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동일 주총 앞두고 '우군' 삼양그룹 제동…표 대결 불붙는다
법원서 자본시장법 '5% 룰' 위반 결정…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등 두고 최대주주-소액주주 표 대결 예고
국민연금·외국인 기관 투자자·나머지 소액주주 표심이 결정타
공개 2025-03-27 16:17:3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16: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DI동일(001530) 최대주주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는 삼양그룹(삼양홀딩스(000070)·삼양사(145990))이 자본시장법상 5% 룰(상장사 지분 5% 이상 보유 시 보고 의무) 위반으로 오는 28일 열리는 DI동일 주주총회에서 일부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는 최대주주 측과 소액주주 측이 집중투표제 등 핵심 안건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DI동일의 최대주주 측과 소액주주 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10%포인트에 불과해, 나머지 주주의 표심이 주총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외국인 기관투자자, 일반 소액주주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DI동일)
 
법원, 우호지분 영향력 ‘제동’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양홀딩스·삼양사가 보유한 DI동일 지분에 대해 ‘5%를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한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자본시장법상 147조 1항에 따라 특정 상장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지분 보유 기업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삼양그룹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의결권 제한 이유다.
 
삼양그룹은 삼양홀딩스와 삼양사가 각각 5% 이하의 지분(삼양홀딩스 2.7%, 삼양사 4.7%)을 보유하고 있고, 지분 공동 보유자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보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양홀딩스와 삼양사는 공동 보유자에 해당하고,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이 삼양그룹 각 사가 보유한 DI동일 지분을 하나로 묶고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 삼양그룹이 보유한 DI동일 지분율의 합은 7.4%(158만7536주)로, 이 중 2.4%는 의결권을 행사가 제한된다. 삼양그룹은 DI동일에 대한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오며 최대주주 측의 우군 역할을 했지만, 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11년 기업 분할 이전 삼양그룹의 DI동일 지분율은 5.6%로, 2016년 이후 아홉 차례에 걸친 DI동일의 주식 배당, 10대 1 주식 분할로 인해 의결권이 확대됐다. DI동일이 올해 자사주 소각을 하면서 지분율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삼양그룹은 늘어난 지분율을 바탕으로 DI동일 최대주주 측 우군으로 활약했다. DI동일과 삼양그룹은 서로 각 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다. 지난해 11월 열린 DI동일 임시주주총회에는 감사위원 해임 안건이 부결된 바 있다. 해당 사안은 특별 결의 요건이라 출석 의결권 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되지만, 찬성률은 60%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삼양그룹은 감사위원 해임 반대에 표를 던졌는데, 출석 의결권수(1000만주 수준)를 고려하면 감사위원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해임 대상이 된 감사위원은 DI동일과 정헌재단(DI동일의 최대주주)에서 겸직하며 DI동일의 대여금 배임 논란을 주도했기에 최대주주 측의 인사로 평가된다.
 
DI동일 최대주주 측은 우호지분의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오는 주주총회에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측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보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선임안을 안건으로 올려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기준 DI동일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은 22.37%로 소액주주 결집 지분(11~12%대 추산)과 약 10%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재 디아이동일 측과 소액주주 측은 각자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통해 의결권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 등 나머지 주주가 '캐스팅 보트'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외국인 기관 투자자, 경영권 분쟁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주주총회 결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DI동일 지분율은 5% 수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7~8%대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의 DI동일 지분율은 47.9%로 절반에 가까운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 속한 소액주주 지분율을 12%라고 가정하면, 35%의 지분이 아직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정해지지 않았다.
 
소액주주 측은 지난해 부결된 감사가 여전히 근무 중이며, 회계처리 위반으로 인해 한때 주식거래가 정지되며 주주 피해가 컸던 점을 부각하며 표심 끌어오기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최대주주 측은 주주 환원을 늘리고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의 흐름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처럼 소액주주와 입장을 같이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DI동일 소액주주 측은 주주환원보다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역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특히 지난해 1월 고려아연(010130) 임시주주총회 당시 집중투표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이번 DI동일 주주총회에서도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는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되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 역시 소액주주 목소리를 강화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DI동일 주주총회는 결과를 열어봐야 알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을 어떻게 먹냐에 따라 DI동일의 경영권 분쟁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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