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지난해 유동비율 19% 불과…티몬, 2022년 말 기준 18%큐텐, 글로벌 쇼핑몰 '위시' 인수대금으로 티메프 판매대금 사용정산기한 단축 나선 정부…경쟁과열 이커머스 생태계 해결 필요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쇼핑 규모는 급증했지만 정산기한이나 상품권 발행 관련 법령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가 정산기한을 늘리고 판매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해 기업의 부실을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출혈경쟁 등으로 인해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이커머스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위메프와 티몬'(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소비자와 판매자(셀러)에게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큐텐은 무리한 사세 확장에 나서면서 티메프의 판매대금을 유용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 가운데 지난달 티몬이 무기한 정산 지연을 선언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잇달아 이탈, 소비자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본잠식' 티메프 자금까지 끌어다 사세 확장
8일 검찰에 따르면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에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한 대금이 약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두 회사의 5월분 판매자 미정산 금액 약 2134억원에 정산기일이 오지 않은 6~7월분 약 7000억원을 합산한 금액으로, 검찰은 이를 사기액으로 잠정 판단했다.
앞서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며 세를 넓혀왔다. 하지만 큐텐에 인수된 이후에도 자본잠식은 이어졌다. 지난해 위메프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398억원을 기록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0억원으로,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 2924억원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동비율도 19.92%에 불과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200%이상을 이상적이라고 평가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도 이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수익활동을 통해 발생한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나타내는 지표다. 위메프는 2019년 처음으로 별도 기준 838억원이 유출된 이후 2020년 2468억원으로 급증, 2021년 1151억원의 대규모 현금이 계속 빠져나갔다. 이어 2022년(-555억원)과 2023년(-153억원)에도 현금흐름은 음수를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도 2022년 589억원과 2023년 177억원의 순유출이 지속됐다.
이에 위메프 연결재무제표를 감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통해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티몬의 사업보고서는 지난해 이후 올라오지 않았지만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안진회계법인도 감사의견을 통해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2022년 말 기준 166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데다 유동부채(7193억원)가 유동자산(1310억원) 보다 더 많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단기금융 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97억원으로 위메프 보다 많았지만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가 7110억원에 달했다. 유동비율도 18.21%로 열위한 모습을 보였다.
큐텐은 이 같은 자본잠식을 해결하기는커녕 티메프 자금 400억원을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데 끌어다 쓴 걸로 확인됐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큐텐이 2월 북미·유럽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 티몬·위메프 자금을 사용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긴 정산기한 악용…정부, 새로운 관리체계 마련
일각에서는 큐텐의 무리한 사세확장이 부메랑이 됐다고 평가한다.
앞서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2년간 5개 온라인 쇼핑몰을 사들이며 외형을 키워왔다. 지난 2022년 9월 티몬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인터파크커머스와 4월 위메프를 인수했다. 티몬과 위메프 매입 시에는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들이지 않았지만, 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매도자인 야놀자에 인수자금을 아직 청산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2월에는 미국 기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약 2300억원에, 3월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5억원에 사들였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은 위시의 인수대금으로도 활용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주기가 각각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 두 달 후 7일인 만큼 해당 기간동안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커머스(유통)가 결제대행(금융) 역할까지 하는 새로운 지급결제 유형에 대한 규율·관리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커머스 업체가 정산기한을 늘리고 판매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해 이커머스의 부실이 판매자·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막고, 전자상거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이커머스업체와 PG사에 대한 정산기한을 대규모유통업자(현행 40~60일)보다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PG사 등록요건 등을 강화하고, 경영지도기준 미충족 시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티메프 사태에서 문제가 된 상품권 발행업체들도 오는 9월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에 근거해 선불충전금 100% 별도관리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동법 개정사항을 '표준약관'에도 반영해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할 계획이다.
정부 조치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에 대한 보호는 강화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배경이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경쟁과열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환 건국대학교 교수는 <IB토마토>에 "법안이 개정되면 셀러 보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티메프 사태는 근본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문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