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법무법인 광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세중 변호사는 업무에서 필수적인 덕목으로 전문적 지식 외에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을 꼽는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거래에 참여하는 만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서도 강조되는 사안은 소통과 이해 능력이다. 고객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야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자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M&A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경기 변동 여파로 더욱 경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보다 올해 상반기가 힘들 것이란 예측이 우세한 모양새다. 경기 회복 양상에 따라 M&A 거래 트렌드에 변화가 나타날지도 주요 관측 요인이다.
법무법인 광장 이세중 변호사 (사진=광장)
다음은 이 변호사와 일문일답이다.
-현재 법무법인 광장에서 맡고 있는 ‘M&A 및 기업자문’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법무법인 광장 M&A팀(기업자문팀)에 속해 약 15년간 근무하고 있다. M&A 거래와 지배구조 개편 등 팀 내에 일반적인 업무부터 합작거래, 적대적 M&A, 기타 일반자문 업무도 수행한다. 관계기관에 집계(deal report)되는 거래를 기준으로 연간 대략적으로 20~30건 정도의 M&A 거래를 자문한다.
-M&A 자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M&A 거래 자문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많은데, 특히 당사자들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리 얘기하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M&A 거래는 다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는데, 먼저 고객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적절한 방향과 수준의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M&A 거래에서는 상호 간 합리적인 대안 도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도 잘 이해할 수 있어야만 서로가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거래마다 필요한 분야가 다르고 그 강도 역시 다양하다. 예컨대 어떤 거래는 조세를 고려한 거래구조 도출이 중요하고, 어떤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이슈가 중요하고, 또 어떤 거래에서는 지식재산권 확보가 중요하다. 모든 거래에서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검토하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비용, 자원이라는 제약이 있으므로 필요한 분야와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효율적인 자문과 거래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도 거래의 목적과 고객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객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지만 효과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복잡한 M&A 거래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M&A 거래상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객에 대해 주어진 상황에서 해결책 내지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소위 정보에 입각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게 되는데, 고객에게 무의미한 옵션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옵션을 제시하려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소개할 만한 M&A 사례가 있다면?
△수백 건의 M&A 거래에 대한 자문 경험은 모두 중요한 거래였고 소중한 경험이다. 대부분 특이할 만한 어려움이 한두 번씩은 있었고, 그런 경험을 통해 큰 실수 없는 자문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거래를 굳이 꼽자면, 약 10년 전에 국내 기업이 외국계 회사를 직접 인수한 거래를 자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 로펌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광장에서 미국 회사를 직접 실사하기도 했고,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미국법상 역삼각합병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현지법인을 인수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역삼각합병이라는 제도는 국내법상 인정되지 않는 거래여서 그에 대한 법적 성격과 구조, 효과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문하기 위해 미국 로펌의 확인을 받는 것과 별개로 국내외 문헌을 통해 해당 제도를 공부하면서 빈틈없이 거래하기 위해 고심했다. 당시 생소했던 미국 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신고도 기억에 남는다.
또 큰 거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로 '주주-미국법인-국내법인' 순서로 지배구조를 취한 회사에서 '주주-국내법인'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소위 역플립(Reverse flip) 사례를 자문한 것도 있다. 플립이나 역플립은 조세상 거래구조를 짜는 것이 주된 업무인데, 당시에는 주주들 사이의 이해관계 거래가 매우 복잡하기도 했고, 각국의 법체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거래를 완료할 수 있었다.
-자본시장 환경이 지난해 이후 급격히 변동했다. 올해 M&A 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개인적으로 올해 M&A 시장은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후반 살아나던 경기가 지난해 중반 금리와 환율 변동 등 여러 요소로 많이 경직된 것을 느낀다. 특히 업계 종사자 분들을 만나면 대다수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해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상당수의 M&A 거래가 갑자기 지연되거나 동결된 것들이 많았다. 올해 M&A 경기가 좋아질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데, 굳이 따진다면 경기가 급격히 회복해 거래가 많아지거나 더욱 악화돼 도산 기업들이 생기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겠다. 다만 현재는 예측이 어렵지 않나 싶다.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 특징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은 모두가 알듯 바이오(헬스케어), 연료, 친환경 관련 업체들에 관한 거래가 많았다. 요즘은 게임 등 IT 기업들이 당사자가 되거나 대상이 되는 거래도 많이 보였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IT 업종에서의 거래도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던 미국에서도 구글과 유튜브 등 유수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 적지 않게 염려가 된다. 사견으로는 지금과 같은 경직된 경제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소위 유니콘 기업들 정도가 지속적으로 M&A 거래를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거나 더 악화하면 이를 계기로 M&A 트렌드도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A와 기업자문 시장에 몸담으면서 제도나 법률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서는 국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규정이 매우 복잡하고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많은 부분 실무에서의 운용에 따른 차이가 생기기도 해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외국인들이 의문을 갖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의문이 없는 합리적인 제도로 개선됐으면 한다.
국내와 일본 정도에만 존재한다고 하는 형법상 배임죄도 탄력적인 M&A 거래에 대한 제약 사항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극단적인 형사 제재가 아니더라도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거래는 규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연구가 이뤄지면 좋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여러 사안에 대한 판결들을 통해 LBO 거래 등에 관한 배임죄 등에 대해 유무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을 통해 개별 사안별 판단이 이뤄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배임죄와 같이 포괄적인 규정을 통한 형사 처벌은 다수의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탄력성을 제약하고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느낀다. 이 부분도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외 일부 정부 감독기관은 법규상 명확한 근거 없이 소위 창구지도 형식으로 실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법규상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어렵고 투자나 법적 안정성도 저해된다. 여러 분야에서 법규에 기초하지 않은 실무 운용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달 한국사내변호사회 주관 고객 설문조사에서 M&A 분야 ‘best lawyer’로 선정되는 과분한 응원을 받았다. 올해도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매번 거래에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데 도움을 드리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건강 관리와 업무 배분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다. 체력적으로는 물론 업무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야지만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긴급하고 중요한 거래에서도 실수 없이 잘 지원할 수 있다고 평소 생각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