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사업 세분화…분할 통해 기업 가치 제고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황화리튬, 에코프로비엠 등 고객사 테스트 중존속법인 현금창출력 악화 불가피할 듯…GOC 매각으로 한숨 돌려
석유화학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사들이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전통 석유화학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3회에 걸쳐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화학사들의 매각 전략 등을 조명하고 신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이수화학(005950)이 인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사업 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존속법인인 이수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그린바이오, 수소, 스마트팜 사업 등 친환경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분할 법인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457190)은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로 사용할 수 있는 황화리튬(Li2S)의 시제품을 생산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인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사업을 세분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인 연성알킬벤젠(LAB), 노말파라핀(NP)과 더불어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정밀화학 사업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영위하게 되며, 합성고무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스페셜티,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원료인 황화리튬 사업 확대에 나선다.
이수화학은 인적분할과 함께 사업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인적분할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지난 5월1일 확정됐고, 분할 비율은 0.803:0.197로 설정됐다. 분할신설법인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5월31일 상장했다.
이어 지난 6월16일 LAB 중국 공장을 보유한 조인트벤처(JV) 그레이트오리엔트케미칼(GOC) 지분 50%를 670억원에 사우디 화학업체 파라비에 매각, 확보한 재원은 신규사업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수화학 측은 "석유화학사업 및 정밀화학사업의 경영효율성 확보를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범용제품 중심의 석유화학사업과 다품종 소량제품 중심의 정밀화학사업의 혼재에 따라 경영의 복잡성 및 관리의 비효율성이 존재했고, 신규 사업인 전고체 전지사업 확대를 위해 효과적인 자원 배분의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설명이다.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데모플랜트 가동…시제품 고객사 테스트 중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 원료로 쓰이는 황화리튬의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영위하는 정밀화학사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618억원으로, 기존 석유화학사업 매출의 1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스페셜티케미칼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 월뇨인 황화리튬을 제품화하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20톤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준공해 현재 시생산 중이고, 시제품에 대한 고객사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 수요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
에코프로비엠(247540), 6월 미국 솔리드파워 및 8월 희성촉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으나
삼성SDI(006400)가 올해 7월부터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가동함에 따라 일부 물량을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존속법인 이수화학, 스마트팜 성장 가속화 필요
이수화학은 분할을 통해 기존 석유화학 사업 지배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사업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AB, NP가 포함된 석유화학 사업에는 스마트팜을 포함한 그린바이오 사업과 수소 사업이 귀속된다.
GOC 지분을 매각하긴 했으나, LAB와 NP는 이수화학의 주력 사업인만큼 포기할 수는 없다. 올해 1분기 기준 범용 석유화학제품 매출은 약 4000억원으로 석유화학사업 매출 비중의 90%를 상회했다.
유안타증권(003470)에 따르면 지난해 LAB 마진은 톤당 1071달러로 전년대비 19.5% 확대됐고 올해 7월까지 1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고부가제품인 정밀화학사업을 분할한 만큼 존속법인인 이수화학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해석이다. 이수화학은 별도기준으로 친환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1분기 기준 스마트팜 사업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이수화학의 스마트팜 사업은 지난해 65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10.7% 성장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1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고 국내에서도 경북 의성군과 함께 관련 사업을 수행한 결과다. 다만, 올해 1분기 스마트팜 사업 매출은 약 4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9% 감소했다. 매출 비중도 0.1% 수준이어서 이번 분할을 통해 스마트팜사업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KOAT)에서 발주한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호주에 스마트팜을 구축하고 자동화 자재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 올해 말까지 1ha(헥타르) 규모의 스마트팜을 건설하고 2024년부터 5년간 호주 파트너와 공동으로 온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2021년 1월부터 수소 저장기술 검토 및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존속법인 현금창출력 약화 불가피할 듯…재무완충력으로 방어
신사업이 아직 궤도에 충분히 오르지 않다 보니, 인적분할에 따른 현금창출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익성만 따지면 정밀화학 제품이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합병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정밀화학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3.7%였고, 올해 1분기에도 23.2%의 높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반면,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쳤고, 올해 1분기에는 0.2%에 불과했다.
이수화학의 지난해 상각 전 이익(EBITDA)은 별도 기준 684억원이었는데, 영업현금흐름은 532억원이 유출됐다. 여기에 황화리튬 데모플랜트 건설과 NP 공정 촉매 교체 등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399억원 소요됐다. 올해 1분기 EBITDA는 140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영업현금흐름으로 357억원이 빠져나갔다.
당장은 GOC 지분 매각으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 매각으로 685억원 지급보증이 제거되면서 잠재적인 리스크도 제거했다는 평가다. 매각 대금을 친환경 등 신사업 투자에 활용한다고 밝힌 만큼 이수화학만의 이익창출력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이수그룹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