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의 신호로 읽힌다. 경영권 다툼을 위해 지분 취득을 해야 하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의 경영 자체에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진한 실적으로 반등이 필요한 기업에게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정상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에 <IB토마토>는 실적 위기 상황에서 경영권 다툼까지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들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유니온커뮤니티(203450)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본격화되던 실적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당장 이번 주주총회에서 혼란이 커질 확률은 낮지만 갈등의 대상이 동일 업종에 있는 경쟁사이기에 추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온커뮤니티는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이 중 4호 의안인 감사 선임의 건이 주주인 슈프라마에이치큐외 1인(
슈프리마(236200))이 제기한 의안상장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안건이 부의된 것이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니온커뮤니티의 지분을 인수, 현재 8.6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2대주주로 올라설 만큼 지분을 확보했지만 당시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다.
지분 취득 당시에도 단순투자 목적에 대한 의구심은 존재했다.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자회사 슈프리마와 종속회사
슈프리마아이디(317770) 등을 통해 유니온커뮤니티의 주력사업과 영역이 같은 바이오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보안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초 주주명부 및 등사 가처분과 의안상정 가처분을 제기했으며 받아들여졌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감사선임과 전자투표 도입을 의안으로 상정했으며 장승수 법무법인 비엘에스 대표변호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감사 선임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데에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주주의 입장에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감사가 선임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 하에 가처분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슈프리마에이치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감사가 회사를 살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판단해 주주의 입장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니온커뮤니티의 입장은 다르다. 감사선임의 경우 3%룰의 적용받는 만큼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따라 선임이 결정될 수 있다. 감사선임과 관련 유니온커뮤니티 이사회는 최선규 Bilanx Investment 투자본부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를 추천한 상태다.
유니온커뮤니티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슈프리마에이치큐의 가처분 제기·승인과 관련, “경쟁사의 주주제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돼야 하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니온커뮤니티의 영업과 사업 관련 기밀정보를 취득해 경쟁사에 유리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지정한 감사를 통해 당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으로 시장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감사는 회사 영업에 대한 보고와 조사권을 갖고 있어 유니온커뮤니티의 영업 기밀 등의 정보가 슈프리마에이치큐 쪽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부진했던 수익성이 지난해 정상화됐으며 올해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유니온커뮤니티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19년 매출 410 억원과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던 유니온커뮤니티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해외영업 등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2020년 매출 438억원과 영업이익 24억원, 2021년 매출 390억원과 영업이익 3억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해외 매출 소폭 상승과 국내 수주매출이 증가했고 원재료비 상승이라는 악재에도 매출 463억원과 영업이익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5%, 298.2%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여줬다.
올해는 실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이었던 해외사업의 정상화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군재정관리단과 계약한 ‘육군 2022년 출입통제체계 개량 및 구축사업’이 지난달 28일 마무리됐었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위엠비와의 업무협약 체결, 국내외 신사업 발굴을 위한 토마토시스템과 타임소프트와의 MOU를 맺는 등 사업 확장 성과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감사 선임에서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물론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이와 관련 “할 말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유니온커뮤니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중견기업이 3%룰을 이용, 경쟁 중소업체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악의적인 행보라고 보고 있다”며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과 관련해서는 계획했던 대로 꾸준히 진행해나가고 있다”라며 “소송과 별개로 직원들이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에 (영업실적에)그렇게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