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협상 반년째 난항…반덤핑 관세로 더 꼬인다
각자 수익성 개선 위해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의견차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건의
반덤핑 관세 부과에 조선업계 우려 커지며 협상 장기화 전망
공개 2025-02-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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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지난해부터 반년 넘게 매듭짓지 못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사이의 후판 가격 협상이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원하고 조선업계는 인하를 요구하는 등 둘 사이의 의견 차이가 뚜렷한 까닭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잠정 부과하기로 예비판정을 내렸다. 중국산 후판 유입에 따라 국내 철강 산업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업계 반발이 커지는 등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후판(사진=연합뉴스)
 
후판 협상 반년 넘게 진행 중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완료돼야 했을 후판 가격 협상이 2월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별로 만나 국제 철강 가격 등을 고려해 후판 공급 가격을 협상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우선 협상에 나서고, 이후 현대제철과 다른 대형 조선소들도 협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연 사유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사이의 의견 대립 때문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는 제조원가 및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아직 수익성이 회복되는 가운데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업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후판 가격 협상은 지난 2023년 이래로 갈수록 장기화하는 추세다. 후판 가격 협상 결과는 2023년부터 반기 중간 타결되거나 심지어 다음 반기로 넘어가서야 협상이 완료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 업계가 협상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환율상승, 전기요금 인상과 철강 가격 하락이 맞물려 수익성이 감소하는 추세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322억원으로 직전연도(2조3053억원)와 비교했을 때 24.9% 감소했다. 현대제철(004020)도 영업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었는데,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직전연도(7983억원) 대비 60.6% 줄었다. 철강 산업이 구조적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후판 가격 인하가 추가적으로 이뤄지면 영업이익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전체 후판 판매량 중 40~50%가량을 조선산업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이 하락한다면 전체 후판 매출도 줄어들 수 있다.
 
조선업계도 넉넉히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과거 호황기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5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9%를 기록했다. 과거 2010년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5조343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1.9%에 달했다. 아울러 한화오션(042660)은 지난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조선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과거 호황기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정부,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협상 장기화될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잠정 반덤핑 관세는 산업에 실질적으로 피해가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최종 반덤핑 관세 이전 임시로 부과하는 관세다. 건의 후 50일내로 기획재정부가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철강업계는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국산 후판 가격을 끌어내리던 중국산 후판 가격이 오를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덤핑 관세는 보통 가격에 전이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반덤핑 관세 부과로 가격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점진적으로 국내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당장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주요 대형 조선소들이 보세공장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현재 수출하는 선박에 사용되는 중국산 후판은 면세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산 후판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인해 원가율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후판은 조선산업 전체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원료로 가격에 따라 원가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보세 공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중소형 조선소들의 원가 압력 부담은 당장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업계가 각자의 수익성을 걸고 협상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물러설 여지가 적다. 아울러 조선업계는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 국산 후판을 써야만 하고, 철강업계 역시 주요 고객인 국내 조선소에 후판을 공급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두 업계 모두 협상을 저버릴 수도 없다.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비용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진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 협상이 지연될 경우 전반기 가격을 바탕으로 우선 거래를 한 후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정산한다. 전반기 대비 후판 가격 인상으로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조선업계가 인상분에 대한 비용을 철강업계에 지불하고, 반대로 후판 가격이 인하로 결정된다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에 인하분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반덤핑에 대한 영향을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부담 등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선박 수주 감소, 후판 사용 감소 등 관련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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