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 복잡한 한온시스템, 신용등급 지키기 안간힘
1분기 영업이익률 2.6%에 그쳐…순차입금의존도는 33.5%까지 증가
신평사 등급조정 요건 충족 아슬아슬…2분기 재무상태 살펴봐야
금융기관 차입 재무약정 지켜야…업황은 우호적
공개 2023-06-01 07: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한온시스템(018880)의 신용등급을 지키기 위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익성이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차입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회사는 전방 자동차 생산 추이와 운임비 및 원가부담 해소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3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97.4% 증가했다. 전방 자동차 생산 회복과 원화 약세를 타고 전동화 부품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4.4%에서 낮아진 2.6%에 그쳐 수익성 개선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한온시스템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았는데, 차입금은 증가하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는데, 신평사들은 적어도 2분기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온시스템은 선제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후 부채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 늦어지는데 차입부담은 확대
 
올해 1분기 수익성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류비에서 관세 및 협력사 비용에 63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운송비용 등으로 실적 개선이 제한됐는데 여전히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상각 전 이익(EBITDA)은 20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BITDA 마진율은 8.6%로 전년 동기 대비 큰 차이가 없었고, 지난해 4분기보다 2.0%포인트 낮아졌다.
 
문제는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단기성차입금이 1조9747억원까지 불어나 상환이 시급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조448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270억원으로 약 3000억원이 넘게 줄었는데, 은행차입금 상환에 대부분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차입금 상환에도 불구하고 리스부채 영향으로 총차입금에 큰 변화는 없었는데, 현금성자산이 빠져나가다 보니 순차입금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1분기 순차입금의존도는 33.5%로 지난해 말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이 늘어난 이유는 2019년 마그나 유압제어 사업부문 인수(M&A)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우수한 수익성과 자본적지출(CAPEX) 관리를 통해 잉여현금흐름(FCF) 유입을 꾸준하게 창출했으나 완성차 생산차질과 글로벌 물류난이 겹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신용등급 하향 가이드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5월 말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됐다. 등급 조정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전방 완성차의 생산 차질, 알루미늄 등 원가부담과 운송비 증가, 설비투자 및 마그나 M&A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가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하양조정 검토 요인으로 △이익창출력 둔화나 투자부담 확대 등으로 △금융비용과 CAPEX를 합친 금액 대비 EBITDA보다 크고 △순차입금의존도가 35%를 초과하는 요인이 지속되는 경우를 꼽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창출력 회복이 지연되고 △EIBTDA 대비 순차입금이 3배를 넘을 경우 등급을 하향 검토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은 1분기 기준 금융비용이 430억원, CAPEX는 2442억원으로 EBITDA 2017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미 하향 조정 요인 중 하나를 건드렸고, 순차입금의존도 기준은 아슬아슬하게 하회하고 있다.
 
한기평이 제시한 기준은 이미 지난해 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3.5배로 나타나며 기준선을 넘었다. 1분기 기준으로는 15.3배까지 올라간 탓에, 수익창출력 회복 지연이 장기화된다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신평사 관계자들은 이미 3월 말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평가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고, 1분기 결과만으로는 등급 내지 전망 하향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나연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지난 3월 말 진행한 정기평가 이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1분기 기준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라며 "최소한 반기 이상을 보고 있고 일단 1년 정도는 지켜봐야 재무적 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오다연 한기평 연구원도 "등급 변동 판단을 내리려면 2분기까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알루미늄 가격 변동 추이(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금융기관 차입 재무약정 지켜야…업황은 우호적
 
한온시스템은 수익성 개선이 먼저 이루어진 후 차입규모 축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EBITDA 가이던스 1조원을 달성하면 설비투자, 운전자본, 법인세 운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순부채의 절대적 규모를 관리하는 한편, 수익성을 개선해 재무지표를 끌어올리고 이후 부채 규모 감축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채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은행들과의 약정에 있다. 1조9707억원의 단기성차입금 가운데 1조3807억원은 금융기관 차입금인데, 이 중 한국수출입은행과 NH농협은행, KDB산업은행이 7500억원을 빌려주면서 원리금지급의무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일정 조건의 재무약정을 걸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4배를 넘지 말아야 하고 부채비율이 300%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신평사들이 내건 조건보다는 느슨하지만, 재무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고 있다.
 
다행히 업황은 우호적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완성차 생산이 회복됐고, 대기수요도 견조해 자동차 부품사들의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가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알루미늄 가격도 안정화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5월26일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242달러로, 2021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재고량도 늘어나는 추세라 추가 하락 가능성도 뒤따른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이 전년대비 나아지고 있어 점진적 수익성 개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준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타 부품사들과 전기차 성장에 비해 한온시스템의 이익 성장이 부진하다"라며 성장성에 물음표를 제시하고 있다. 대전공장 중심의 파업 여파도 변수다. 실적과 재무개선을 위한 한온시스템의 셈이 복잡해지고 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