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 패션·리빙 부문 매출 줄며 역성장북미·일본 등 글로벌 MZ공략하며 '성장동력' 확보지난해 성장률 58%…2028년 매출 2천억원 목표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화장품 업계가 색조 화장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장원영 틴트'로 알려진 어뮤즈를 인수해 눈길을 끈다. 어뮤즈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지분을 보유했던 화장품 생산·유통 기업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패션사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코스메틱 사업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불황 때 저가 상품 매출이 증가하는 '립스틱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어뮤즈 홈페이지)
일본 등 해외매출 40%…글로벌 MZ세대 공략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1020세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비건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의 지분 100%를 약 71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어뮤즈는 스노우가 지분 77.59%(29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 8만3737주를 합해 총 37만3737주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동안 프리미엄 코스메틱 중심으로 구성됐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로 고객층을 넓히고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한다. 어뮤즈는 지난해 말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어뮤즈는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368억원 중 약 40%(147억원)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높은 글로벌 인지도와 젊은 고객층, 대중성 등을 바탕으로 어뮤즈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76%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어뮤즈 매출액을 2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실현 가능성은 다분하다. 지난 2019년 10억원에 불과했던 어뮤즈의 매출액은 1년 만에 27억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듬해인 2021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2년 233억원에서 지난해 368억원으로 57.94%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에만 2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2022년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매출 2000억원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를 위해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 어뮤즈의 브랜드 고유 특성과 장점을 발전시키는 한편 적극적인 투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강화와 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지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코스메틱 강화로 패션 부진 '상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라이프스타일(리빙)·코스메틱을 주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패션과 리빙 부문 매출은 지난해부터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조1936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23년 974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올 1분기에도 205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203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코스메틱 부문은 2022년 3603억원에서 지난해 3797억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04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1년 전 919억원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비중이 높은 패션·리빙 사업 부문 매출 하락으로 전체 실적은 역성장했다. 2022년 1조5539억원에 달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1조354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30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억원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코스메틱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뮤즈의 낮은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191억원, 자본총계 13억원이다.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부채비율은 1469.23%다.
지난해 당기순손익도 적자전환했다. 2022년 13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에는 4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어뮤즈 측은 <IB토마토>에 "기업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 되면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어뮤즈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산은 1조3241억원으로, 이 중 8517억원이 자본이다. 부채비율은 55.47%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 회사 합병을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57.62%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K-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아이돌 화장법과 같은 색조 중심의 K-뷰티가 떠오르고 있다"라며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