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하나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 중심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지만 내년 새 회계기준(IFRS17) 체제서도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태인데, 해당 상품은 IFRS17에서 수익 인식 효과가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 기준 원수보험료가 4212억원이다. 보험료 구성은 자동차보험이 61.6%(2593억원)로 비중이 가장 높고 장기보험이 31.7%(1337억원)로 그 뒤를 따른다. 이외 특종보험(218억원)과 해상보험(21억원), 화재보험(3억원), 개인연금(40억원) 등이 나머지 6.7%를 구성한다.
하나손해보험은 본래 자동차보험 전문(구 교원나라자동차보험)으로 출범했다가 일반보험(2008년)과 질병보험(2010년)으로 영역을 넓힌 뒤 2014년 손해보험 전 종목에 대한 사업허가를 취득하면서 종합 손해보험사로서 모습을 갖췄다. 특히 자동차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현재 김재영 대표이사는 오는 2025년까지 장기보험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리는 것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다.
보험영업에서 자동차보험 비중은 지난 2017년 69.3% 수준까지 상승했다가 △2018년 65.1% △2019년 62.5% △2020 61.1%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에서는 64.1%로 다시 올랐다가 올해 2020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장기보험은 2017년 24.2%에서 △2018년 29.9% △2019년 33.3% △2020년 33.6%로 상승했다. 작년에는 30.9%로 주춤했다가 올해 3분기 31.7%로 소폭 올랐다.
사업 다각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자동차보험 구조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하고 저조한 수익성이 꼽힌다. 자동차보험은 상품 특성상 손해율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적자 산업으로 불린다. 업계 상위권에 있는 주요 손해보험사 네 곳의 시장점유율이 85% 수준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캐롯손해보험과 같은 후발주자들이 퍼마일 상품과 같은 혁신 서비스를 내세우며 점유율을 늘리는 추세다.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99.8% △2020년 91.2% △2021년 86.7% △2022년 상반기 87.5%로 나타난다. 손해율에 사업비율까지 더한 합산비율은 해당연도 모두 100%가 넘어간다.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계속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보험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상태이며 당기순이익도 2018년부터 적자 신세다. 작년에는 17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사옥 매각 과정에서 부동산처분이익(395억원)이 있었고 해당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157억원으로 나온다. 이익잉여금(결손금)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806억원까지 커졌다.
사업 다각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이 아직 주력 사업이고 장기보험도 최근 5년간 원수보험료 비중이 30% 수준에서 정체됐기 때문에 순이익에 변동성이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순이익의 구체적 흐름을 △2018년 –105억원 △2019년 –445억원 △2020년 –68억원 △2021년 170억원 △2022년 3Q –327억원으로 나타난다.
(사진=하나손해보험)
내년 새로운 회계제도에서도 순이익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IFRS17에서 수익 인식은 기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바뀌는데, 보험영업 이익은 부채로 설정했던 보험계약마진(CSM)에서 보험서비스 제공 기간에 따라 상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SM 규모가 클수록 보험영업이익이 높게 잡힌다.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아 CSM 확보력이 미흡해 IFRS17 도입 이후에도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동차보험은 대다수 계약 기간이 짧다. 특히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 보험사로서 온라인 계약이 많은데 짧게는 하루짜리 보험도 있다”라며 “CSM은 미래의 계약마진이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짧은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높으면 적게 계상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손해보험의 3분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결과로 비춰볼 때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LAT는 IFRS17에 앞서 금융당국이 도입한 것으로 현행 IFRS4와는 다르게 부채를 시가 평가한다. 하나손해보험은 평가대상준비금이 8757억원이고 LAT 평가액이 5660억원으로 두 금액의 차이인 잉여금이 3096억원이다. 장기손해보험과 일반보험 모두 잉여금이 발생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23억원으로 결손이 나타난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고 주력 사업임에도 수익성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LAT는 IFRS17과 계리적 가정이 다르지만 이익이 되는 보험계약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만큼 LAT 잉여액 규모가 클수록 CSM 확보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제도에서 효과를 보려면 CSM 확보에 효율적인 장기보험 비중을 다시 빠르게 늘려야 한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SM 중심으로 가려고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그러한 방향으로 전환했다”라면서 “저축성보험 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IFRS17 기준 수익성은 현재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보험 비중이 자동차보험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