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삼양패키징(272550)이 최근 잇따라 아셉틱(무균 충전 시스템) 음료 사업 확장을 위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돌입했다. 시장 규모 확대로 신규 경쟁자들은 물론 아셉틱 설비를 보유한 대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최근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패키징은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려 리딩기업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경쟁과열 속에서 신규 공장 증설과 거래처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삼양패키징 홈페이지)
4년만에 시장점유율 20%포인트 이상 급락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패키징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사업을 영위하는 경쟁시장과 아셉틱 설비 보유 기업을 포함한 전체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시장 시장점유율은 2020년 99%에서 올해 72%로 떨어졌고, 전체시장의 경우 같은 기간 삼양패키징의 점유율은 72%에서 53%로 쪼그라들었다. 각각 20%포인트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은 경쟁사 등장과 경쟁사의 아셉틱 음료 생산라인 증설, 위탁업체의 자가설비 도입 등에 영향을 받았다. 최근 삼양패키징의 아셉틱 음료 생산라인 증설 투자 역시 시장 경쟁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아셉틱은 상온 상태에서 음료를 채워 넣기 때문에 맛이 변질되기 쉬운 음료들을 기존보다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삼양패키징은 최근 아셉틱음료 수요 증가와 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580억원을 투자해 아셉틱 6호기 생산라인을 증설, 올해 하반기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연간 1억병 수준이던 생산규모는 연간 1억5000병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아셉틱음료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8억개에서 2022년 11억7000개로 46.25% 증가했다.
2016년 시장 초기에는 차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됐으나, 2018년 커피·스포츠음료, 2021년 탄산음료·기능성음료로 점차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국내 페트(PET) 음료 중 29%를 아셉틱음료가 차지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15억개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약 28.21%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신규 경쟁자 증가로 점유율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셉틱 부문 매출은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향후에도 신규 공장 증설과 거래처 확대 노력 등을 통해 시장을 리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NICE신용평가)
아셉틱 매출 성장세 지속…전체 수익성은 저조
아셉틱 음료의 성장세에 삼양패키징의 매출액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3676억원으로 역성장했던 매출액은 2021년 3919억원, 2022년 407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삼양패키징의 매출총액 가운데 아셉틱부분 매출액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패키징의 아셉틱부문의 매출 비중은 약 52%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53%를 웃도는 수준으로 비중이 확대됐다.
다만, 삼양패키징의 매출 성장률은 2018년 9.54%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7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2017년 아셉틱 음료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연평균 10%의 매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유가 변동·전력단가 상승 등 비용 증가 요인들로 인해 수익성 역시 저조한 상황이다. 삼양패키징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523억원, 2021년 461억원, 지난해 237억원으로 지속 축소됐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7000만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2020년 14.2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 역시 2021년 11.76%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5.82%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수익성 감소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22억원 순유출되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다만, 2분기 성수기 실적 호조 영향으로 상반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8억원을 기록하며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자금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박종일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아셉틱 부문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가 변동과 전력단가 상승 등 비용 증가 요인들로 인해 최근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이라며 "아셉틱 생산라인 증설 및 패키징 재활용사업에 대한 설비투자 등으로 영업현금흐름 규모를 상회하는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투자 지속 부담…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삼양패키징의 현금창출력도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부담으로 인해 저하되고 있다. 앞서 삼양패키징은 지난 2019년부터 아셉틱 부문 증설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5-1호기와 5-2호기를 증설하면서 2020년 133억원에 수준이던 자본적지출은 2021년 318억원, 지난해 394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22억원) 대비 5배 이상 많은 119억원이 지출됐다.
매년 300억원 이상의 자본적지출이 이뤄지면서 현금창출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은 82억원의 유출이 발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올해 1분기에도 12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외부에서의 자본조달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아셉틱사업 외에도 올해 패키징 재활용사업 고도화 등으로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어 현금부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양패키징은 올해 패키징사업부문 신증설·보수유지를 위해 349억원의 금액을 상반기 동안 투자해 왔다. 향후 272억원의 투자가 더 이뤄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까지 재활용 사업 고도화 투자비용으로 43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삼양패키징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예금 포함)은 236억원 규모다.
다만, 업체 측은 6호기에 투자된 580억원이 이미 상당부분 집행된 상태인 만큼 재무부담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총차입금은 2020년 1948억원에서 올해 1분기 2065억원으로 6.0% 증가했으나, 차입금의존도 31.8%, 부채비율 85.6%의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삼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지난 8월10일 아셉틱음료 6호기 증설 투자가 완료돼 가동이 시작된 만큼 재무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추가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