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드라이브)③자동차 넘어 항공·해상 운송도 수소 시대
수소경제 확장 특정 산업 넘어 산업간 융합 '첨병' 역할
국내서 수소 클러스터 주요 이슈로 부상
수소 생산에 과도한 비용과 환경 문제 숙제
공개 2024-09-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16: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0월, 세계 1위와 3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수장이 한국에서 만난다. 그들이 논의할 주요 의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이다. 수소가 어떤 에너지원이기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보다 앞서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지, 전기차 보급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소는 안전성 측면에서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수소 경제가 자동차를 넘어 항공과 해상 운송 등 대형 운송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 목표를 향해 빠르게 전환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운송 수단은 기후 변화 대응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가 대형 운송 수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출시한 대형 수소 상용차. (사진=연합뉴스)
 
대형 운송 수단으로 확장되는 수소 모빌리티
 
24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과 해상 운송 산업은 특성상 장거리 운송과 높은 중량에 따른 높은 에너지 효율이 필수적이다. 이는 배터리 기반의 전기 모빌리티로는 한계가 있는 분야로, 수소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연료를 보급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장거리 운송 수단에 최적의 에너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항공기 제조사들은 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한 비행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여러 항공사들이 2030년대 중반까지 수소 기반 항공기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는 지난 2020년 발표한 ‘ZEROe’ 프로젝트를 통해 2035년까지 수소 동력 항공기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터보팬, 터보프롭, 브렌디드 윙 바디 등 다양한 형태의 항공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한 무공해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기존 항공기를 개조해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회사는 2025년까지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중형 항공기의 상용화를, 2030년대에는 더 큰 항공기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 또한 수소를 포함한 지속가능항공유(SAF) 기술에 참여, 수소 동력 비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뿐만 아니라 해운 산업에서도 수소를 이용한 대형 선박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박 제조사들은 기존의 디젤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수소 연료를 통해 해상 운송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해운사인 HMM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한 선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HMM은 HD현대중공업과 협력해 수소 연료전지 기반의 차세대 대형 선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30년대 초반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경제의 확장은 단순히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경제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부터 저장과 운송, 그리고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소 생태계가 잘 구축될 경우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철강, 화학, 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미치며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소 클러스터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수소 클러스터는 수소 생산과 저장, 유통이 한 지역에 집약된 형태로, 수소 경제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전북 새만금 지역이 국내 최초의 수소 생산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글로벌 수소 경제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독일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을 수소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전통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중 하나이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DRI(Direct Reduced Iron) 공정을 통해 무탄소 철강 생산 프로젝트인 하이포스틸(H2Steel)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는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후쿠시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 시설 중 하나인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가 설립됐으며, 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협력과 경쟁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주요 주체 중 하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다. 현대차(005380)와 도요타, BMW 등은 수소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들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들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수소 연료전지 기술의 표준화를 목표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기술 공유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글로벌 확산을 촉진하고, 비용 절감과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는 도요타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넥쏘 등 수소승용차와 대형 수소 상용차 개발에 이어, 항공 및 해상 분야로의 확장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 기술을 중장기 비전의 핵심 축으로 삼고 2033년까지 5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통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비용과 환경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수소의 대부분은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 수소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어 일부 탄소를 배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이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이 높은 상황이다.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수소는 매우 가벼운 물질로 저장 및 운송 과정에서 누출 위험이 있으며, 고압 탱크와 같은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도 수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수소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 수소 관련 과도한 규제 등이 수소 경제로의 빠른 전환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소는 생산 비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며 이윤을 내기 힘든 단계"라면서 "일반수소 입찰시장이나 올해 열리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처럼 수소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수소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프라 확충과 수요 증가의 상관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라면서 "현재 수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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