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1.2조 유증 차질 땐…에코프로 7270억 '독박'
금감원 심사 강화에 BNSI 투자 계획 불확실
현금성자산 33.1% 감소…유증 차질 땐 유동성 부담
에코프로, PRS 조달에도 유증 차질 시 부담 확대
공개 2026-07-30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8일 17: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BNSI 투자에 7650억원을 투입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추가 정정 요구 가능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금감원이 올해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실제 조달 규모가 축소된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모회사 에코프로(086520)도 1978억원 규모의 BNSI 지분 취득 시점을 6월 말에서 9월 말로 미룬 상태다. 유증이 축소되거나 일정이 지연되면 에코프로비엠의 BNSI 출자 계획부터 차질을 빚고 부족한 투자 재원을 지주사가 떠안으면서 재무 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에코프로)
 
BNSI 투자에만 7650억원…유증 전망은 '불투명'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30일 1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자금 용도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BNSI 지분 취득 7650억원, 헝가리 법인 지분 취득 1500억원, 시설·운영자금 2850억원이다. 조달액의 63.8%가 BNSI 지분 투자에 배정됐다. 양극재 원료인 니켈 내재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2주 만에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이 지난 14일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 기재가 불충분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4일 정정신고서를 냈고, 조달 규모와 자금 사용 목적, 청약 일정은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효력 발생 예정일은 다음달 8일이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추가 정정 요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주주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유증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공시 보완을 넘어 할인율 산정 근거, 자금 사용 계획, 최대주주와의 이해상충 가능성, 제3자 배정의 필요성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2조 4000억원 규모로 유증을 추진하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세 차례 받은 끝에 1조 7000억원으로 규모를 절반 가량 줄인 뒤에야 심사를 통과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재차 제동이 걸릴 경우 조달 규모 축소나 일정 지연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결국 기존 BNSI 투자 계획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재무 여건도 이런 변수를 감당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양극재 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으로 판가가 내려간 데다 전기차 캐즘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현금창출력도 떨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853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 1119억원이 겹치며 잉여현금흐름(FCF)은 -2008억원을 기록했다. FCF는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지출하고 남은 현금이다.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면서 차입 부담도 무거워졌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부채는 2조 1027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 9221억원보다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은 1조 4869억원으로 7% 늘었지만 유동부채에 못 미치면서 유동비율은 70.7%에 그쳤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를 밑돌면 단기 지급 능력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동성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연결 기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1조 6315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 5424억원보다 5.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33.1% 감소한 3638억원에 그쳤다.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 규모를 크게 하회하며 유동성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달 자금 1조 2000억원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배정된 몫은 없어 이번 유증 계획이 투자 재원 마련에만 쏠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증 차질 가능성·대규모 투자지주사 부담 전가 '우려'
 
지주사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 공시에 앞서 BNSI 지분 취득 예정일을 6월30일에서 9월30일로 변경했다. 표면적인 변동 사유는 투자 일정 변경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유증 변동성에 따라 지주사의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코프로가 지난달 30일에 직접 취득하기로 했던 BNSI의 지분 규모는 1978억원이다. 에코프로의 BNSI 지분율은 현재 18.35%로 해당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19.99%로 늘어난다. 현재 보유한 지분(18.35%)은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세우는 특수목적법인(SPV)에 현물출자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도 해당 SPV에 유증 자금 중 7650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두 회사가 조성하는 출자금은 1조 5000억원이다. 이를 통해 BNSI 지분을 39%까지 확대하는 구조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 유증에서 배정 물량의 120%를 초과청약할 계획도 세웠다. 계획대로라면 해당 청약에 투입될 자금은 5292억원이다. 해당 자금은 에코프로비엠이 SPV 출자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직접 취득 1978억원, 유증 초과청약 5292억원을 합하면 지주사가 BNSI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조달해야 할 자금은 총 7270억원에 달한다.
 
에코프로의 재무 여력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에는 빠듯하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7452억원으로, 예정된 BNSI 투자 규모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별도 단기성차입금(기타유동부채 포함)은 3073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을 밑돌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부담이 혼재하고 있어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에코프로가 보유한 현금에는 지난해 증권사와 체결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반영돼 있다. 에코프로는 보유하던 에코프로비엠 주식 463만4992주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맺어 8000억원을 조달했다. PRS는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만기 시점에 주가 등락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는 구조다. 회계상 주식 매각으로 처리되면서 에코프로의 에코프로비엠 지분율은 45.58%에서 40.83%로 낮아졌다.
 
PRS로 자금을 마련하자마자 BNS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면서, 유동성 압박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다만 자회사 유증에 대한 초과청약이 성공하면 PRS 계약으로 인해 40.83%까지 떨어진 자회사 지분율을 41%대로 회복할 수 있다.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BNSI 프로젝트 자금까지 조달하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에코프로비엠의 유증 계획이 변동 없이 진행될 경우를 전제로 한다. 만약 유증 규모가 계획에 못 미치면, 에코프로비엠이 SPV에 출자하기로 한 7650억원 조달 계획부터 차질을 빚는다. 이 경우 자금 공백을 메울 곳은 결국 지주사인 에코프로다. BNSI 지분 39% 확보를 위한 SPV 출자 부담이 지주사로 전가되거나, 에코프로의 BNSI 직접취득 규모 자체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재무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증자까지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으면 투자 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되거나 제3자 투자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해 조달 규모가 축소될 경우, 예상했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다만 에코프로는 지난해 주가수익스왑(PRS)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자구안을 미리 마련해 둔 만큼, 향후 유증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유상증자를 추진한 기업 상당수가 여러 차례 보완 절차를 거쳐 증자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에코프로비엠 역시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고, 주주들에게 증자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16일 주주간담회를 열었으며 향후에도 간담회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 규모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오는 9월30일로 예정된 에코프로의 1978억원 규모 BNSI 지분 취득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