0.25%p 수준으로 확대하고 해당 금리를 내년부터 향후 3~4년간 매년 0.25%p씩 줄여나갈 방침이다. 최종관찰만기는 현재 20년에서 2025년부터 30년으로 변경한다.
현재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금리는 무위험 금리 기간구조(국채금리)와 유동성 프리미엄(변동성 조정)의 합인데, 무위험 구조 추정은 △관측기간(20년 만기 부채로 국채금리 사용) △보간기간(20년~60년 만기 부채로 20년 만기 국고채에 장기선도금리 활용해 산출) △수렴기간(60년 이상의 부채로 장기선도금리 이용) 등 세 구간으로 나뉜다.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여기서 장기선도금리는 관찰 가능한 국채가 없는 초장기 만기 구간의 금리를 추정한 값으로 올해는 4.80%가 적용되고 있다. 장기선도금리를 하향하면 보험부채에 대한 할인율이 인하되는 만큼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더욱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부채도 시가 평가하는 IFRS17 회계 기준을 도입하면서 금리상승 효과로 자본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부채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큰 폭으로 줄었고 그만큼 자본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 규모가 증가하는데, 듀레이션 차이에 따라 부채가 자산보다 크게 늘어 자본이 줄어들 수 있다.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이 커지고 해당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 할인율이 하향 조정되는 만큼 부채 평가액 규모가 증가하고 듀레이션도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종관찰만기 연장까지…보험사 초장기채 수요 커져
최종관찰만기 관측 기간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면 그동안 보간법을 이용해 금리를 산출했던 20~60년 만기의 부채 기간구조가 30~60년으로 변경된다. 만기 20~30년 구간이 새롭게 관측기간(앞선 관측기간-보간기간-수렴기간 중)으로 포함되는 셈인데, 이는 기존 보간법을 통해 산출한 금리보다 더욱 낮은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관측기간은 시장금리를 적용하지만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설용진
SK증권(001510) 연구원은 "관측구간 확대로 할인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면서 "시가평가수익률 기준 국채 20년물 금리 대비 30년물 금리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간법을 적용했을 때보다 20~30년 구간 할인율이 추가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선도금리 인하와 최종관찰만기 연장은 결과적으로 보험사가 듀레이션 매칭을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부채 듀레이션 수준까지 늘려야 하는 부담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에 따라 부채 듀레이션 증가 영향력이 더욱 커져서다. 보험사의 초장기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 영향은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기본적인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외에 자동차보험, 일반보험으로 다양한 반면 생명보험은 종신보험 위주로 이뤄져 보험계약(부채) 만기가 훨씬 길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불확실성은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에 더 큰 부담 요인이다"라면서 "보험부채 만기가 긴 생명보험 특성으로 할인율 조정의 최선추정부채(BEL) 증가와 자기자본 감소,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부담 증가 폭이 클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