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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프리IPO 자금조달…잇단 자금 조달 '눈길'
프리IPO 1.24조에 2조원 차입까지…현재까지 총 7.64조원 조달
2026년까지 Q-IPO 성사 조건…2025년 연간 능력 220GWh 목표
공개 2023-05-25 11:31:11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잇따라 자금 조달 관련 사항을 공시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투자유치와 차입, 그린본드 발행 등으로 확보한 총 자금은 7조6400억원에 달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온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통해 총 9억4400만달러(약 1조2400억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세부적으로는 MBK파트너스, 블랙록, 카타르 알라얀 홀딩스 등으로 이루어진 MBK컨소시엄으로부터 8억달러(약 1조500억원)를 한도로 투자받고, 사우디국립은행(SNB)의 자회사 SNB캐피탈로부터 1억44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현대차(005380)기아(000270)로부터 총 2조원 차입도 확정했다.
 
앞서 SK온은 올해 3월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통해 1조2000억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이달 초에 발행한 그린본드 1조2000억원 등 총 4조40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프리 IPO와 차입금으로 확보한 3조2400억원을 합치면 지금까지 조달한 금액은 총 7조6400억원에 달한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프리 IPO는 기업이 향후 몇 년 내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이다.
 
이번 SK온과 재무적투자자(FI)의 계약 내용에는 퀄리파이드 IPO(Q-IPO) 조항이 들어가 있다. Q-IPO란 FI들이 요구한 일정 수준을 만족하는 IPO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FI가 투자에 나설 때 엑시트(투자회수)에 대비해 IPO의 세부 요건을 미리 설정하는 조항이다. FI들은 2026년 말까지 SK온이 Q-IPO를 성사하는 조건을 달았는데, 공모가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밝혀지지 않았다.
 
세부내용으로는 상장기한 내 Q-IPO 미완료 등 발생 시 FI가 드래그를 행사할 수 있고, 고의, 중과실로 Q-IPO 미완료 발생 시에는 풋옵션 행사도 가능하게 했다. 드래그얼롱은 '동반매각청구권'이라는 뜻으로 FI가 보유 지분을 팔 때 대주주나 창업주의 지분까지 끌어와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즉, FI들은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끌어와 매도할 수 있고, SK이노베이션에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팔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한 셈이다. SK온으로서는 상장 부담이 더 커졌다.
 
다만, SK온은 지난해 프리 IPO 난항으로 목표한 투자금액을 일부 채우지 못했으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지며 점차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현대·기아차로부터 2조원 차입도 결정했다. 현대차가 1조2000억원, 기아가 8000억원을 빌려주고, SK이노베이션이 채무보증을 서는 형태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급보증에 대한 수수료로 SK온으로부터 264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SK온이 현대차그룹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미국 진출을 확정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JV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셀 35GWh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1년에 약 30만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JV의 총 투자비용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알려졌는데, 현대차그룹과 SK온은 공동 투자에 나서 지분 50%씩 나눠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조2500억원은 출자, 나머지 절반은 JV의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또 이달 초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ESG채권의 일종인 그린본드로 발행했는데,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화, 친환경 운송수단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활용해야 한다.
 
SK온은 투자유치와 차입, 채권 발행 등으로 총 7조6400억원을 확보했다. SK온은 한국과 미국, 중국, 헝가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88GWh인 연간 생산능력을 2025년 최소 220GWh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SK온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 역시 ANZ뱅킹그룹·SMBC·신한은행으로부터 4억9000만달러(약 6464억원)를 차입 형태로 조달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