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총 1915억원 CB 발행…CAPA 증설·원재료 구매비용오정강 대표 지분율도 꾸준히 늘어…지배력 강화 진행 중공장 신·증설에만 3000억원 추가 자금 필요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2차전지에 투입되는 전해액 및 첨가제 생산기업
엔켐(348370)이 잇따른 전환사채(CB) 발행에도 추가 자금조달 필요성이 불거지고 있다. 곳간 여력이 부족한데다 수익성도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법인의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금조달 수단인 CB 구조상 오너의 경영권 및 지배력 약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엔켐은 콜옵션 및 특수관계사를 통한 총수익스와프(TRS)로 지배력 확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은 2분기에만 2회의 CB를 발행해 1415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이달 초에도 500억원의 CB를 발행함으로써 총 1915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엔켐은 주로 사모 형태로 CB를 발행하고 있다. 2분기 및 7월에 발행한 CB의 약 800억원은 증권사들, 1100억원은 사모펀드(PEF)들이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CB 특성상 최대주주의 경영권 희석 우려가 남아있지만, 최대주주인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는 특수관계사 등을 통한 콜옵션과 총수익스와프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3개월 내 1915억원 CB 확보…최대주주 지배력·콜옵션 및 총수익스와프 통해 확대 중
엔켐은 지난 5월 초부터 약 3개월 동안 3차례에 걸쳐서 CB를 발행했다. 11회 CB는 315억원, 12회는 1100억원, 13회는 500억원 규모다.
몇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표면이자는 0.0%, 만기 이자는 5.0%로 설정됐다. 최저조정가액(리픽싱)은 70%, 콜옵션은 40% 이내로 설정됐다. 표면이자율을 제외하면 과거 7~9회차 발행한 CB와 큰 차이가 없다. 조달한 자금은 미국법인 설비투자에 880억원, 시설자금 350억원, 원재료 매입액 485억원, 연구개발(R&D)비에 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잇따른 CB 발행으로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발행된 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능 잔액은 약 2888억원이고, 전환가능 주식 수는 455만1755주에 달해 총 발행주식의 28.13%에 달한다. 대규모 물량 출하에 대한 오버행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1분기 기준 오정강 대표의 엔켐 지분율은 13.95%로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브라만피에스창인, 14.31%)에 최대주주를 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브라만피에스창인이 4.53%만을 남기고 보유 주식을 장외매도하며 오 대표가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오 대표는 CB 콜옵션, 우선주 전환권 등을 기민하게 활용해왔고, 최근에도 활용하려는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19일에는 콜옵션 행사로 81만주의 CB권을 취득했는데, 27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주식 양도담보를 통해 메리츠증권을 특수관계인으로 설정하고, TRS계약을 통해 특수관계사 광무가 120만주를 취득하게끔 했다. 7월4일 기준 오 대표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주권 보유비율은 32.49%로 파악된다. 보유하고 있는 CB, BW 등 잠재주식 수를 포함하면 37.51%까지 올라간다.
오 대표 개인 지분율은 20.10%로 지배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모습이다.
엔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발행한 모든 CB에 콜옵션이 걸려 있어 경영권이 약화될 경우 콜옵션 행사 등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미 진출 등 돈 쓸 곳 많은 엔켐…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엔켐으로서는 최근 3차례에 걸쳐 발행한 CB를 통해 일정 부분 투자 여력이 갖춰진 것으로 파악된다. 표면이자율이 0%이기 때문에 이자부담도 덜어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642억원의 이자가 4.0~7.39%로 높긴 하지만, 연결회사의 특허권, 유형자산 등을 담보로 설정해 유동성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엔켐의 미국 진출과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해액은 특성상 섭씨 25도 이하 조건에서 유통기간이 최대 6개월로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2차전지 밸류체인이 확대되는 현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켐은 2019~2025년까지 국내 및 해외 설비 투자에 6354억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까지 조지아 생산능력(CAPA)을 14만톤으로 늘리고, 2026년까지 미시건, 켄터키, 테네시, 오하이오에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1분기 말 기준 설비투자 지출 금액은 2138억원이었고, 이번 3차례 C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설비투자 금액은 1230억원 수준이어서 약 3000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원재료인 육불화리튬염(LiF6) 구매부담도 있다. 원재료 매입에 485억원을 책정한 이유다. 이에 DFD양푸신소재 등 중국 원재료 생산기업의 52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원재료 부담을 축소시키는 모습이다. 새만금 단지에도 LiF6 조인트벤처(JV)를 위해 5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엔켐의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은 연결기준 596억원에 불과하다. 전기차 성장과 함께 매출은 늘었지만, 2021년에는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3.0%에 그쳤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켐이 추가 투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켐 관계자는 "현재 추가 자금 조달에 관해서는 공유된 내용이 없다"라며 일축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