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실적 개선에도 갈 길 먼 'IB 성장'
WM부문 우수고객 증가세와 채권 가격 상승 1분기 실적 이끌어
IB 실적 회복 미완성에도 사업 확대 자신감
공개 2023-06-01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삼성증권(016360)이 1분기 채권 가격 상승과 WM(자산관리) 실적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기업금융(IB) 전 부문 실적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1분기 조직 개편의 성과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약진이 있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IB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사업 확대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삼성증권)
 
WM이 끌고 채권이 민 1분기 실적
 
올해 1분기 삼성증권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99% 증가한 3416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매출은 4조4112억원으로 같은 기간 14.3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526억원으로 66.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적 회복은 기존 강점을 보였던 매매거래 수익과 자산관리(WM) 사업에서 선방과 기업공개(IPO) 사업 부문을 비롯한 기업금융(IB)의 약진 덕분으로 해석된다.
 
WM부문에선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수(HNWI)가 지난해 말 19만1000명에서 올해 1분기 22만1000명까지 늘어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WM부문 수수료 손익은 전분기 대비 18.3%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했고 브로커리지 수익에선 전 분기 대비 34.5% 증가한 125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에서 눈에 띄는 건 운용수익이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분기 1549억원이던 운용손익과 금융수지를 올해 1분기 3139억원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직전 분기 817억원 적자였던 금융수지는 204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대규모 채권평가이익 때문으로 작년 4분기 금융채권 금리 급등으로 인한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이 올해 1분기 진행된 대규모 채권평가이익을 통해 지난 분기 어닝 쇼크를 상당부분 상쇄한 영향이다.
 
IPO 시장에선 올해 삼성증권의 주관 건수는 3건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기가비스 덕에 1위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5월까지 IPO 주관사의 공모총액 기준으로 삼성증권이 총 공모액 1514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006800)(1263억원), 한국투자증권(1081억원), 한화투자증권(003530)(504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부분적인 실적 개선…IB성장성은 자신감
 
1분기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실적회복이 있었지만 사실상 삼성증권 자체적인 역량 확대로 인한 회복이라 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조직개편과 업무 조정으로 IB에 힘을 주고 있는 삼성증권이지만 시장의 온전한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았고 최근 급작스러운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증가는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 초 삼성증권은 IB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다. IPO나 인수합병(M&A) 등을 맡는 IB1부문과 대체투자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IB2부문 등 2개 부서로 나눴고, 이재현 부사장을 IB1부문장으로 영입했다.
 
IB1부문은 지난해 말 3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부서간 협력을 지원하는 IB솔루션 본부가 신설돼 PI 본부가 이전해왔다. 또한 각 분야 커버리지 전담 인력을 두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커버리지 역할을 하게 했다.
 
조직개편의 첫 성과는 IPO부문에서 나왔다. 올 1분기 삼성증권은 ECM 부문에서 금양그린파워, 지아이이노베이션, 삼성스팩8호 등 IPO를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대표주관을 통해 공동 대표 주관사 가운데 가장 많은 1973억원을 배정받았고, 메디트 인수금융과 버거킹 리파이낸싱을 주선하는 등의 활발한 사업 진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IPO시장에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IB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1분기 인수 및 자문수수료 수익은 2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로는 23.4% 증가한 수치이나 전년 560억원과 지난해 3분기까지 500억원에서 800억원 수준의 수익에 비하면 아직 온전한 회복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그 주요 배경이 채권 매매평가익에 있다"라며 "실적이 지속될 유의미한 성장률 개선을 위해서는 IB 부문의 회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122억원 수익을 기록했던 인수·합병(M&A) 자문 수익은 지난해 3분기 34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는 13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에도 2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쳐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강점을 가졌던 구조화금융 수익에서도 지난해 2분기 640억원을 기록한 후 같은해 3분기부터 300억원대의 수익을 기록 중이다.
 
삼성증권이 1500억원 PF대출 유동화 주관에 참여한 서울 상도동 푸르지오 클라베뉴 프로젝트 (사진=삼성물산)
 
사업 확대에 따른 위험 부담도 증가해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자산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중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 PF 대출 규모에서 삼성증권은 3조5000억원으로 메리츠증권(4조5000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 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 역시 61%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높은 수준의 부동산 익스포저 증가는 부동산 시장 호황 당시 부동산금융을 확대한 여파다. 2019년 말 대비 2021년 말까지 삼성증권의 자본 대비 채무보증 익스포저는 총 160% 늘어났다. 이는 대형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다음 가는 속도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자산건전성은 우수한 수준이나, 부동산PF 익스포저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부담요인이다"라며 "부실 발생 시에도 충분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부동산PF 익스포저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해 PF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 익스포저의 건전성 저하·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증권은 IB부문에서의 리스크 확대와 아직까지는 부분적인 성장에 그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 성장성과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직개편 이후 올해부터 IB 부문의 성과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특히 IPO시장에서의 약진과 DB하이텍 경영권 방어 자문사 선정과 에스엠-하이브 경영권 자문은 올해 삼성증권 IB의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 증가가 있었으나 선별적인 자산인수를 실시해 안정성이 높은 수도권역 주택 투자 비중이 높고 해외투자 규모가 초대형사 중에서도 포트폴리오의 질적 위험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