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업황 회복을 발판으로 신용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과거 불황으로 흔들린 재무 체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높은 신용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신용등급 상승을 목표로 현금흐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용평가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기업의 유동성 창출 능력과 부채 상환 역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계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현금흐름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신용도 현황을 살펴보고, 현금흐름 개선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만기가 짧은 단기 자금 조달 시장(기업어음·단기사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상환 압박을 낮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BBB+ 등급의 낮은 신용도로 인해 회사채 발행 비용이 높아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당분간 단기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박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향후 현금 창출력으로 상환 압박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높은 이자 부담에도 단기 자금 확대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이자 비용은 2132억원으로 직전연도(1786억원)보다 350억원가량 증가했다. 국내 주요 동종업체들은 이자비용이 감소 혹은 증가폭이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국내 주요 조선소 중 이자 부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단기 조달 중심의 조달 방식이 이자 부담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기업 어음과 단기전자사채를 중심으로 외부 자금을 마련 중이다.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등은 신용도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삼성중공업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3 등급으로 높은 편이 아님에도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울러 조선산업의 업황이 개선된 점도 수월한 자금 조달을 가능케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어음과 단기사채는 이자 부담뿐 아니라 상환 압박도 높다. 만기가 주로 6개월 이내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삼성중공업의 일반 기업어음 미상환잔액은 2100억원, 단기사채는 2900억원이다. 어음과 단기사채 모두 만기일이 179일 이하로 향후 6개월 이내에 5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간에 어음과 단기사채 상환 일자가 몰릴 경우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차입금 상환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유형자산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6545억원을 유입했지만,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 6000억원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현금 유입으로 재무활동현금 유출에 겨우 대응한 것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유형자산처분 등으로 투자활동현금 3105억원을 유입하면서 차입금 상환 및 운영 자금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회사채 등 중장기 자금 조달 수단을 확대 중이다. 막대한 운전자본이 투입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잦은 차입금 상환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만기일을 연장해 상환 압박을 줄이면 자금 운영도 한층 여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의 장기신용도는 아직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신용등급이 BBB+(긍정) 등급으로 낮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신용도가 낮을수록 비용이 높다.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BBB+ 등급의 회사채 이자율은 4.5~5%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에 반해 삼성중공업의 단기사채 이율은 지난해 말 기준 4% 초반에 불과했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상환 압박을 덜어낼 요인이 적은 상황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의 조달 다변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업황 개선에 상환 여력 확대
회사채 등 자금 조달 대안없이 어음과 단기사채 등으로 자금 조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현금 창출력 확대가 필요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커야 잦은 원리금 상환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선박 가격 상승에 따라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54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영업활동에서 5165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는데, 1년 사이 현금 사정이 개선된 것이다. 현금흐름이 개선된 원인은 저수익 선박의 인도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대적으로 고선가 선박의 인도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고선가 선박 인도 비중 확대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이 인도할 선박 가격은 LNG선 기준 평균 2억1490만달러, 내년은 2억2720만달러로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과 3월에도 1척당 2억달러 후반대 이상의 수주를 따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에 3796억원의 신규 수주에 이어 3월 각각 1조9355억원, 4661억원의 신규 선박 수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중공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640억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운전자본 부담에도 불구하고 선박 인도가 늘며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 조선업계 전체가 재무 변동성에 노출되는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해소된 상태다”라며 “조선산업의 업황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어 어음 등 단기 자금 상환 압박은 갈수록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