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형 토지신탁·책준신탁 리스크 확대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신탁사 재무건전성 지표 NCR 하락 불가피…요주이하자산 비중도 늘어여전히 50%대 유지 중인 부채비율…정비사업 위주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 진행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한국자산신탁(123890)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 과거 적극적으로 수주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다. 다만 회사는 1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전환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를 버텨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국자산신탁 본사.(사진=한국자산신탁)
차입형·책준신탁 여파에…재무건전성·자산건전성 ‘동반하락’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2022년 말 511%에서 2023년 말 370%, 올해 6월 말 309%로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NCR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833.36%로 나타났다.
NCR은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영업용순자본을 시장위험액과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등을 합한 총 위험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 등 3종 금융투자업자는 NCR을 1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한국자산신탁의 총 위험액은 2022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2022년 1030억원이던 총위험액은 2023년 1249억원, 올해 6월 115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용순자본이 같은 기간 5266억원에서 4624억원, 3583억원으로 빠르게 감소함에 따라 NCR 수치가 낮아진 것이다.
자산건전성 역시 NCR의 감소세와 궤를 같이 했다. 한국자산신탁의 연결 기준 요주의이하자산 비중은 지난 2022년 말 26.0%에서 2023년 말 53.5%, 올해 6월 58.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탁계정대가 1872억원, 4164억원, 5469억원 순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신탁계정대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행사·조합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계정이다.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증가했다는 것은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확장으로 개발 사업장에 투입된 자금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들의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PF 리스크’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영업이익 하락 불가피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한국자산신탁이 현재 책임준공의무를 약정한 책준신탁 사업장은 전국 총 10곳이다. 이들 사업장에 제공한 대출잔액은 5082억원이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한 사업장은 아직 없다.
다만 PF 리스크 현실화를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채권잔액 1조1485억원 가운데 817억원(7.1%)이던 회사의 대손충당금은 올해 6월 말 1조3178억원의 7.4%인 977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기간 책준신탁 사업장 대출금 관련 대손충당금이 214억원에서 256억원으로, 신탁계정대 관련 충당금은 523억원에서 579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따라 회사의 영업실적 역시 감소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1173억원, 영업이익 4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영업수익 1302억원, 영업이익 596억원) 대비 각각 줄어든 수준이다. 신규 수주 감소에 영업수익이 줄었고, 대손충당금 증가에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욱 컸던 것이다.
탄탄한 자기자본…포트폴리오 전환은 '진행 중'
그럼에도 한국자산신탁의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56.3%로 지난해 말(21.5%)에 비해 늘었지만, 적정 수준(200% 미만)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회사의 자본총계는 1조396억원, 보유 현금은 1292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고 있어 최근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준신탁 리스크에 따른 주요 지표 하락에도 전반적인 지표는 여전히 우수한 수준”이라면서 “신탁계정대 운용 등에 필요한 자기자본은 충분하기 때문에 향후 리스크 해소시 재무건전성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준신탁 중심의 사업 구조를 도시정비사업, 비토지신탁, 리츠(REITs) 등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한국자산신탁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총 21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탁방식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도 우성·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예비신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차입형 토지신탁에 비해 보수율이 낮다”면서도 “조합원 물량을 활용한 분양위험 통제, 상대적으로 긴 수익인식 기간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의 민감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