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연속에 잉여현금흐름(FCF) 지난 1분기에 마이너스 전환2분기 R&D 7조원·시설투자 14조원…추가 차입은 ‘글쎄’HBM·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제품들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 전망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업황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현금 곳간이 대폭 축소됐다. 아직 재무 안전성은 탄탄한 편이지만, 올해 5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한 만큼 자금조달 필요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재고자산 감소와 함께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7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4조970억원) 대비 95.26% 감소했다. 매출은 60조1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77조2036억원) 대비 20.15% 떨어졌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에서 연속으로 수 조원대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14조7300억원,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반도체 영업손실은 4조581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9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은 지속 감소했다. 2022년 2분기 18.26%이던 영업이익률은 같은 해 3분기 14.13%, 4분기 6.11%, 올해 1분기 1.00%, 2분기 0.36%까지 떨어졌다.
실적 악화 지속에 밑 빠진 독...현금 충당 '절실'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의 현금 보따리는 줄고 있다. 삼성전자 올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금 등 자산은 97조1252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 125조3523억원 대비 22.5% 감소한 것이다. 현금 등 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외에도 단기금융상품, 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을 포함했다.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도 감소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올 2분기 8.17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4.14조원) 대비 반절 정도 줄었다. 직전 3분기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18.9조원, 4분기 18.6조원, 올 1분기 6.2조원으로 급감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줄어드는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늘어나면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 또한 적자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시설투자에만 약 25조원을 투입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5746억원인데 반해 시설투자(CAPEX)에는 10조7388억원을 쏟으면서 FCF는 마이너스 7조9711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당기순이익 1조7200억원에 CAPEX에 14조5000억원을 투자해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FCF가 적자로 전환하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깼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 20조원을 연 4.6% 이자율로 빌렸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1년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22년 만에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현금 필요성이 확대됐다는 일종의 ‘시그널’인 셈이다.
한편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동비율은 이번 2분기 288%, 부채비율은 25%, 순차입금비율은 -25%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 고덕 사업장 (사진=평택시, 연합뉴스)
삼성전자, ‘미래’에 베팅…상반기 시설투자만 25조원
삼성전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집중 개발 및 투자에 나섰다.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이번 2분기 7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6조2500억원) 대비 15.2%, 지난 1분기(6조5800억원) 대비 9.4% 증가해 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판관비 중 연구개발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나타내는 매출 비중은 올 2분기 12.0%을 차지해 전년 동기(6.25%) 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시설투자는 올 상반기 25조원을 넘어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는 1분기에 9.8조, 2분기에 13.5조로 92%가량에 달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하반기 시설투자는 26조~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금고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규모를 늘려가는 가운데 추가적인 차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추가적인 차입 계획의 경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다.
갤럭시Z플립5, 갤럭시Z폴드5 (사진=삼성전자)
HBM·폴더블폰, 하반기 수익성 개선 이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생산량 조정 및 수익성 개선을 통해 투자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품별로 생산 및 판매 전략을 다르게 할 방침이다. 가격 하락으로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낸드 중심으로는 생산 하향 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AI용 서버가 주목받으면서 2분기 실적을 견인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생산과 판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 오퍼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고자산은 감산 효과로 인해 점차 안정화에 접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2020년 32조원, 2021년 41조원, 2022년 52조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2분기 재고자산은 55조원까지 증가했으나,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D램과 낸드(NAND) 재고는 5월 피크를 기록하고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도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를 공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국내 갤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3재우 1대를 폴더블로 판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IB 토마토>와 인터뷰에서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반등으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라며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NAND 감산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연말을 지나면서 감산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