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챗GPT 영향 많이 받는 직업은?...WSJ "회계사·수학자·통역사 등"”
“챗GPT로 사라질 위기 직업군 1위, 번역가·통역사·세무사·회계사 4위”
요즘 챗GPT(ChatGPT)의 열풍이 거세다. 알려진대로 챗GPT는 OpenAI사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가 널리 이용되면서 여기저기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위에서 첫 번째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내용을 인용한 신문기사 제목이고, 두 번째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챗GPT 이용 경험 및 인식” 조사 결과를 보도한 신문기사 제목이다.
이런 신문기사를 보면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직업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이런 기사는 회계를 오해한 것이다. 흔히 회계는 “1+2=3”처럼 단순히 계산해서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회계에서 이러한 계산과정이 필수적인 것은 맞지만, 이는 ‘회계’라기보다는 ‘부기(簿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회계가 경제적 사건이나 거래를 인식하고 화폐로 측정하여 기록하고 전달하여, 이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면 부기는 단순히 기록하는 과정만을 의미한다. 또한 부기는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정해진 방법대로 단순 기록하는 것이지만 회계는 그 사건을 왜, 얼마로,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따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회계는 부기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부기에는 정답이 있지만 회계에는 정답이 없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부기는 챗GPT가 대신할 수 있지만 회계에는 챗GPT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많이 존재한다.
둘째, 이런 기사는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을 오해한 것이다. 회계사는 기업이 기록한 숫자가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회계감사도 하지만, 세무업무와 경영자문업무, 기업인수합병 등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액 중 회계감사는 1/3 수준에 불과하므로 회계감사가 챗GPT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회계사 업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다.
셋째, 이런 기사는 회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과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을 오해한 것이다. 영어로 ‘accountant’는 ‘공인회계사(Certified Public Accountant, CPA)’가 아니라 기업이나 비영리법인 등에서 회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챗GPT의 영향을 받을 직업으로 ‘CPA(공인회계사)’가 아니라 ‘accountant’로 표현했는데, 이를 우리나라 신문에서 ‘회계사’로 번역한 것이다.
이런 신문기사를 참고로 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는 챗GPT의 영향을 받을 직업 중 ‘작가(writers)’가 상위권에 포함되었지만, 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하위권에 포함되어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신문기사를 접하면서 몇 년 전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던 때가 떠오른다. 2017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쓴 논문에서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에 회계 관련 직업이 상위권에 포함된 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직업 1순위로 회계사가 꼽혀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2017년 1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을 직업’ 1순위로 회계사가 선정되었다. 최근에 챗GPT가 화두가 되면서 몇 년 전과 유사한 신문기사가 또 실린 것이다.
회계와 공인회계사가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회계와 공인회계사가 단기간 내에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물론 회계와 공인회계사의 역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또한 변해야 한다. 다만, 회계의 의미와 공인회계사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진 후에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회계와 공인회계사가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된 것도 나쁜 것 같지만은 않다. 챗GPT의 등장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챗GPT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긍정적인 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