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치매 치료제 임상 실패 등계약부채로 161억원 유출…2년 만에 임상 실패 '반복'재고자산 및 매출채권 급증…전반적인 현금흐름 부정적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현대약품(004310)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7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질환 치료제(BPDO-1603) 임상3상 실패로 무형자산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계약부채 항목으로 현금이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이 급증하면서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현재 현대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대부분 임상1상과 임상2상에 머물러 있어 단기간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약품 공장 전경.(사진=현대약품)
영업활동현금흐름 -14억원…계약부채로 161억원 유출 원인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올해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4억원 기록했다. 이는 7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된 것이다. 특히 당기순이익(누적기준)은 48억원으로 전년 동기(36억원)보다 늘었음에도 운전자본의 변동으로 225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운전자본의 변동 중 가장 큰 원인은 계약부채로 161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계약부채의 감소는 임상3상에 있던 노인성질환 치료제(BPDO-1603)가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임상 실패로 무형자산손상차손 131억원이 비현금 조정으로 환입됐지만, 계약 금액을 반환하면서 계약부채 항목으로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재고자산 증가로 69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47억원) 대비 46.8%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매출채권도 크게 증가하면서 31억원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된 가운데 투자활동현금흐름(-18억원)과 재무활동현금흐름(-40억원)이 모두 적자 전환하면서 보유 현금도 지난해 말 302억원에서 올 상반기 232억원으로 23.4% 줄었다. 구체적으로 단기차입금 70억원을 빌렸지만, 단기차입금으로 80억원이 나가면서 10억원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여기에 자기주식 취득,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해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현금이 유출됐다.
임상 실패로 또다시 시험대 오른 이상준 대표…상용화 파이프라인 없어
현대약품은 BPDO-1603의 연구에 주력했지만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오너 3세인 이상준 대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상준 대표는 2020년까지 전문경영인 김영학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후 2021년 김 대표가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앞서 현대약품은 2021년 자폐스펙트럼치료제의 임상 3상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25억원의 무형자산이 손상처리가 됐던 바 있어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무형자산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손실(32억원) 전환했지만 다음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이상준 대표는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임상에 실패한 BPDO-1603은 노인성질환 치료제(치매치료제)로 화학합성 개량신약이다. 2018년 임상1상을 마치면서 2019년부터 임상3상에 본격 진입했지만 유의미한 성과 없이 5년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
더욱이 현대약품의 남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임상1상과 임상2상에 머물러 있다. 구체적으로 당뇨병치료제(HDNO-1605)는 임상2상, 순환기질환치료제(HODO-2206)는 임상1상 IND승인 상태다. 통상 임상 한 단계에 2~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 현대약품에 유의미한 성과를 쥐여줄 파이프라인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현대약품 측에 수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