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조치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맞닿아 있는 멕시코·캐나다 현지에 공장이 있는 곳은 우려가 크다. 품목별로는 상호관세 부담이 있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업종에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있는 것으로 언급된다.
26일 <IB토마토> 주최로 개최된 ‘2025 크레딧 포럼 - 트럼프 2기 리스크와 기회…기업 신용도의 새로운 판도’ 행사에서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크레딧 전문위원은 “트럼프 관세부과 조치는 단순 협상용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크레딧 전문위원 (사진=IB토마토)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한 관세 정책을 펴고 있다.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에 우선적으로 부과했는데, 명목상 사유는 마약 문제지만 실제는 대미 수입 상위 3개국에 대한 규제다. 부과 현황은 ▲멕시코산 수입품 25% ▲캐나다산 일반 수입품 25%와 에너지 수입품 10%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율 20%(10%+10%) 상향 조정 등이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있거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산업 중심으로 품목별 관세도 부과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가 적용됐으며 자동차나 반도체, 의약품이 추가 명단에 올랐다. 오는 4월2일에는 글로벌 상호관세도 예고됐다. 이에 앞선 3개국과 유럽연합(EU)은 보복관세로 대응 중이다.
김 위원은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달러화가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 역시 중국과 교역을 확대하면서 미국 제조업이 공동화 현상을 보인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에서 구조적인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기준 124.3%로 올랐고 재정적자비율도 6.9%다. 쌍둥이 적자 축소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글로벌 기업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활용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생산 설비를 자국으로 이전시킬 수단이 필요한데, 관세 부과가 필연적 조치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 현지에 공장이 있는 곳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포스코(005490),
포스코퓨처엠(003670),
현대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트랜시스,
LG전자(066570),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전자(005930),
동국제강(460860),
세아제강(306200),
기아(000270) 등이 있다.
미국 내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에 나서는 곳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취약한 공급망과 인건비 부담 등 높은 생산비용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도 자국 내 대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여기에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일정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등 정치적 요인도 있다”라고 했다.
품목별 관세에 상호관세 부담까지 있는 업종으로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이 주요하게 꼽힌다. 자동차의 경우 현재 관세 유예 조치를 받긴 했으나 멕시코 관세 25%에 품목별 관세 25%까지 적용하면 초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은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통해 상호관세를 경감받을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전적으로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해당 업종 타격이 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 관점에서는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인데, 각 업종의 특성과 개별 기업의 재무안정성 수준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면서 “자동차와 철강은 재무 여력을 보유한 만큼 특정한 액션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반도체의 경우 레거시 메모리 중심으로 일정 수준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