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 신사업 진단)①SK가스, LNG 찍고 수소 안착 준비
울산에 LPG·LNG·수소 통합 밸류체인 구축…사업 시너지 탈탄소 시대 준비
투자비 등 재무 부담도 해소 전망…LPG 사업 다각화+회사채 흥행 등
공개 2023-02-17 07:00:00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가스사들도 이산화탄소 과배출 사업에서 저탄소, 무탄소 친환경 사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스사들의 친환경사업은 일반적으로 현재 액화석유가스(LPG)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와 신재생 사업을 강화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가스사들의 신사업 진척 상황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사업비 조달 방법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SK가스(018670)는 1985년 설립해 현재까지 매출의 99.4%를 액화석유가스(LPG)에 의존하는 회사다. LPG는 전 주기로 따지면 경유나 휘발유 등 석유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덜하다고 판단되나, 액화천연가스(LNG)나 수소보다는 많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환경오염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코로나19 자체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박쥐의 서식지 파괴에 기인한 인수공통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저탄소, 무탄소 에너지의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LPG 입지도 좁아졌다. LPG 점유율 43.4%로 국내 1위 유통사인 SK가스가 LNG와 수소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지난해 5월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LPG에서 LNG와 수소로 이어지는 탈탄소 전략을 발표했다.(사진=SK가스)
 
신사업 핵심은 탈탄소…LNG·수소 사업 등 다각화
 
SK가스는 2021년 8월 탈탄소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당시 SK가스는 LPG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LNG와 수소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NG와 LPG를 동시에 발전시키고, 울산 LNG 터미널 건설, 울산 중심 발전·산업체 수요 확대, 부생수소 유통, 블루수소 생산·유통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신사업 청사진은 지난해 5월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에서 드러났다. SK가스는 2024년까지 LNG 탱크를 6기 건설하고 오일탱크와 암모니아탱크, 액화수소탱크 등을 구축해 동북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LNG 터미널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SK가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공정률은 울산GPS 67.2%, LNG 터미널 66.8%로 나타났다. 이들은 2024년 상반기 완공 후 하반기부터 상업발전이 목표다. 지난해 12월 추가하기로 한 LNG 저장탱크 1기는 2428억원을 투자해 2026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당시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LPG는 석탄보다 탄소가 적게 배출되나 여전히 탄소가 나오는 에너지다. 먼 미래에는 결국 탈탄소 에너지가 시장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며 “그 중심에 수소와 암모니아가 있다”라고 탈탄소 에너지인 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LPG뿐인 세상을 벗어나, LNG를 (사업으로) 추가해 수소와 암모니아로 가는 (탈탄소 사회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LPG와 LNG, 수소에너지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SK가스는 수소를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울산 내 그룹 관계사에서 부생수소(그레이 수소)를 확보하거나, 천연가스(CH₄)를 열분해해 수소(H₂)와 고체탄소(C)로 바꿔 청록수소를 얻는 법, 해외에서 태양력 등 자연에너지로 얻은 그린수소나 블루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들여와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SK가스는 관련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수소생태계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SK가스는 고객사가 있는 울산에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 판단했다.(사진=SK가스)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를 리드하기 위해 다수 기업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SK가스는 청록수소 추출 기술을 갖춘 미국 기업 씨제로에 투자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블루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준비 중이다. 올 1월에는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한국석유공사(KNOC)와 수소·암모니아 공동연구에 들어가기도 했다.
 
SK가스는 롯데케미칼(011170), 프랑스 에어리퀴드 한국법인인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손잡고 수소합작법인도 설립했다. 합작사는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여개를 짓고, 울산 공장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생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청정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한화임팩트, 고려아연(010130), ARK 에너지 등과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도 출범시킨 바 있다.  
 
지난 7일 SK가스는 연결기준 2022년 잠정실적을 발표에서 급증한 투자비에도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나타냈다.(사진=SK가스)
 
호실적·회사채 흥행…투자 소요 재무부담 해소
 
SK가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조662억원, 영업이익 3905억원, 당기순이익 2567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이는 2021년 대비 각각 24%, 270%, 3% 증가한 수치다. SK가스에 따르면 LPG 국제가격 상승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로 산업체 LPG 판매도 늘며 영업이익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이전 가정·상업용이나 수송용에 집중된 LPG 판매를 산업체·석유화학사용으로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SK가스는 단기간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있었으나, 양호한 이익창출능력으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SK가스가 2025년까지 총 2조1000억원 집중 투자 계획을 밝히자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리 급등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KET와 울산GPS 모두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된 점도 재무불안을 키웠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비핵심자산 지분매각 등으로 7000억원의 선투자를 알리며 재무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는 양호한 이익창출능력을 나타내며 잔존하던 시장 우려마저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채 흥행도 재무부담을 줄이는 요소다. SK가스는 지난달 진행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서 총 1조1700억원의 주문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회사채 발행액도 2200억원으로 700억원가량 늘렸다. SK가스는 올해 4207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고, IB업계에서는 영업현금흐름과 보유현금성자산으로 감당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가스는 주주환원 일환으로 배당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2022년 배당은 당기순이익(별도)의 20~40% 이내에서 주당 6500원으로 결정됐다.
 
SK가스는 2022년 잠정실적 발표에서 “경영환경 악화에도 국내 LPG 사업 자산 평가 이익 등으로 세전이익이 보완됐다”라며 “(4번째 LNG 탱크 신설) 투자는 기존 발행한 회사채 및 영업현금흐름 등을 통해 창출한 현금 기반으로 지출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