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부코핀은행이 KB국민은행의 대규모 자금 수혈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후 수년간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경제가 회복 기로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분석과 함께 디지털 금융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 본점. (사진=KB국민은행)
자금 수혈 '그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은 지난 25일 KB금융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B부코핀에 대한 더 이상의 유상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서 부사장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대신 IT부문 강화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1164억원에 부코핀 지분 22%를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했다. BII은행 지분을 매각해 지분 매각 차익을 손에 쥔 지 10년 만이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0년이 흘렀음에도 외국계 은행 진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다. KB부코핀은행은 2018년 당시 인도네시아 자산 기준 14위인 중형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 32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KB국민은행 지분 인수 후 2019년 전년 대비 당기순손실 규모를 줄이면서 인도네시아 진출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봤으나,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실적이 악화됐다.
KB국민은행은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KB부코핀에 숨을 불어넣었다. 지난 2020년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439억원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2527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지분율을 67%까지 확대했다. 이후 KB부코핀은 지난해에 이어 지난 5월 1조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으며, KB국민은행은 해당 유상증자에서 7000억원을 투입해 802억주의 신주를 추가취득했다.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 실적 반등 청신호 가능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B부코핀이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과 연을 맺은 이후로 KB부코핀의 당기실적은 적자를 이어왔다. 주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인도네시아 경제 둔화가 꼽힌다. 지난 2018년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부코핀은행의 당기순손실은 88억4300만원이었으나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020년 434억200만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390%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527% 증가한 2725억2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8020억8400만원으로 적자폭을 늘렸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KB부코핀이지만 국민은행은 3년 내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KB부코핀의 잔여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차세대 은행 시스템을 도입해 IT기술과 비대면 채널을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내후년까지는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업을 확대해 우량은행으로 성장시킨 후, 오는 2026년부터는 디지털 기반 신사업 추진을 통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이복현 금감원장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3개국을 찾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유치와 해외진출 확대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2023 기조연설에서 진출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전망도 KB부코핀 실적 반등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코트라의 올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경제전망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의 올해 경제 예상 성장률을 5.0%와 4.9%로 발표했다. 지난해의 연간 경제성장률인 5.31%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이다.
또 세계은행은 국제 유가 하락과 루피아화 절상으로 인한 수입비용 하락 등이 물가상승 속도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낮아진 물가상승률로 민간 소비가 지속돼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소비가 지속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소매금융과 도매금융 등이 활발해져 금융업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의 흑자전환 시기는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을 통해 고객 기반을 다지고 프로세스 개선과 비용 효율성 증대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