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5년 만에 KFC '헐값 매각'…왜?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여전히 자본잠식 상태 못 벗어나
지난해 부채비율 3270.97%…브랜드 가치만 남은 가격
공개 2023-04-28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KG그룹이 지난 2017년 KFC를 인수한지 5년 만에 예상보다 낮은 몸값에 매각을 완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FC의 매각가는 인수가 보다는 높은 금액이지만 당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 1천억원이 거론된 적이 있었던 만큼 예상보다는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KG그룹은 표면적으로 글로벌 본사와의 다툼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주력 소비자인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의 '정크푸드' 외면과 외식산업 침체 등으로 KFC가 자본잠식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매각금액도 브랜드 가치만 적용된 금액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KFC 홈페이지)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케스트라PE는 KG그룹으로부터 KFC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하는 대금 납입을 마치고 이날 거래를 종결했다. 거래 금액은 약 550억원이다. 앞서 KG그룹은 지난 2017년 KFC를 글로벌 사모펀드 시티벤처캐피털파트너스(CVC)로부터 SRS코리아 지분 100%를 약 500억원 수준에 인수하면서 외식사업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7년 당시 KFC는 영업이익 저하는 물론 매출액 역성장을 겪고 있었다. 
 
2017년 KFC의 매출액은 1613억원으로 직전연도(1770억원) 대비 8.87%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25억원 손실로 전환한 이후 2017년 173억원으로 손실규모가 확대됐다. 2016년 당시 영업이익률은 0.001% 수준으로 영업으로 얻는 이익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2016년 61억원 마이너스(-)로 전환한 후 2017년 96억원이 순유출됐다.
 
 
 
수익성 개선에도 벗어나지 못한 ‘자본잠식의 늪’
 
인수 후 KG그룹은 전 부문에 걸쳐 KFC의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KFC의 고객 지향적 앱(애플리케이션) 개발, 주문 연동형 제조 시스템 등 매장 디지털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매장 리노베이션, 신제품 개발, 메뉴 다양화 등을 통해 고객 서비스 극대화에 나섰다. 
 
이 같은 체질개선의 효과로 수익성도 완화됐다. KFC는 KG그룹에 인수된 지 1년 만인 2018년 49억원이 순유입되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 전환됐다. 이어 2019년 316억원, 2020년 260억원, 2021년 253억원, 2022년 336억원으로 4개년 평균 약 291억원의 현금창출력을 유지해 왔다. 2018년까지 지속됐던 영업손실은 2019년 3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KFC의 매출은 2261억원으로 전년(2099억원) 대비 7.72%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46억원에서 61억원으로 32.61% 늘었다. 전무한 수준이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70%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는 직전연도 영업이익률인 2.19%보다 0.5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KFC는 자본총계(45억원)가 자본금(84억원)보다 낮은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3270.97%로 전년(6620.07%)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IB토마토>와 전화 통화에서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기업가치가 0(영)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라며 "삼성제약이 70억원을 받고 에프킬라 브랜드를 판 것처럼 KFC 역시 브랜드 가격만 반영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점포 확장 목표도 미완성으로 남아
 
KG그룹은 이번 매각 이유를 글로벌 본사와의 다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KG그룹의 디지털화 전략과 고객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인수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국내 영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글로벌 운영 정책이 적용되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올해까지 점포를 500호점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목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KFC의 적은 매장수도 이번 매각가격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KFC의 전국 매장 수는 현재 190여개 정도로 2017년(211개) 대비로도 21개 지점이 줄었다. 
 
직영사업으로 운영되는 만큼 매장수를 빠르게 확대할 수 없었던 것이 패착 요인이 됐다. KFC와 마찬가지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맘스터치의 매각 예정가는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맘스터치 매장수는 1394개로 햄버거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수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KFC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됨에 따라 미국 본사의 운영 정책으로는 더는 한국의 마스타 프랜차이즈를 경영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번 매각에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KG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채비율이나 차입금 등 부분에서는 충분히 감내하고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품목과 메뉴 등에서 글로벌 본사의 운영 제약이 컸다"라며 "KG그룹 계열사 간 내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있었음에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없었던 점 등이 이유"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관련 종목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