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처브라이프생명보험이 알버트김 체제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부분자본잠식 탈출은 요원하기만 하다. 보장성보험을 강화하는 포트폴리오 개선은 긍정적이나 극한의 비용절감만을 추구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영업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력 감축은 장래 성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순이익 대비 규모가 크게 잡히는 결손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처브라이프는 최근 알버트김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 2019년 12월 대표로 선임된 알버트김은 이번에 중임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수장을 맡게 됐다. 이사회는 알버트김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영업 체질개선을 이뤄내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처브라이프의 보험영업 개선 작업은 다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저축성보험은 수입보험료 기준 지난 2015년 크게 증가하면서 보장성보험을 앞질렀는데 당시 저축성보험은 1944억원(50.0%), 보장성보험은 1169억원(30.1%)으로 나타난다. 나머지는 특별계정의 변액보험 772억원(19.9%)이다.
과반이었던 저축성보험 비중은 △2016년 35.3%(1095억원) △2017년 15.1%(434억원) △2018년 12.8%(417억원) △2019년 10.5%(341억원) △2020년 10.2%(262억원) △2021년 7.5%(154억원)로 계속 하락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6.1%(57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반면 보장성보험 비중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64.1%까지 상승했다.
통계에 의하면 저축성보험 조정은 기존부터 계속 추진됐던 사안이다. 다만 알버트김 체제서는 해당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경영 효율화 작업으로 손익 수지를 맞추고 그 결과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처브라이프는 보험영업 부문에서 저축성보험 몸집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보험영업수익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보장성보험을 늘린 결과 보험영업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통상 보장성보험은 설계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한 수수료 지급 때문에 신계약비가 저축성보험보다 많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성보험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 시작한 2017년부터 보험영업에서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크게 발생했고 보험손익은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당시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1500억원 △2016년 611억원 △2017년 –240억원 △2018년 –415억원 △2019년 –351억원으로 나타난다. 알버트김 체제서는 기존에 늘어나고 있던 보험영업비용을 줄이면서 손실 하락을 방어했다. 보험손익이 2020년 –354억원, 2021년 –256억원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투자영업 부문에서는 손익이 2020년 477억원, 2021년 463억원으로 나타나 회사 자체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영업비용은 오퍼레이션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과 신계약비 효율성을 높였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라면서 "투자영업의 경우 낮은 이자율의 채권을 높은 이자율로 전환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수익증권의 배당이 높았던 점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보장성보험 강화는 구조적으로 저축성보험보다 보험영업비용이 크게 잡히지만 책임준비금전입액(비용으로 처리)은 덜 쌓기 때문에 이 부분도 영업 수지를 맞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금이나 환급금 지급을 위해 보험료 중 일정액을 적립해 두는 금액이다. 처브라이프는 책임준비금전입액이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2015년 2124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87억원이었다.
알버트김 처브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진=처브라이프)
처브라이프는 순이익이 2020년 63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2021년 19억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3분기 기준 78억원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그동안 적자로 쌓아왔던 금액이 너무 컸기 때문에 이익잉여금(결손금)은 –4092억원으로 나타난다.
결손금 탓에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금리상승 영향에 따른 채권평가 손실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감소하면서 자본총계가 더욱 감소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586억원까지 내려갔다. 자본금은 2851억으로 현재 자본잠식률은 79.4%다. 금리 영향으로 변동하는 기타포괄손익 부문을 차치하더라도 결손금 규모가 순이익 대비 크게 나타나 회사의 자체적 노력으로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게다가 비용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영업 인력을 감축했다는 점은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명보험은 산업 특성상 대면모집이 핵심이다. 처브라이프 역시 대면영업 비중이 지난해 초회보험료 기준 95.9% 수준이다. 그런데 처브라이프는 저축성보험을 줄이면서 2020년 초회보험료 수익의 주요 채널이었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가 문을 닫았고 현재는 설계사와 대리점 채널만 이용하고 있다.
영업 인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셈인데 정작 인력 구조는 올해 3분기 기준 임직원과 점포 현황이 △임직원 119명 △점포수 35개 △대리점 64개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임직원 143명 △점포수 49개 △대리점 82개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설계사(전속 기준) 인원은 267명에서 177명으로 줄었다. 대면영업이 핵심인 생명보험 업종에서 인원 감축은 이익창출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처브라이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적자가 났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사업비 집행이 높았던 점을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저축성보험 상품에서 보장성 상품 판매 위주로 수익성 체질 변화를 이뤄왔고,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이자 수익을 올렸다. 위험 관리와 비용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