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술특례사, 구주매출 없이 3년 묶는다…IPO 신뢰 회복 베팅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주요 주주들이 의무보호예수(락업) 기간을 3년으로 고정하는 분위기다. 통상 기술특례 상장사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비중이 높아 오버행(대규모 물량출회)이 우려되지만, 단기간 주가 하락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의 성장성을 믿겠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로티나, 뉴엔AI, 큐리오시스의 주요 주주들은 3년간 주식을 의무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IPO 이후 신규 상장 기업 임원의 주식 의무 보유 기간은 1년이다. 그러나 이들은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와 미래 주가 상승 기대에 베팅하면서 구주매출 없이 3년간 매각을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사진연합뉴스) 오버행 우려에도 최대주주 3년 락업 프로티나는 단백질 빅데이터 기업으로 윤태영 대표이사가 현재 21.2%(195만9150주)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공모 희망가는 1만1000원~1만4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이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프로티나는 대주주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주주들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었다. 최대주주 관계자들의 총 주식수 248만2060주에 대해 3년간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주식 지분율은 공모 전 26.86%, 공모 후 23.02%다. 구체적으로는 공모 후 윤 대표의 지분율이 18.17%, 특수관계인인 윤용웅·유은선·윤소영·김여정·유호덕 씨와 사내이사인 이대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홍원 최고기술책임자(CTO), 황성택 IR 이사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상장 후 유통주식 수는 상장 당일 339만5753주(31.49%)로, 1개월 후 45.68%, 3개월 후엔 75.94%까지 늘어난다. 주요 FI들의 락업 기간이 1개월~3개월로, 오버행 우려가 뒤따름에도 윤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프로티나의 주요 FI로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솔론인베스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지앤텍벤처투자, 모비릭스파트너스, 한국산업은행, 아주IB투자 등이 있다. 바이오 랩 오토메이션 기업 큐리오시스도 최근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최대주주 락업 기간을 3년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전 최대주주인 윤호영 큐리오시스 대표와 가족 회사인 지산의 보유 지분율은 각각 14.79%(94만2040주), 8.79%(55만9790주)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인 허대성 등 11인이 보유한 10.16%(64만7125주)에 대해선 1년 락업을 걸었다. 다만 상장 이후 윤 대표와 지산의 합산 지분율은 19%로 낮아지게 된다.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에 자발적으로 의무보유 기간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경영 안정성을 위해 최대주주는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의무보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참여한 FI들은 상장 규정에 따라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지만, 오버행 우려는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예비심사 신청일 전 1년 내에 기술특례 기업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주식 등을 취득한 이는 1년간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프리IPO 단계에서 큐리오시스는 130억원을 유치, 에스에치에스인베스트먼트 등이 37만8576주에 대해 1년간 락업을 설정했다. 종합하면 상장 당일 보호예수가 적용되는 주식 수는 502만1248주(66%)로, 유통 가능 물량은 30%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오버행 우려를 낮추려고 엘앤에스벤처캐피탈 등 시드 단계에서부터 투자한 일부 FI들도 자발적 의무 보유에 동참했지만, 3개월 뒤 유통 가능 물량은 60% 후반대로 절대적인 FI 지분율이 높다. 뉴엔AI, 공모 전 무상증자로 유통 물량 최소화 상장 전 무상증자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와 유통 물량을 최소화한 기업도 있다. 뉴엔AI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17.18%로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가장 높게 정했다. 이에 따라 상장 이후 풀리게 될 유통 가능 주식 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뉴엔AI는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수가 248만5236주(27.99%), 상장 후 1개월은 38.01%, 3개월 뒤엔 49.64%로 기술특례 상장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뉴엔AI는 창업자인 배성환 대표가 지분 32.92%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이영수 부사장, 박정호 연구소장 등 주요 경영진이 48.94%를 가지고 있다. 프리IPO를 제외하고 20년동안 타 자본 도움을 받지 않고 성장했기에 이 같은 지분 구조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공모주를 늘리지 않고 상장에 앞서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를 잇따라 진행, 주식 총수를 6만5926주에서 659만2600주로 100배 늘려 IPO 이후 경영권 방어에도 유리하게 구조를 짰다. 또 상장 전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는 상장 직전 회사 가치를 주주들에 나눠주는 방식이기도 해서 FI의 엑시트 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대부분은 공모가를 하회하게 되는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문제 외에도 상장 이후 유통가능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버행 우려에 따른 단기적인 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라면서 “특례상장기업들의 평균적인 장기 주가 성과는 일반 상장기업보다 좋은 편이다. 최대주주의 3년 락업 기간은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