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출사표 던진 카카오뱅크, 손잡을 거래소는?
'코인원' 거래소 부각…회사는 신중 모드
공개 2022-05-13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10: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가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나서며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관련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실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이미 타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어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 3일 1분기 경영 실적 컨런스콜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 가능성에 대해 밝혔다. 윤 대표는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금융 상품의 하나로 투자하고 관리하고 있다”라면서 “고객이 주요한 자산으로 여기는만큼 이를 어떻게 서비스나 비즈니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전개 중인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이다. 이들은 실명계좌를 받아 원화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가 가장 높게 나온다. 가상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의하면 원화거래 점유율은 업비트가 77~80% 수준으로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케이뱅크(업비트),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전북은행(고팍스) 등과 실명계좌 제휴를 이미 맺고 있다. 업비트의 경우 지난 2020년 6월 기존 기업은행(024110)에서 케이뱅크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고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를 재개했다.
 
카카오뱅크가 업비트와 제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지주(316140) 지분 1%를 인수하면서 실명계좌를 케이뱅크 외 다른 은행으로 확장하는 방안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현시점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업비트는 그간 케이뱅크와 협업 관계를 이어오면서 관련 체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실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비트 독점 문제가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눈치다.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1861만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가입 고객은 750만명을 넘어섰다. 두 회사 모두 업비트와 제휴를 맺게 되면 가상자산 시장이 한쪽으로 더욱 쏠리게 되고 이는 곧 서비스 질이나 수수료 문제 등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시장 점유율 두 번째를 달리고 있는 빗썸과 손을 잡는 것도 애매하다. 카카오뱅크의 모기업인 카카오(035720)가 두나무 지분도 갖고 있어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기준 카카오뱅크와 두나무 지분을 각각 27.26%와 15.33% 소유하면서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두나무에 대한 지분법 이익으로 4889억원을 계상했는데 이는 단순 수치 상 카카오 당기순이익(1조3922억원)의 35.1%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빗썸과 제휴하게 되면 관계사의 최대 경쟁사와 손을 잡는 꼴이 되고, 카카오 입장에서도 이해충돌 여지가 생긴다.
 
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코빗과 고팍스는 시장 점유율이 낮아 문제다. 두 곳 모두 1% 미만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빗의 경우 최근 신한은행과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빗은 지난 5일부터 원화 입금 자동이체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이는 신한은행 앱을 거치지 않고 자체 앱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의 전산시스템 전용 회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빗 측에서는 신한은행과 오랜 기간 협력하면서 신뢰 관계가 깊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고팍스는 작년 9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코인마켓(가상화폐 간 거래만 중개)’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후 약 7개월 만인 지난달 ‘원화마켓(원화로 가상화폐 매매)’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이용자 유입에 힘쓰고 있다. 전북은행과 계좌 발급 체계를 구축하고 다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다른 은행과 제휴할 가능성은 희미해 보인다.
 
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코인원이다.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분야 진출을 위해 거래소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가운데 코인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1개 거래소와 1개 실명계좌 은행이 협업하는 형태가 관행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앞선 계약이 끝나야 새로운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인원은 지난 3월 NH농협은행과 재계약을 맺으면서 내년 3월까지 제휴 기간을 늘렸다. 거래소 한 곳이 여러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지만 자금세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어떤 거래소와 제휴를 맺겠다 등과 같은 진행 상황이 현재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라면서 “내부적으로 스터디 차원에서 다양한 거래소들과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진출할 수 있을지 열린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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