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 쏟아지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챗GPT의 네 번째 언어 모델인 ‘GPT-40’가 지원하는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들이죠.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지브리풍’ 이미지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이 기능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생성된 지브리풍 이미지는 약 7억장. 하루에 1억장씩 만들어진 셈이죠. 전세계적 열풍을 몰고 온 스튜디오 지브리. 이 회사를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1941년 일본 제국 시절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은 군용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며 매우 유복했죠.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주변 국가를 침략하는 일본 제국의 행태, 그리고 전쟁을 통해 부자가 된 자신의 집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유복한 집안 덕에 중학교 시절 매주 영화를 보러 다녔고, 프랑스 유학파인 미술 선생님에게 개인 과외도 받으면서 ‘애니메이터’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963년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전신인 토에이 동화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했습니다. 이곳에서 근태는 좋지 않았지만,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죠. 이로부터 약 20년 뒤인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합니다. 첫 번째 작품인 ‘천공의 섬 라퓨타’를 시작으로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전설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수없이 제작했죠. ※국내·외 유명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드립니다. <누군지 알려드림>은 IB토마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M&A시장은 중소형 딜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기업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요가 늘면서 향후 M&A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서현회계법인은 반도체·특수소재·자동화부품·AI 등 글로벌 첨단기술(chock-point) 기업 발굴에 힘 쓰고 있다. 최근 2년간 서현 딜R&D랩은 자체 구축한 '서현-딜-데이터베이스(SDB)'를 통해 약 500여개의 M&A 유망 기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2~3년 내 1000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2년 10월 서현회계법인에 합류한 오창걸 재무자문본부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오창걸 시니어 파트너는 지난달 재무자문본부 대표로 승진하면서 밸류에이션(Valuation), TS(재무실사), 방산 원가관리, 부동산 자문 등 주요 분야를 포괄적으로 이끌고 있다. 오 대표는 SDB 기반의 정보 역량을 바탕으로 각 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딜 어드바이저리(Deal Advisory) 부문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목표다. (사진서현회계법인) 다음은 오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시니어 파트너에서 지난달 재무자문본부 대표로 승진했다. 업무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재무자문본부는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문을 시작으로 방위산업 부문에 대한 원가관리, M&A, 부동산 분야로 순차적으로 확대돼 왔다. 규모는 작지만 빅4의 딜(Deal) 업무 분야 완성된 상황이다. 각 팀의 활성화와 시너지를 만들어 규모를 키워나감과 함께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 발굴 등을 목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서현회계법인 내에서 목표가 있다면?△딜 업무 분야가 완성된 만큼 그동안 재무자문본부가 매출성장과 전문분야 개척에 집중했던 역량을 올해부터는 고객 만족과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쏟을 예정이다. 서현의 경우 원펌체제 운영으로 재무자문본부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서현회계법인이 M&A 등 재무자문 측면에서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면?△최근 2년간에 걸쳐 딜R&D랩에서 심혈을 기울인 '서현-딜-데이터베이스(SDB)'를 통해 M&A유망기업 500여개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회사를 추천하고 강력한 고객 비밀을 유지하면서 신속히 딜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향후에는 이를 10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M&A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중국의 기술발전과 경기악화, 국내 저성장과 지속가능성, 미국의 자국제조업 확충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중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의 기술발전과 중국내 경기 악화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수출양대축인 중국에 대한 수출감소에 따른 외화수입감소다. 이는 우리기업의 기술우위 축소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M&A의 방향성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보다는 기업간 거래(B2B), 하드웨어보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분야에서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서현회계법인) -B2C기업 보다 B2B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국내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수산업인 소비재 위주인 B2C 산업의 경우 발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국내 소비심리 침체 등도 B2C 관련 거래가 위축되는 배경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콘텐츠 서비스나 소수 선진국과 기업만 가질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인 '초크 포인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면 기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첨단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향후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은 무엇이고 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장에 집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특정 국가나 기업만 보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나 소재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반도체나 조선업 등을 예로 들을 수 있겠다. 이외에도 우리나라가 보호하는 산업에 종사할 경우 첨단기술 기업이라고 본다. 특히 B2C보다는 B2B 분야 제조 분야와 첨단 제조 분야에 해당하는 초크 포인트 기술을 가진 회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M&A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우리 기업들의 M&A방향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나 기술을 가진 회사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M&A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매각 측면에서는 기업소유자인 오너 2~3세대로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어 고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기술기업 확보라는 매수측면 수요와 맞물려 M&A시장을 확대될 전망이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대신증권(003540)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진출 후 첫 목표는 다름 아닌 ‘생존’이었다. 지난해 12월, 대신증권은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투사 인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영광스러운 도약'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대신증권은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생존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곳은 기업금융(IB) 부문이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인가 전부터 IB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유상증자 시장에선 쟁쟁한 경쟁 증권사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 시장(DCM)전반에 걸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IB부문을 이끄는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 고심이 깊지만, 종투사 인가 이후 펼쳐질 신사업 확대와 그에 따른 성장 기회에 대해서는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박성준 대신증권 IB부문장 (사진대신증권) 다음은 박 부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맡고 계신 직위와 이끌고 있는 조직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대신증권 IB부문은 산하 기업금융1담당과 IPO담당, 신기술금융본부 그리고 올해부터 신설된 기업금융2담당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기업 인수·합병(M&A)과 인수금융 담당과 신디케이트 담당 부서를 신설해 기업 자금 조달 전반을 커버할 수 있게 조직을 개편을 이뤘다.현재 부문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고 유상증자와 IPO, 인수금융을 비롯한 기업 자금 조달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작년 IB부문 산하 M&A·인수금융 담당과 신디케이트부를 신설한 점이 눈에 띈다. 신설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명 부탁한다.△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특히 석유화학업종이나 이차전지 업종의 경우 사업 지속을 해야 할지,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해야할지, 비주력 사업의 매각을 진행해야 할지 등 시장에서 거론되는 여러 고민이 곧 증권사에겐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봤다.이에 따라 올해부터 전면적인 사업운영에 나서는 M&A·인수금융 조직 설립이 이뤄졌다.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과 발맞춰 늘어난 운용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영역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전통 IB 시장에서 대신증권의 존재감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유상증자 주관에선 기존 시장의 강자 제치고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딜 주관에 성공한 배경이 있다면?△작년 실적 같은 경우 대기업발 딜 주관이 실적에 주요했다. 대기업 관련 딜의 경우 갑작스럽게 딜을 맡을 수는 없다. 꾸준한 네트워크 관리를 통한 신뢰 관계가 그 밑바탕이 된다. 대신증권의 경우 최근 5년간 IPO와 유상증자에서 꾸준한 대기업 딜을 맡아왔다. 대기업의 관계사와 관련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꾸준하게 맡아온 것이 작년 실적에서 빛을 발한 것 같다. -대신증권은 작년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투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운용 자금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IB에서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현재로는 금리 인상 종료와 이어지는 금리 환경에 대해서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다소 인하 기조가 주춤해졌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과 리파이낸싱, 시장 유동성 변화에 따른 IB 환경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점에서 대신증권은 종투사로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 조달 가능한 운용자금의 늘어났고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물론 자기 자본 대비 늘어나는 대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아무 때나 무분별하게 사업 확대를 이룰 수는 없다. 늘어난 자금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방어 등도 함께 병행해서 사업 확대를 이룰 생각이다.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의 증가로 특히 주식발행시장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자주 나온다.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 전망은?△확실히 채권발행시장의 경우 조달 금리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반면, 주식발행시장의 경우 대내외에서 부는 외풍이 커 한 치 앞을 알기 힘든 시장이 됐다. 이에 따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내외 변수에 따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트럼프 정부 정책 변수나 그에 따른 사업 유불리에 따라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이루려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한다.하지만 결국은 타이밍 싸움이다. 이차전지 산업의 경우 작년까지 시장에서 보기 드문 활황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대내외 변수로 현재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산업과 시장의 미래를 파악하고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종투사로서 대신증권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목표의 달성 시점에 대해서 말해달라.△종투사 제도가 국내 증권업계에 도입된 것은 2017년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해외 IB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를 도입했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 차이에서 오는 증권사 간 빈익빈부익부가 있었다. 대신증권은 이런 시장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목표로 전사적인 종투사 진출을 진행해왔다.현재로서는 금융시장 환경에서의 생존이 목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 시장이다. 하지만 종투사로서 안정적인 사업 정착을 이뤄지는 시점이 온다면 변화무쌍한 시장에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트럼프의 입김은 거셌다. 지난 7일 코스피는 5.57% 급락해 2328.20p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도 5.25% 하락하며 간신히 650선을 지켜냈다. 일본 닛케이225는 7.83%, 홍콩 항셍지수는 13.22%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 전반이 공포에 휩싸인, 그야말로 '블랙먼데이'였다. 하지만 이번 급락을 단순히 낙폭 문제로 치부하긴 어렵다. 진짜 문제는 시장이 방향을 잃었다는 데 있다. (출처연합뉴스) 가장 큰 원인은 통화정책의 ‘나침반’ 상실이다. 정책당국조차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신뢰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내부 메시지는 혼선 그 자체다. 제롬 파월 의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추가적인 물가 둔화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올해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25bp 인하했지만, 이후에는 “성급한 완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 본격 진입한 것인지,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한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창용 총재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행도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에도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서비스 물가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AI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밸류에이션 버블 우려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AI 관련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같은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최근 엔비디아, AMD 등 고평가된 일부 반도체주의 주가 급락은 밸류에이션 조정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 역시 당장 바뀔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중국은 34%의 상호관세를 예고하며 보복 카드를 꺼내들었고,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수입품 수요가 국산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있지만, 이를 통해 불확실성을 상쇄하긴 역부족이다. 오히려 기업들이 앞다퉈 반응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위험이 더 크다. 이처럼 금리, 실물 경기, 지정학 리스크, 기술주 수급 등 모든 신호가 뒤섞인 상황에서 시장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정보는 넘치지만, 이를 판단할 기준은 실종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합리적인 투자 판단보다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정책당국의 명확한 시그널이다. 단기적인 시장 개입이나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시장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초기, 미국과 주요국 중앙은행은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한 바 있다. 반면 지금은 연준도, 한국은행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중립적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시장 상황에 개입할 순 없다. 하지만 ‘방향’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통화정책의 나침반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누구도 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이번 ‘블랙먼데이’의 공포는 단지 낙폭 때문이 아니다. 기준이 사라진 데서 비롯된 불안이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정책당국의 책임은 더 무겁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야말로 지금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침반이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5일 제16대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VC협회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 간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국내 주요 투자사들이 그의 공격적인 공약과 뚜렷한 비전에 주목하며 지지를 보낸 결과다. VC업계의 갈증을 반영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 생태계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16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늦었지만 협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한다. 어떤 강점으로 선출되었다고 생각하시나?△강점이라고 하기엔 2표차에 불과했다. 다른 후보 분들이 역량이나 평판도 더 뛰어났다. 강점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VC업계에서 고민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공약적으로도 업계 관계자들을 대신해 가려운 부분을 잘 소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30조원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코스닥 시장의 문제는 복잡하지만 우선 기관투자자들이 계속 받쳐줘야 고부가가치 산업이 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고,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랑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은 코스닥에 상장해도 기관투자자들이 달려들지 않는다.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된 기업들도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이 없다면 성장하기 힘들다. 물론 옥석 가리기도 게을리해선 안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입되는 인풋 자체가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린 늘 부족한 자원에서도 경쟁력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30조원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주장한 이유는 단순 투자금 회수(엑시트) 목적이 아닌 펀더멘털을 보고 뛰어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다. 혁신기업이 성장해야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 -많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가진 기술을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관투자자들이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 않는가?△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술의 시장성이라는 요소만으로 접근하면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기술은 후속 투자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영을 통해 시장을 점유해 나간다. 테슬라의 사례가 그렇다.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코스닥은 코스피 상장사와 비교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 개입이 덜한데, 그 이유는 주가만 올린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니 단순 엑시트 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벤처 투자자들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수익이 실제로 입증하고 있다.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자는 주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위한 목적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인 코스닥 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이 뛰어들어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현재 코스닥 시장에 불만이 많다. 말씀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들 때문인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여론을 수용해 기관투자자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다.△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미리 앞서 사고 날 일을 걱정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은 필요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오히려 코스닥 생태계 자체가 더욱 투기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가 정비되고 도입되어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 더욱 활성화된다. 개인투자자들만 보호하려고 도입되는 제도들이 생태계 전반을 모두 죽이고 있진 않은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간다면 생태계 전반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선진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그동안 공적자금이 생태계를 견인해왔지만, 이제는 민간 위주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민간 위주의 자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펀드 수익률을 세분화해 공개할 계획이다. 관련 데이터를 많은 사람들이 알기 쉽게, 편하게 가공해서 공개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VC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VC펀드는 위험하다는 시각이 많다.△실제로 모태펀드나 성장금융을 보면 그렇지 않다.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의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펀드 조성 연도나 업력, 투자분야 등 다양한 기준으로 펀드 수익률을 집계해 발표하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모험 자본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안전하고 수익률도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모든 개별 투자가 완벽할 수는 없다. 야구를 예로 들자면 9할, 10할 타자는 없다. 타율이 3할이면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세 번 중 두 번 실패하는 이런 선수들이 모여 게임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다. 이것이 벤처 펀드의 특성이다. 절대 위험하지 않다. -향후 VC협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대외적으론 코스닥벤처펀드 조성과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문제는 정책당국이랑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퇴직연금 출자 문제는 그동안 전임 회장이 애써왔지만 번번이 좌절됐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론 예비창업자 교육을 활성화하고, 업계 내에서 펀드의 손바뀜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협회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저력이 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올해 6월, ‘완전체’ BTS가 복귀합니다. 모든 멤버들의 전역으로 약 2년 만에 7명의 BTS 멤버를 볼 수 있죠. BTS 멤버들의 입대 당시 하이브(352820)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븐틴과 르세라핌, 엔하이픈, 그리고 뉴진스까지 하이브의 여러 아티스트들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BTS의 빈자리를 채웠죠. 가요계에서 처음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선제적 움직임 덕분이었습니다. 방시혁 의장은 예상보다 오래 전 가요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1994년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가서 동상을 수상했는데, 이후 ‘체크’라는 남성 듀오에게 자신이 쓴 곡을 주면서 작곡가로 데뷔했죠. #JYP엔터 설립 초창기인 1997년에는 박진영을 만나게 됩니다.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했죠. 방시혁 의장은 2005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를 설립합니다. 빅히트 설립 이후에도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 등 여러 가수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해왔죠. 그러다 2013년 마침내 방탄소년단이 데뷔합니다. 2016년 미국에서 인기를 얻기 전까지 방탄소년단은 ‘힙합’을 콘셉트로 한 보이그룹에 불과했죠. ※국내·외 유명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드립니다. <누군지 알려드림>은 IB토마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쉽사리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소비 침체에 따른 유통업계의 부진으로 물류센터 수요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의 가치 하락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표적 상업용 부동산인 오피스 시장 역시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 냉각에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강남권역(GBD)의 오피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가 등장했다. 강남파이낸스플라자를 2800억원에 매각해 약 1000억원 규모 차익을 실현한 마스턴투자운용이다. <IB토마토>는 해당 딜을 총괄한 박성혁 마스턴투자운용 국내부문 투자운용1본부장을 만났다. 박성혁 마스턴투자운용 국내부문 투자운용1본부장.(사진마스턴투자운용)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마스턴투자운용 국내부문 투자운용1본부장을 맡고 있다. 학부에서 건축설계를 전공 후 건설관리 석사, 부동산학·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지난 2020년 마스턴투자운용 입사 후 물류센터와 오피스, 임대주택 등 부동산 자산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 몸담았다. 그간의 경력과 주요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해달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연구원에서 임대주택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경력을 시작했고, 이랜드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 마포구 소재 빌딩을 홍대CGV 복합관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수행했다. 기존 부실채권(NPL) 물건이던 해당 빌딩에 CGV 등 임차인을 유치한 뒤 홍대입구역 지하철과 연결 통로를 구축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서울 강서구 마곡 업무지구의 저평가된 연구개발(R&D) 부지 약 1만평(3만3000㎡)을 확보해 오피스로 개발한 경험도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청주시 강서지구에서 주거시설 개발사업을, 서울 영등포와 금천구 등지에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을 각각 수행했다. 사모펀드운용사인 베이스에이치디에서는 리모델링 등을 통한 밸류애드 전략을 펼쳐 여의도 빌딩8과 명동 SK빌딩 엑시트에 성공한 바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에서는 대우건설(047040)과 함께 경기 용인시 저온 물류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해 코스닥에 상장된 식품 기업과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해 조기 운영 안정화를 이끌었다. -최근 강남파이낸스플라자(GFP) 매각 딜을 성공적으로 클로징했다. 과거 한 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는데, 무엇에 초점을 두고 딜을 진행했나.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 2018년 페블스톤자산운용으로부터 GFP를 약 183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는 중견건설사 금강주택이 지분 98.4%를 가진 마스턴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7호를 통해 해당 빌딩을 보유 중이다.지난 2023년 GFP 매각에 나서 타 자산운용사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사옥 활용 수요가 높은 전략적투자자(SI)가 필요한 당사와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다만 최근 그래비티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 참여한 SI는 제조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중견 그룹사로, 사옥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보통주 출자까지 고려하며 원활한 협상이 가능했다. -강남권역(GBD)을 포함한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 대규모 차익을 거둔 딜을 성사시켰다.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산업계 전반의 분위기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금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담보대출의 금리와 기대 수익률 간의 차이로는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매각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특히 강남권역(GBD)의 지역적 특성상 사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공략하는 방식이 주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빌딩의 상층부를 포함, 2개 이상의 ‘연층’ 구조 공실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 만료 시점을 계산해 약 25~30% 수준의 공실 발생을 유도하는 전략을 수행했다. 이후 투자운용1본부 소속 허성욱 이사와 권성률 차장 등 핵심 인력들이 적합한 SI 확보를 위해 약 1년6개월간 노력한 끝에 매수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산업 경기 침체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저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주요 업무지구의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당사 R&S본부에서 조사한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 비중을 보면 오피스 섹터가 67%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만 오피스 거래량의 증가에 따른 ‘파이’ 확대가 아닌, 타 상업용 부동산들의 거래가 더욱 감소하면서 발생한 비중 변화다. 올해까지 오피스 섹터의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코로나19 상태 이후 호텔 섹터의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반면, 물류센터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최근 홈플러스 사태 영향으로 리테일 섹터의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어떠한 방식의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오피스 섹터의 대체재 성격이 아닌 다양한 개발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임대주택’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매년 1~2인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근로소득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소형 주거시설들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등 영향으로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주요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주거시설의 임대료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임대료 상승에 ‘포텐셜’이 있는 것이다. 현재 주거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세대는 근래 가장 풍요로운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상품을 개발한다면 이에 따른 충분한 수요와 함께 개발 포트폴리오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선제적으로 임대주택 개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당사는 과거부터 롯데자산개발, KT에스테이트 등과 임대주택 개발에 협업한 전례가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리츠 비히클(vehicle)을 제공하고, 협업 대상 기업이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형태였다. 다만 과거 역세권 청년주택과 같은 정책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방식의 임대주택 개발에 나설 것이다. 그간 공사비 등 원가 측면의 변화도 많이 발생했고 수요층도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튜던트 하우징’, ‘코리빙’ 등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정말 몰랐다면 바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거다. 강남 집값을 올려서 누구에게 보은이라도 해야 했던 건지. 오세훈 시장이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나는 뭔가 꿍꿍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기자들이 한번 취재해서 알아봐야 한다.” 얼마 전 기자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 선배는 과거 부동산부 출입기자였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오세훈 서울시장의 ‘헛발질’을 놓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바보가 아니라면, 정말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이른바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전격 해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19일, 오 시장이 직접 사과하면서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그동안 특정 구역이나 동(洞)이 아닌 구 단위로 지정하면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실제로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올랐고, 강남구는 0.83%, 송파구는 0.79% 상승했다. 송파는 1월 셋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 행보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판에서는 ‘집토끼’로 불리는 핵심 지지층을 먼저 확실하게 잡고, 외연을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정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핵심 중의 핵심인 강남에 대한 규제를 풀었어야 했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앞서 언급한 기자들 모임의 결론은 단순했다. “오세훈은 정치 하수다.” 결국 대선 욕심에 스스로 헛발질을 되풀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다가 주민투표를 제안하며 투표율이 33.3%에 미치지 못하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투표율이 25.7%에 머물면서 사퇴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번 행보로 대권에서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으면 일이 꼬이기 마련이다. 오 시장은 이번에도 대한민국 부동산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은 아닐까. 부동산 문제는 모든 정부가 골머리를 앓아왔고, 그럼에도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최근 정치권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극심한 분열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부동산 정책은 다시 민심을 가를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최근 인천에선 '천원주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포퓰리즘의 냄새도 짙지만, 그만큼 서민 주거 문제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닌, 국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가 그 본질을 잊지 않길 바란다. 최용민 산업부장
고금리의 여파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자금 조달 시장은 여전히 빙하기에 머물러 있다. 개발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사업의 출발점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 시점이다. 그러나 위축된 투자 심리로 인해 국내 부동산 자금 조달 시장은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프로젝트 리츠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등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개발 분야의 법률 전문가인 강상원 지평 파트너 변호사 역시 얼어붙은 시장을 되살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12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법률 자문을 수행하며 다양한 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 구조를 설계해 온 강 변호사를 만나 위축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강상원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지평) 다음은 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 및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부동산 금융 자문 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해 현재 연차로 12년을 맞았다. 과거 넥서스라는 부동산 금융 전문 로펌에서 시작했고, 2020년 지평과 넥서스가 합병하면서 지평에 합류했다. 현재 지평 리츠·펀드그룹에서 리츠를 중심으로 부동산 펀드, PFV 등 다양한 비히클(Vehicle)을 활용한 부동산 실물거래, 개발 사업, 민간 임대주택 사업 등에 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아울러 타 지평 그룹과 협업해 부동산 금융에 관련된 소송, 인허가 등 대관 업무도 수행한다. -일반 투자자 등 전문 부동산 투자자가 아닌 이상 부동산 조달 비히클들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려준다면?△우선 법률 실사 작업이 있다. 이 부동산이 매도인의 소유가 맞는지부터 시작해 해당 거래에 어떤 법률이 적용되고, 거래에 어떤 제한이 있고, 담보권은 무엇이 설정되어 있으며 임차인이 언제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실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법률실사 결과가 계약서 작성 등 이후 업무의 기초가 된다. 이와 거의 동시에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해 자문한다. 법률 실사와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자문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다. 두 업무가 프로젝트의 첫 단추인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프로젝트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두 가지 업무에서 문제가 없고 진행할 수 있겠다 결론이 나면 계약 서류를 작성한다. 설립 당시 정관, 자산관리위탁계약서, 매매계약서, 대출약정서, 투자자 간 합의서 등을 챙기고 거래 당사자 간 쟁점이나 이견이 생기면 법률 의견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리츠 업무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영업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대관 업무도 많이 한다. 인가 과정에서도 법률 자문 측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정부 부처는 법률과 더불어 행정 선례도 중시하는데, 선례가 없는 경우 법무법인이 적극적이고 치밀한 법률 해석을 개진해 인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평 부동산팀의 강점은?△10년 이상 함께 일해온 클라이언트들이 매우 많다. 부동산 금융은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돌발 이슈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합이 잘 맞는 법무법인의 자문이 꼭 필요한데,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파트너로 이러한 니즈를 채워 드렸다고 생각한다. -랜드마크적 빌딩 등 다양한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거래가 있다면?△자산 자체의 유명세보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낀 것 같다. 수도권에 들어선 물류센터 매입 및 개발을 위한 케이스가 기억에 남는데, 개발 목적의 법률 실사 과정에서 사업 부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사안이 있었다. 당시 집합투자기구나 PFV가 개발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 허가권자인 지자체는 국토부 유권해석은 있어야지 토지거래허가를 내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조문 연구를 통해 부동산거래신고법상 허가 요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토부 유권해석을 신청했고 국토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바 있었다. 이를 통해 무사히 프로젝트를 종료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부동산 프로젝트에 자문을 하려면 적극적인 법률 해석이 중요할 것 같다. 부동산 프로젝트 자문 변호사라면 좀 더 적극성이 요구되나?△적극적인 법률해석과, 보수적인 해석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적 리스크 관리는 우리 책임이므로 기본적으로 안전한 방향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책임을 면하는 것에만 집착한다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제3의 방법이 있어도 못 보게 될 수 있다. 때로는 과감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주택 리츠 시장과 오피스 거래 시장은 열기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짚어보자면? 그리고 올해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통계상으로 최근 2년간 리츠 회사 수와 자산 규모 등은 성장세가 정체됐다. 다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리츠 총자산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상장 리츠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리츠 시장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서고 있다. 부투법(부동산투자회사법)같은 경우는 실무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입법으로 많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법 개정이 거듭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 현재 논의 중인 프로젝트리츠 도입 등 중요 개정사안이 통과된다면 리츠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의 사례를 들자면?△지난해 말 부투법 시행령 개정으로 리츠가 기존의 부동산 관련 자산 뿐 아니라 발전 설비, 수처리 시설 등 전통적인 부동산은 아니지만 리츠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리츠 투자 자산이 다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달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개정이 돼서 ETF의 복층재간접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의 선택권이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층재간접 투자란 리츠·펀드가 재간접 리츠·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원래는 여러 단계의 투자로 인한 복잡성과 과도한 수수료 수취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복층재간접 투자는 금지되고 재간접 투자까지만 허용되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로 ETF를 통한 분산투자가 용이해졌다. 복층재간접 투자로 인한 과도한 수수료 수취 문제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운용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보완했다. ETF 시장에서는 이러한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PFV 시장 등은 PF 위축으로 소수의 우량 사업장을 제외하고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금 조달 구조 고안 난이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난이도가 상승했나?△레고랜드 사태 이후 2년 반 정도 지났는데, 아직 PF시장 침체 여파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투자자, 금융기관이 PF 사업에 대한 출자,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PFV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 건설사 혹은 신탁사의 책임준공에 의존하는 구조, 개발사업의 폐쇄성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침체에 영향을 미친다. 건설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PFV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프로젝트리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로젝트리츠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안다. 현재 시장의 반응은?△지난해 국토부의 부투법 전면개정안 용역을 수행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체감했다. 실제 프로젝트리츠 도입을 전제로 개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리츠 제도가 도입된다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있어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리츠의 핵심은 개발 단계랑 운영 단계를 구분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보통 리츠는 일반 국민들이 부동산에 대한 간접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 때문에 주식 분산의무와 공모 의무가 적용된다. 즉, 한 명의 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합쳐서 리츠 발행주식의 50%를 초과해서 가져가지 못하고, 일정 기한 이내에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일반의 청약에 제공해야 한다. 다만, 개발 단계에서는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높은 이익을 원하는 소수의 사모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 없다. 개발과 운영 단계를 구분해 개발 단계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프로젝트리츠 제도의 주된 내용이다. 현재 리츠에 대한 규제가 개발사업에 너무 맞지 않기 때문에 리츠가 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안 한다. 건설형 민간임대주택 등 특수 사업을 제외하면 리츠가 직접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리츠가 직접 개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PFV가 우선 개발하고 난 후 리츠를 설립해 리츠가 개발된 자산을 사 오는 경우까지 있다. 개발단계와 운영단계를 구분하면 프로젝트리츠를 통한 개발을 활성화하면서도,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운영 단계에서는 분산의무 등을 통해 기존 리츠 제도의 취지도 달성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비히클이 중요한 이유는?△어떤 비히클을 선택하냐에 따라 자금 조달에 적용되는 법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PFV같은 경우는 금융기관이 5% 이상 출자를 해야 하고, 최저 자본금은 50억원 이상 돼야 한다. 유상증자를 하려면 금융기관의 추가 출자를 받아서 5%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금융기관이 추가 출자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추가 출자 대신 주주 간 대여, 추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PFV의 자기자본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타인 자본을 끌어오는데 제한이 없으니 유리할 수 있지만 부도 위험에 취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리츠의 경우 주식 분산의무와 공모의무가 출자 구조를 짜는 데 있어 가장 우선순위다. 금산법상 사전승인(금산분리)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금융기관이 리츠의 의결권있는 주식 20% 이상을 투자하려면 금산법 24조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거의 사전 승인을 받을 수 없다. 금산분리의 핵심 규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지분율을 조정하거나, 펀드를 통한 재간접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펀드의 경우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규정상 제한들이 있는데, 불건전영업행위나 손실보전, OEM 펀드 이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비히클별로 적용되는 법률과 제한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떤 비히클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ETF 등 집합투자기구의 복층재간접 투자가 허용되는데, 리츠와 ETF 등 복수의 비히클이 자금 조달에 활용될 경우 모든 관련 법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 전문 변호사로서 목표가 있다면?△클라이언트가 추진하는 사업이 적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 해에 추진되는 건수가 적다. 따라서 매 한건 한건이 클라이언트에게 너무도 중요하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고환율과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2월에도 87.0을 기록하며, 2022년 4월(99.1) 이후 35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핵심 사업을 제외한 부진한 부문을 정리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나서거나 법적 절차를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M&A(인수·합병) 및 회생 절차를 지원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율촌의 C&F(Corporate & Finance) 그룹에서 M&A 자문을 맡고 있는 송호성 변호사는 국내외 주요 M&A 거래를 수행하며 기업 인수와 구조조정 관련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의 투자 거래에 깊이 관여하며, 거래 구조 검토부터 계약 협상, 거래 종결까지 M&A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2014년 율촌에 입사한 그는 지난 11년간 PEF가 주도하는 대형 M&A 거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 송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다음은 송호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율촌의 C&F(Corporate & Finance) 그룹에 소속돼 주로 M&A 거래에 대한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본시장법상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PEF)들이 실행하는 각종 투자에 관한 자문의 비중이 높은데, 투자 프로젝트 별로 구성되는 자문 팀의 수장으로서 거래구조 검토, 법률 실사, 계약서 작성 및 협상, 거래종결로 이어지는 딜 전반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율촌 M&A 팀은 인원수와 규모에 비해 PEF 고객들이 특별히 많은 편인데, 2014년 율촌 입사 후 약 11년간 꾸준히 율촌이 자문하였던 PEF들의 대형 M&A 거래에 많이 참여하면서 전문성을 쌓아 왔다고 자부한다. 그 외에도 하이어링(Hiring) 팀에서 로스쿨 출신 신입 변호사들의 채용 및 관리 업무도 담당하면서, 율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 등 금융·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된 계기가 있나.△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입사할 때부터 M&A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거나 M&A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서 C&F 그룹에 지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엔터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업무들을 접할 수 있는 C&F그룹에 지원했는데, 1년차 변호사 때 처음으로 배정받았던 업무가 하림그룹과 JKL 컨소시엄이 회생절차 중이던 팬오션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였다. 그 거래가 당시 기준으로 회생회사 M&A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딜이었다 보니(거래규모 약 1조원), 신입 변호사였던 저에게도 실사뿐만 아니라 회생회사 M&A와 관련된 다양한 최신 이슈들을 검토할 기회가 부여됐다. 처음 보는 이슈들을 검토하느라 고생도 좌절도 많이 했지만, 그때부터 일반적인 송무 변호사들과는 조금 다른, 전문가로서의 M&A 변호사가 갖는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그 이후로도 운이 좋게 율촌이 자문했던 다양한 대규모 M&A 거래 자문에 참여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이전까지는 경제신문에서만 접하던 큰 거래들에 제가 직접 참여해서 제시하는 의견들이 거래구조와 계약서에 실제로 반영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M&A 변호사라는 직업이 법조인의 전문성을 통해 자본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참 가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정말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현장에서 M&A 거래 자문을 하다 보면 변호사님들마다 성향이 조금씩 다른데, 제 경우에는 협상의 과정에서 세부 조건들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그림에서 당사자들이 서로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조금 더 중점을 두는 편이다. 승패가 가려져야만 끝이 나는 소송과는 달리, M&A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에는 양 당사자들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립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다수를 만족시키는 것이 M&A 거래를 자문하는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이 있나? 왜 관심을 갖게 되셨고,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개별 거래 단위로는 아무래도 고려아연(010130)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국내 PEF 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PEF들의 투자 여력은 충분한 반면, 충분한 수익률을 달성시켜 줄만큼의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군은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PEF들이 새로운 국내 투자처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주가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을 활용하여 저평가된 상장사들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행동주의 또는 기업 밸류업 등을 표방하는 재무적 투자자들도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이 투자 대상 회사의 경영권 인수 수단으로 공개매수를 활용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고려아연 사건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법원의 결론은 앞으로 생길 공개매수와 연계된 각종 분쟁의 판단기준이 될 것일 뿐 아니라, 공개매수 전략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될 것이므로, 고려아연 사건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산업 단위로는 아무래도 제가 최근에 자문을 했던 폐기물, 수처리 등 환경산업(에코비트, 테크로스 환경서비스 인수 자문)과 K-뷰티 관련 산업(크레이버 인수 자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환경산업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인허가 사업이어서 경쟁사업자의 진입이 어렵고, 불경기에도 매출 변동성이 크지 않아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최근과 같은 불경기에 재무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여러 건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K-뷰티 관련 산업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건의 거래가 진행된 바 있는데, 올해 M&A 시장에서의 옥석가리기를 통해 과연 K-뷰티가 K-Pop과 같은 하나의 트렌드가 돼 꾸준히 성장을 해나가는 산업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K-컬쳐의 유행을 타고 실제 기업들의 역량에 비해 고평가 된 산업으로 평가될 것인지가 어느 정도 결정될 것 같다. 그에 따라 M&A 자문 수요와 율촌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장 자문하기 어려웠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M&A 거래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각 거래 별로 특징이 있고, 또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문 과정에서 늘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거래 별로 자문의 난이도를 비교하거나 어떤 거래가 가장 자문하기 어려운 거래였다고 평가하기는 참 어렵지만, 굳이 고르자면 제가 최근에 수행했던 업무 중에는 작년에 자문했던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 거래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힘들었던 사례 중 하나에 들어갈 것 같다.먼저 실사 과정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십 개의 에코비트 자회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야 했는데, 매도인 측이 주도권을 가지는 경쟁 입찰 절차에서의 실사이다 보니 제공되는 실사 정보의 범위가 제한되어 리스크 분석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다음으로 입찰 절차 진행의 특이성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해당 거래의 본 입찰 절차는 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양 당사자 간에 협상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로 진행됐는데, 우선협상대상자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자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붙여 매매대금을 높이는 프로그레시브 딜 특유의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저희 고객이었던 IMM 컨소시엄과 율촌 팀은 본 입찰 서류 제출 직후부터 주식매매계약 날인이 이뤄진 8월말 경까지 약 3주의 시간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경쟁 상황에 맞추어 매매대금을 포함한 입찰 조건을 계속해서 조정하는 동시에, 입찰 절차를 주도했던 KKR 및 그 법률 대리인들과 주식매매계약서 확정을 위한 마라톤 협상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식매매계약서는 영문으로 작성돼야 했고, 매도인 측의 법률자문사는 미국계 로펌 심슨대처&바틀렛과 김앤장 두 곳이어서 계약서 협상은 국문과 영문이 혼용되는 상황이었던 반면, 율촌 팀은 매수인 측 단독 법률자문사로서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 보니 정말 바쁘고 힘들었다.하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IMM 컨소시엄과 함께 초지일관 합리적인 수준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진정성 있게 매도인 측의 입장을 배려하며 협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자금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글로벌 펀드인 Carlyle그룹을 누르고 저희 고객이 최종 인수자가 될 수 있었다.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의 관점에서도 결과의 관점에서도 정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던 사례이기도 하다. 송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보람을 느꼈던 자문 사례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 하나 소개 부탁드린다.△제가 자문했던 투자를 통해서, 투자자와 투자 대상회사가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투자금 회수 과정 중에 있는 KCGI의 LIG그룹에 대한 투자다. KCGI는 2021년에 LIG넥스원(079550) 주식을 교환대상 주식으로 하는 LIG 발행 교환사채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LIG는 주력 계열사인 LIG 넥스원의 자산/매출 비중이 90% 이상이 되는 등 그룹의 사업 구조가 군수산업에 치우쳐져 있어서 사업 구조 다각화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던 반면, 아직 K방산이 주목받기 이전이었기 떄문에 LIG넥스원의 주가는 5만원 정도로 저평가 된 상황이었다. 그와 같은 상황에 착안해 KCGI에서는 투자금은 LIG에 납입하되, 원리금을 상환 받는 대신 교환권을 행사하면 LIG넥스원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구조의 교환사채 구조로 투자를 실행했다.해당 투자 이후 LIG그룹은 로봇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하는 등 사업 구조 다각화를 현실화시키고 있으며, LIG넥스원의 경우 핵심 제품인 천궁-II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투자 당시 5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들어서는 20만원대 후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교환권을 행사해 LIG넥스원 주식을 취득한 KCGI는 투자금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제 직접적인 고객인 KCGI가 큰 수익을 거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포트폴리오 회사였던 LIG넥스원이 지난 4년간 세계 시장에서 이루어낸 성과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제가 지금 맡고 있는 개별 투자 건들에 대한 자문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업무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또 이러한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고객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법무법인 율촌의 일원으로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부문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율촌 내부적으로, 얼마 전에 강석훈 대표 변호사님께서 단독 대표로 취임하시는 변화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각 그룹의 대표 변호사님들도 대부분 사법연수원 30기 초반대의 젊은 선배님들로 교체되는 변화가 있었다. 저를 포함한 젊은 변호사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세대교체와 후배 세대들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을 통해 율촌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선배 변호사님들의 노력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이제까지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한편, 고객들과의 접점도 조금씩 더 넓혀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11년 넘는 시간 업무를 해왔지만, 새로운 M&A 거래를 마주할 때마다 늘 여전히 배우고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25년 M&A 시장에 대해서 어두운 전망들이 많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고객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 성실히 노력하고 연구하다 보면 더 많은 고객들이 율촌의 역량과 가치를 인정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율촌의 구성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