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최근 비급여 관리와 실손의료보험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손해보험 업계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과소할 전망이다. 주요 적용 대상이 재가입 시점이 도래하는 4세대 상품인데, 이른 것도 내년 하반기로 파악된다. 게다가 4세대 상품은 전체 실손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은 상태다. 이번 개혁안 시행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장기적 관점이며, 효과 역시 미미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세대 실손보험, 내년 상반기부터 재가입
15일 금융투자·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실손보험 개혁안은 적용 대상이 주로 4세대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세대와 초기 2세대 상품은 약관 변경 조항이 없어 애초에 포함되지 않고, 3세대 상품은 재가입 시점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서다. 4세대 상품이 재가입 도래가 그나마 빠른 편인데 내년 하반기가 시작이다. 실손보험 개혁안이 적용돼도 보험사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까지 장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실손보험은 상품이 만들어지고 시장에 나왔던 시점에 따라 1세대~4세대로 구분되며, 재가입 기간은 상품군 기준으로 각각 다르게 설정됐다. 3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된 기간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며, 4세대는 그 이후부터 판매되고 있다. 재가입 기간은 3세대가 15년, 4세대가 5년이다.
(사진=연합뉴스)
2세대 상품의 경우 2009년 판매했던 초기 2세대 외에 2013년부터 판매한 표준형과 2015년부터 판매한 선택형2 상품이 재가입이 가능한데, 설정 기간은 15년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혁안에 따른 약관 적용은 오는 2026년 7월부터 4세대 기존 계약의 신상품(5세대)에 대해 점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1세대와 초기 2세대 상품은 애초에 재가입이 불가하다. 상품 구조 개혁안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당국에서 파악한 규모는 1세대 654만 건과 초기 2세대 928만 건으로 합계 1582만 건이며, 비중은 44%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계약 만기인 100세까지 개정 약관 적용이 불가하다.
4세대 상품은 비교적 최근부터 판매된 만큼 전체 실손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지난해 9월 보유계약 건수 기준 15.2%다. 2세대 실손보험이 43.7%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1세대 19.0%와 3세대 22.1%다. 즉 이번 실손보험 상품 개혁안은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시점까지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대상도 극히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셈이다.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손해율 개선 효과도 애매
실손보험은 손해보험사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장기보험에 포함된다. 현재 높은 손해율 탓에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세대별 위험손해율 수준을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1세대 123.5% ▲2세대 120.5% ▲3세대 155.5% ▲4세대 134.0%로 확인된다. 특히 비교적 최근 상품인 3세대와 4세대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앞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관계 전문가와 함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비급여 남용을 막고 실손보험 상품 구조도 개편한다는 명분에서다. 실손보험 관련 내용의 골자는 급여(주계약)에서 일반과 중증으로 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하고, 비급여(특약)에 대해서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상한도와 자기부담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적용 대상이 아닌 1세대~초기 2세대 상품은 보험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계약을 재매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을 근거로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약관을 변경해 재가입할 수 있는 조항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개선된 5세대 상품이 나와도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따른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그동안 1세대~4세대를 거쳐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상태기 때문이다. 기존 계약을 가입자 스스로 4세대나 그 이후 상품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실행 가능성이 낮다. 앞서 4세대 상품도 구조가 개편되면서 출시됐지만 현재 기존 세대의 전환은 미미한 상황이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1세대 상품의 경우 손해보험 상품은 자기부담금이 없다. 2세대는 선택형 혹은 표준형에 따라 자기부담률이 10%~20%다. 3세대는 특약의 경우 30%이며, 4세대는 주계약 20%에 특약 30%다. 상품의 세대가 점점 지나면서 약관이 정교해짐에 따라 자기부담이 새로 적용되거나 보장이 오히려 빠지는 부분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실손보험은 4000만명 가까이 가입했기 때문에 5세대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개선된 부분은 신규 가입자 중심으로 적용된다”라면서 “구세대 계약 전환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기 어렵고, 재매입 제도는 실행 가능성이나 그 효과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을 적용하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급격하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고 서서히 1~2%p씩 내려갈 순 있으나 이 역시도 매우 장기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