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주년 기획:K밸류업)③전세계 밸류업 열풍…해답은 '맞춤형 벤치마크'
일본, 중국 등 기업가치 제고 노력 지속
상장폐지 기준 등 벤치마크로 밸류업 '업'
공개 2024-07-2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7: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규모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주식시장 취약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첫 관찰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발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그대로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친 혁신기업들은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 K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현황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전략,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한국 증시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독일까지 기업가치 제고에 전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성공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日, 아베노믹스로 시작해 밸류업 '성과'
 
일본은 기업가치 제고의 대표 사례다. 지난 10년간 꾸준한 노력으로 증시가 회복됐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지난 2013년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아베노믹스는 ▲완화적 통화정책 ▲확대 재정정책 ▲구조개혁 등을 표방한 아베 전 일본 총리 시절 경제정책이다. 당시 일본 정부가 기업의 자본효율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14년과 2015년에는 거버넌스 개혁에 초점을 뒀으며 2022년에는 거래소를 3개 시장으로 개편하고 상장요건과 사외이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거래소도 개혁했다. 지난해에는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비용과 주기를 의식한 경영'의 실천 방식 등을 발표했다. 상장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TSE의 기업가치 제고 조치다. ▲주식시장 개편 ▲상장조건 충족 과도기간 확정 ▲자본비용 및 주가 의식 경영 ▲투자자 소통강화 ▲모니터링 강화 등이 핵심이다. 해당 조치를 통해 지난해 일본의 64개 기업이 순이익 감소 예측에도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해 자본환원율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일본은 자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 자사주 매입 증가라는 결실을 얻게 됐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나타난 엔저효과와 더불어 19일 닛케이225지수는 4만선을 넘어 4만63.79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22일 3만9599포인트로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 1년간 닛케이지수는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中, 자본시장 밸류업 다지기
 
중국도 외자유치 정책에 이어 자본시장 밸류업 기틀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4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관리·감독 강화 및 리스크 방지를 통한 자본시장의 고품질 발전촉진 의견’, 이른바 '신국9조'다. 총계획을 비롯해 8가지 과제 등 9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어 '국무원 9조'라고도 불린다. 앞서 2004년과 2014년에 국무원 9조를 발표한 바 있어 올해는 따로 '신국9조'로 칭하고 있다.
 
신국9조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년간 자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기본 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장사의 품질 및 구조 최적화 ▲증권·선물·펀드 기관 수준 제고 ▲자본시장 관리 및 감독 역량, 효율성 강화 ▲양호한 자본시장 생태계 구축 등이 목표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위해 상장 과정과 폐지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두 차례의 국무원9조와 달리 관리 감독 강도와 리스크 방지, 고품질 발전 도모를 차이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최근 일부 하락했지만 신국9조 발표 한달 만에 6% 넘게 뛰어오르기도 했다. 
 
중국의 증시 부양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1995년 '외상투자 산업지도 목록'을 발표한 이후 외자 유치를 위한 개방정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외자 유치가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도 ‘외국기업 투자환경개선 및 외자유치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외국기업의 중국 내 투자환경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중국 내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는 지난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 2021년 최초로 1조 위안을 넘겼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증시 유동성이 커지고 자본시장의 글로벌화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유동성 확대는 증시에 호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중국은 외자 유치에 지난 2004년부터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상장구조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밸류업 정책까지 발표해 중국식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주고 있다.
 
밸류업은 세계적 흐름…벤치마크도 '필요'
 
이들 국가 외에도 미국과 독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이 PBR과 ROE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거버넌스 개선에 방점을 뒀다.
 
미국은 상장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나섰다. 상장기업 경영진이 재무 실적을 부풀려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우고 성과보수를 받는 관행을 막기 위한 규정도 마련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부당 지급된 상장사 임원의 성과보수 환수와 관련 규정 제정을 의무화했다. 지난 2015년 첫 발의 후 2022년 ‘잘못 지급된 보수 환수에 대한 상장 기준’ 규정을 통해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5월 정신아 카카오(035720) 대표는 임원 보상체계를 주가수익률과 연동해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 밸류업 정책은 일본과 닮았다. 자본효율성과 투자지표 점검, 중장기 수익성과 성장성 제고 요구 등이 그렇다. 반면 차이점도 명확하다.
 
기업 자율적 가치제고 공시의 상세 가이드라인 제공을 비롯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한국형 밸류업 지수,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거래소 전담 지원체계 등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IB토마토>에 “미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 상장기업들의 경영진 성과보수를 연동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정책"이라며 "상장 폐지 기준 강화 등도 우리 기업에 벤치마크하면 밸류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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