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기존 내적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유통가와 식품·뷰티·패션업계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업계 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유통업계에서 진행된 M&A와 관련해 이후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 추적했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W컨셉코리아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이후 3년 만이고, 2021년
신세계(004170)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닷컴이 인수한지 1년 만이다. 외형성장은 이뤄지고 있지만,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도 안정권인 200%를 넘어선 가운데 연내 재고 소진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진=W컨셉)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W컨셉의 지난해 매출액은 1367억원으로 전년(1013억원) 대비 34.95% 증가했다. 지난해 SSG닷컴 매출액 1조7447억원과 비교하면 W컨셉의 매출 비중은 7.84%로, 전년도 6.79% 대비 1.05%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높은 매출 성장률과는 반대로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0억8526만원으로 전년(30억9670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05%에서 2.26%로 0.79%포인트 줄었다. 영업이익률 감소에는 37.50%에서 38.66%로 늘어난 매출원가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채널 확대…매출보다 높은 재고자산증가율
지난해 오프라인 지점 오픈에 맞춰 물량을 확대하면서 W컨셉의 재고자산은 301억원으로 전년(156억원) 대비 92.94% 증가했다. 오프라인 지점 확대는 소비자 접점 등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진행됐다. 앞서 2021년 4월 W컨셉이 SSG닷컴에 인수되면서 신세계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지난해 3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을 시작으로 대구점, 강남점까지 현재 오프라인 점포 총 3곳을 출점했다.
문제는 재고자산의 급격한 증가다. 통상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면 기업은 판매량 확보를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서지만, 매출보다 높은 재고자산 증가율은 위험 신호로 평가한다. 지난해 W컨셉의 재고자산증가률은 92.94%로 같은 기간 매출성장률 34.95%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기 전인 2020년에도 W컨셉의 재고자산은 132억원으로 2019년(69억원) 대비 91.30% 증가한 바 있다.
원료를 구입해 물건을 제조해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지난해 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1억원) 대비 29.00% 증가했다. 완성된 제품을 구매 후 되파는 상품도 같은 기간 118억원에서 269억원으로 127.97% 늘었다. 원재료는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50% 늘었다. 인수 전 2020년 제품 재고자산이 38억원으로 2019년(35억원) 대비 8.5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1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매출원가에서 평균재고자산을 나눈 재고자산회전율도 2020년 2.49%에서 2022년 2.30%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관리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외상 판매대금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채권도 2019년 100억원, 2020년 76억원, 2021년 61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8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채권의 경우 기간 안에 받는다면 정상 매출로 처리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금을 떼이는 등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유동성 ‘빨간불’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급증으로 W컨셉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1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인수 전인 2020년 31억원 현금을 창출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첫 마이너스다.
100%선을 유지하던 부채비율도 적정선인 200%를 넘어섰다. W컨셉의 순부채비율은 2019년 123%, 2020년 130%, 2021년 147%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334%로 급증했다. 이는 경쟁사인 무신사의 지난해 부채비율 162.7%보다도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W컨셉은 3개월 미만의 단기 매입채무 393억원과 리스부채 5억원, 고객으로부터 수취해 입점업체 등에 지급해야 하는 기타부채 22억원, 1년 미만의 리스부채 26억원 등 총 447억원의 비용 부담이 내재돼 있다. 이 같은 비용부담은 전년(330억원) 대비 35.45% 늘어난 상황이다.
이 가운데 W컨셉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6.92% 감소했다. 2019년 74억원이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0년 125억원, 2021년 214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3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인수 이전인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W컨셉 측은 팝업스토어나 매장 판매를 통해 판매된 65개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이 30%를 기록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 하루 평균 1천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사업 성과가 나오고 있어 재무적 부담은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W컨셉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오프라인 점포 확대와 내년도 사업 준비를 위한 상품 확보를 위해 재고자산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오프라인 입점 점포가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은 금세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