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제약(068760)의 합병 작업을 최근 잠정 중단키로 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양사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회사가 주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로 하면서 이뤄진 결정이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계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 등에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사는 양사 합병에 대한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비롯해 회계법인의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이 합병에 크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홈페이지 화면에 합병 관련 공지가 올라와 있다. (사진=셀트리온 홈페이지)
실제 셀트리온그룹은 양사의 합병 추진 결정이 과연 주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을 비롯해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과거 약속한 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약속을 지킨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계열사 간 합병 등을 발표했던 여타 기업과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반 주주에 대한 의견수렴보다 최대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 합병 등 지배 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불합리한 결정과 이들의 반발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 다녔다.
그나마 일방적인 공시 이후 주주서한을 보내 지배 구조 개편 등이 주주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설명하기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 기업은 지배 구조 개편 공시 이후 논란이 크게 확산되자 뒤늦게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와의 소통을 등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배 구조 개편 방법 등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만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셀트리온그룹의 이번 결정은 최대주주가 아닌 오직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타 기업들도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지배 구조를 개편한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소액 주주에 대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대부분 알짜 회사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사례가 많았다.
아울러 크게 양보해서 기업들의 설명대로 지배 구조 개편으로 사업이 더욱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모두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전체 주주와의 소통이다. 표면적으로는 최대주주에게 이익이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에 따라 전체 주주들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셀트리온그룹의 '특별위원회' 설치 등은 회사가 주주와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특히 소통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배 구조 개편과 관련해 소액 주주와 대립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왜 회사의 진정성을 믿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보다 주주와의 소통에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에 따라 회사의 지배 구조 성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민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