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이하 케이엘앤)가 코스닥 상장사
마녀공장(439090)을 19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맘스터치 해외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K-뷰티’와 ‘클린뷰티’의 글로벌 성장 잠재력에 베팅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케이엘앤은 특수목적법인(SPC) ‘케이뷰티홀딩스’를 통해 마녀공장 최대주주 엘앤피코스메틱이 보유한 지분 51.9%(849만4598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만2367원으로, 총 거래 금액은 약 1900억원이다. 지난해 마녀공장의 평균 주가가 2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0%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고밸류 논란…11.5배 수익 거둔 엘앤피코스메틱
시장에선 이번 거래에 대해 ‘고평가 인수’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통상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구조 개선 및 사업 고도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엑시트(회수)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는데, 마녀공장은 이미 상장사로서 일정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반영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상장 당시 적용된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보면, 마녀공장의 지난해 PER는 30.04배에 달한다. 이는 동종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당시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애경산업(8.79배), 네오팜(8.87배)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기업 인수에서 자주 활용되는 또 다른 지표인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기준으로도 마녀공장은 13.94배 수준으로,
애경산업(018250)(5.12배),
네오팜(092730)(2.83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EV/EBITDA는 인수 이후 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과 직결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회수 기간이 길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엘앤피코스메틱은 성공적인 투자 회수를 이뤘다는 평가다. 엘앤피는 지난 2018년 마녀공장 지분 70%를 175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2023년 블록딜로 약 514억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중 500억원의 후순위 출자금을 제외하면 최종 회수 금액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초기 투자금 대비 약 11.5배에 달하는 수익률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1만6000원)와 비교하면 이번 인수가격은 39%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으로, 고점에서의 엑시트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뷰티+클린뷰티 성장성에 '장기 베팅'
케이엘앤이 적지 않은 금액으로 마녀공장을 인수한 배경에는 마녀공장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투자 포인트로 작용했다.
마녀공장은 2020년 전체 매출(393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이 24.8%(9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49%, 2022년에는 55.3%까지 확대됐다. 특히 일본 시장은 2022년 기준 해외 매출의 75.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법인을 직접 설립(2022년 10월)하며 유통 채널 확장에 나섰고, 클린뷰티 트렌드와의 접점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 내 오프라인 채널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마녀공장은 코스트코, 얼타(ULTA Beauty)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미국 내 매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21억원 증가한 717억원을 기록해 20.3% 성장했다. 마녀공장 매출은 국내에선 온라인(272억원) 비중과 오프라인(290억원)이 비슷한 반면 해외에선 온라인(270억원)보다 오프라인(447억원) 매출 규모가 더 크다는 점도 향후 현지 유통 확대 전략과 맞물려 긍정적이다.
케이엘앤은 앞서 맘스터치를 인수해 해외 프랜차이즈 성공 경험을 축적한 바 있다. 5년 만에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 하림그룹 등 주요 기관 출자자들로부터 약 70%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성과를 입증했다. 특히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고, 연말까지 30개 가맹점 계약을 목표로 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마녀공장 인수는 맘스터치의 해외 확장 전략을 뷰티 산업에 접목한 두 번째 대형 베팅으로, ‘K-뷰티’와 ‘클린뷰티’라는 글로벌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마녀공장 측은 “해외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현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 런칭도 계획하고,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라며 “현지 소비 동향에 맞춰 주요 리테일 체인과 매장 추가 입점을 통해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