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구체 중국 합작공장 키포인트는…'지분율 구성'
IRA 해외우려국가(FEOC) 범위 미정…범위에 따라 전량 부담할 수도
NCM 전구체, 중국 의존도 92% 이상…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의의
공개 2023-05-08 06: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LG화학(051910)이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합작공장(JV)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JV의 지분율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법안에 명시된 보조금 혜택 조항 중 해외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의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LG화학은 경우에 따라 JV 지분 전량 인수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올해 착공을 목표로 2026년까지 1차로 5만톤 생산체계를 구축, 이후 2차로 5만톤을 증설해 총 10만톤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지난 3월 양극재가 핵심광물로 분류되고, 생산지가 FTA 체결국가여도 혜택 조건에 해당한다는 IRA 세부규정 가이던스가 발표되자 LG화학뿐만 아니라 포스코퓨처엠(003670),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잇따라 중국업체들과 합작해 국내에 전구체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다만, 현재 IRA에서 규정하는 FEOC의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아 지분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CHIPS)에서는 생산지에 관계 없이 중국기업들의 의결권이 25%가 넘으면 FEOC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IRA에 적용하면 국내에서 생산해도 중국기업들의 의결권이 25%를 넘어선 안된다는 뜻으로, 국내 양극재 업체와 중국기업들의 JV 지분율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공급, 중국 없으면 힘들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메탈을 가공해 산화물, 또는 수산화물로 만든 물질이다. 전구체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와 경제성이 우수한데다가, 정제 과정에서 다량의 폐수가 나오는 탓에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중국산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해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총 수입은 23억달러였으며, 이 중 21억달러가 중국산 전구체로, 전체 비중의 92%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과 손을 잡는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중국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양극재는 전구체와 정제된 리튬을 섞어야 생산할 수 있는데, 전구체는 국내 생산비중이 약 13%에 불과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 대중무역적자를 키운 대표적인 수입품목으로 전구체가 꼽히기도 한다.
 
올해 1분기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가격 할인이 발생하면서 배터리 가격 경쟁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배터리 원가를 줄이려면 핵심광물인 양극재 가격을 낮춰야 하고, 양극재 가격을 낮추려면 전구체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특히 NCM 등 삼원계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이 탄산리튬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탓에 전구체 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전구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의 원료 소싱 능력과 공급망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IRA가 국내 전구체 캐파 확장에 드라이브 걸어…FEOC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 계획
 
IRA 세부규정이 발표되기 전에도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중국기업들과의 JV 형태로 중국에 공장을 짓고 전구체를 조달받았다. 그러나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해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주요 광물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되자 중국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국내 새만금 단지에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전구체는 IRA의 핵심광물로 지정되진 않았으나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FEOC 범위와 부가가치 판단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전구체를 생산할지라도 중국기업들과의 지분 분배에 따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LG화학의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LG화학은 FEOC의 정의와 범위가 구체화된 이후 화유코발트와의 국내 JV 지분구조를 바꾸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메탈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계약이 선행된다는 조건 하에 필요하다면 JV 지분의 전량 인수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주요 재무지표 추이 (사진=LG화학)
 
문제는 화유코발트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 1조2000억원 투자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탓에 현금흐름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2021년 3069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유출됐고, 지난해에는 유형자산 취득으로 8조원을 넘게 쓴 탓에 FCF가 7조8976억원 유출됐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8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조8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이 줄었는데, 차입금은 17조9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단,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4.6%, 순차입금 비율이 28.8%로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EBITDA(상각 전 이익)가 1조70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새만금 전구체 공장 지분을 인수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체 기술 보유…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의의
 
LG화학은 IRA의 FEOC 적용범위가 반도체법(CHIPS)에 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FEOC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데, JV의 경우 중국의 의결권이 25% 이상을 가지면 설립지와 관계 없이 관계사가 과반수 이상을 가지더라도 우려대상조직에 해당하게 된다. 만약 동일한 기준이 LG화학과 화유코발트 JV에 적용된다면 LG화학은 75% 이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에 지어지는 전구체 공장은 LG화학의 자체 기술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화유코발트와의 합작은 기술적 협력보다 안정적인 양극재 원재료 메탈 소싱 메리트가 강조된 셈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양극재 생산설비 확대 뿐만 아니라 전구체 등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라며 "과거 단순한 양극재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원재료 직접조달을 통한 수직계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은 이미 익산 소재 전구체 5000톤 단독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산에 있는 켐코와의 2만톤 합작공장도 램프업 중이다. 여기에 새만금 공장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공정 기술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 시점을 2028년으로 여유롭게 잡은 이유도 신규공정 기술 적용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 탓이다.
 
화유코발트 JV에 대한 지분율 및 투자부담과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FEOC 범위가 지정되지 않아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규제 발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며 FEOC 여부와 관계 없이 사업에는 지장이 없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IRA의 FEOC 범위는 올해 하반기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