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우리나라에는 학문 분야별로 많은 학회가 존재한다. 한국연구재단 자료에 의하면 2023년 6월 현재 4152개 학회가 존재한다. 기업에서 경영진의 성과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등으로 평가된다면 학회 회장의 성과는 주로 학술행사 개최 실적 등으로 평가되지만 기부금 모금과 같은 성과로도 평가된다. 비영리법인인 학회에서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왠지 학회에 폐를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학회 회장의 임기는 1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12월 말이 되어 그해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일부 학회에서는 12월에 지출해야 할 비용을 다음 연도 1월 초에 현금으로 지출한다. 학회는 실제 현금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사실을 기록하는 ‘현금주의’에 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와 같이 하면 당기에 이익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주의로 기록하는 학회에서 현 회장이 비용을 쓰더라도 실제 현금지출은 차기 회장 임기 초(다음 해 1월)에 이루어지면 현 회장의 성과가 좋은 것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경영진의 성과평가로 이익이 중요시되는 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발생주의’를 채택해왔다. 발생주의는 현금의 수취 및 지급과는 관계없이 수익과 비용이 발생했을 때 기록한다. 발생주의로 기록한다면 위 학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즉, 발생주의는 현금주의보다 기간 간 이익을 적절히 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오래전부터 발생주의를 도입했고, 우리나라 학교회계에서는 2008년, 국가회계에서는 2009년, 공익법인회계에서는 2018년부터 발생주의를 도입했다.
그러나 발생주의에 의한 회계상 당기순이익도 중요하지만 현금흐름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당장 현금이 필요하다. 매출이 많이 증가했더라도 현금 회수가 안 된다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외에 ‘현금흐름표’를 작성한다.
영업활동을 통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현금흐름표에 표시되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유사한 지표로 ‘에비타(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가 있다. EBITDA는 ‘이자비용과 법인세비용,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으로서 ‘당기순이익 + 이자비용 + 법인세비용 + 감가상각비’로 계산한다. EBITDA는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매출채권 회수가 안 되어 매출채권이 증가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소하여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지만 EBITDA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과거에는 ‘재무상태변동표’를 작성했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계산하기 어려워서 EBITDA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부터 재무상태변동표 대신에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므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EBITDA 대신에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속한 기업은 신약개발을 위해 많은 현금을 지출한다. 연구단계에서의 지출은 당기비용으로 인식하므로 이익이 감소한다. 그러나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공한 개발단계에서의 지출은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등 회계기준에서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면 비용 대신에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만약 현금주의에 의한다면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와 개발단계에서의 모든 지출을 비용으로 기록해야 하고, 신약개발이 성공하여 매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계속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손실 발생을 회피하고자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신약개발을 주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생주의를 적용하면 개발단계부터는 무형자산으로 기록하므로 손실 발생을 회피할 수 있어서 신약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 즉, 발생주의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기업회계에서는 발생주의가 정착된 지 오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학교회계에서는 발생주의에 의한 ‘운영계산서’보다 현금주의에 의한 ‘자금계산서’가 아직도 중요시되고 있다. 현금주의를 적용하면 기간 간 손익계산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발생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