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제판(제조와 판매)분리’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보험사가 전속설계사 조직을 떼어 판매 전문 자회사로 만드는 이 작업은 채널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보험영업 환경이 다각도로 변하면서 생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판분리를 시행하는 보험사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IB토마토>는 제판분리 추진 보험사들의 현황과 수익성 확보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프리미엄 종합금융을 표방하는 KB라이프생명의 GA(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는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088350) GA가 인수·합병(M&A)으로 성장 전략을 펴고,
미래에셋생명(085620) GA가 디지털금융을 내세웠다면 후발주자인 KB라이프파트너스는 WM(Wealth Manager)으로 대표되는 자산관리 분야를 강조한다. 특히 회사는 KB라이프생명과 연계를 강화해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GA확장에 나선 가운데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설립을 위한 3번째 도전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10일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에 따르면 KB라이프파트너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302억원으로 확인된다. 판매·관리비는 595억원으로 매출액보다 크게 나타나 영업이익은 –2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42억원이다. 출범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초기비용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푸르덴셜생명이 KB생명과 올해 초 KB라이프생명으로 통합하기 전인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했다. 당시 푸르덴셜생명은 자사의 전속설계사 1700여 명을 KB라이프파트너스로 보냈다. 당시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 채널에서 시장 경쟁력이 있었다.
반면 KB생명의 경우 주요 보험영업 채널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이고, 설계사도 전속이 아닌 교차모집(GA) 형태로 운영했던 상황이다. 즉 푸르덴셜생명의 제판분리 작업이 통합사인 KB라이프생명의 제판분리와 같은 셈이다.
제판분리 후발주자인 KB라이프파트너스는 ‘프리미엄’ 판매전문사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자산관리(WM)와 법인·전문직 등의 특화시장으로 설명된다. 개인 자산과 법인 자금, 가업승계나 상속, 부동산 등의 부문에서 각 특성에 맞는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는다.
KB라이프생명이 프리미엄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달 공식으로 출범시킨 ‘KB STAR WM’ 사업에서도 KB라이프파트너스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는 KB라이프생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서비스 개발과 운영 △종합금융 전문가 육성 교육과 운영 △보험 상품 제공과 판매 등을 협업 중이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본적으로 소속 설계사들이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영업에서 보장성보험을 우수하게 판매해 왔다”라며 “WM 기능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이를 강점으로 영업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진=KB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에 이어 네 번째 제판분리 추진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서 가장 주목하는 곳은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자회사형 GA가 따로 없는 보험사다. 이에 지난해 9월 금융당국에 자회사형 GA 설립 인가를 신청했으나, 콜옵션 문제가 발생하면서 같은 해 11월 신청을 자진 철회한 상태다.
흥국생명은 콜옵션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다시 자회사형 GA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진 구체적 계획이 없으며, 자회사형 GA 설립이 전속설계사 전부를 떼어내는 제판분리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흥국생명의 전속설계사 규모는 1800명가량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생명보험사는 전속설계사들이 GA 쪽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상품이 종신보험 위주기 때문에 팔기가 어렵다. 반면 손해보험은 비교적 저가 상품이 많아 용이한 면이 있다”라며 “제판분리한 GA로 넘어가게 되면 해당 생명보험사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손해보험 상품도 같이 팔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판분리 작업을 하지 않는 생명보험사 역시 그 필요성은 느끼겠지만 분리하지 않았을 때 갖는 장점도 있다고 보는 것인데, 보험사는 영업조직 자체가 회사의 자산과 같다”라면서 “제판분리로 넘어가면 회사 소속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본원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